= 닮고 싶은 사람들

생선주세요 2006. 9. 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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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개김'의 역사가 필요하다 <위대한 캣츠비> 강도하
[필름 2.0 2005-12-29 21:00]

올 한 해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연재됐던 만화 <위대한 캣츠비>가 영화화된다. 본명 강성수로 축적해 온 만화 인생 1기를 마감하고, 필명으로 그린 <위대한 캣츠비>와 더불어 만화 인생 2기를 새롭게 시작한 강도하를 만난다.

김용언 기자 얼마 전 <위대한 캣츠비>(이하 ‘<캣츠비>’)로 대한민국 만화대상과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 축하부터 해야겠다.

강도하 고맙다.

김용언 기자 자기 소개로 시작해 보자. 강성수라는 본명을 아는 사람은 당신을 다 알겠지만, 강도하를 신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강도하 신인으로 보이는 게 득인데.(웃음) 1987년도에 <보물섬> 제4회 신인만화가상 명랑 만화 부문 입선으로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

김용언 기자 명랑 만화!

강도하<캣츠비>도 명랑 만화 같지 않나?(웃음) 입선했던 그해는 고3이었고, 대학교에 들어가 1990년에야 <보물섬>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작품을 정식으로 낼 수 있었다. 그후 <미스터 블루> <보이스 클럽> <영점프> <빅점프> 스포츠서울, 넷마블, 미디어다음 등을 거치며 작업했다.

김용언 기자 한편으로는 전위적인 인디 만화로도 유명했다.

강도하 강성수라는 본명이 기억되는 건 그런 언더그라운드 만화, 인디 만화, 실험 만화라는 카테고리를 통해서다. 하지만 난 그걸 원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를 굉장히 기계적으로 다룬다. 해부학을 비롯한 무슨 무슨 분야를 공부하고, 공모전, 데뷔. 그 다음에 스토리작가를 영입하든가, 원활한 연재를 위해 문하생들을 두든가, 돈을 위해서라면 공장제를 운영하든가. 숨이 막혔다. 이름이 자꾸만 어떤 대표성을 띠면 작가의 운신 폭도 좁아진다. 만화만이 갖고 있는 미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그게 90년대 중반에는 꽤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 당시는 조금만 어려우면 컬트로 명명되던 폭력적인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다 동숭시네마텍에서 단관 개봉했던 <싼타 쌍그레> 포스터를 보니까 ‘이것이 컬트다’라고 씌어 있더라. 아 이렇게 종지부를 찍어주는구나 싶었다.(웃음)

김용언 기자 하지만 축적해 놓은 것들에서 방향을 바꾸는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강도하 만화 인생의 1기를 끝내고 2기를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다. 37살쯤 되니까 인생의 나머지가 너무 예측이 되더라. 이걸로 빚 갚고 집을 얻고 차를 바꾸고… 다 보인다. 너무 재미없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해 봤다. ‘강성수는 만화를 어렵게만 그려, 그래서 대중과 소통을 못해’라는 인식이 굳어졌는데 그럼 소통되는 만화를 그려보자, 소통을 못한 게 아니라 안했을 뿐이라고 한 번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위장을 좀 해야겠구나, 가장 소프트한 그림체로 가장 소프트하지 않은 진행을 보이는 작품을 쓰자, 이왕 하는 거 낯선 이름으로 시작해야 했다. 이름이 익숙해진다는 건 또 하나의 권력을 뜻하고, 그 권력으로 인해 작가가 뽑아내는 언어가 매순간 받아들여지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 강도하라는 이름에 의미도 없다. 그냥 듣기 괜찮지 않나, 매끄럽고.(웃음)

김용언 기자 고 3때 데뷔했다면 대체 언제부터 만화를 그리겠다고 결심했나?

강도하 유치한 발상이긴 한데, 내 핸드폰 번호가 ‘83’으로 끝난다. 1983년은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다. 지금 생각해보면 80년대는 문화적으로 재앙에 가까웠던 시기다. 정말 혼란스럽고 그룹 소방차의 승마바지라는 말도 안 되는 컨셉이 용인되던 시기다.(웃음) 한편에서는 광주에서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었고. 그 시기에 만화를 그리겠다고 결심했다.

김용언 기자 80년대에 만화 공부를 어떻게 했나?

강도하 중학생이 무슨 돈이 있었겠나. 만화 관련 서적도 없던 시절이고, 유일한 만화 잡지가 <보물섬>이었다. 중고 서점에서 <보물섬>을 한 권 사서 표지부터 맨 마지막 광고 페이지까지 전부 그려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반복했다. 그게 만화 훈련의 전부였다. 당시 <보물섬>은 순정부터 스포츠, 명랑, 아동, SF, 역사극 등 모든 만화 장르가 다 들어 있던 책이다. 말 그대로 보물의 섬이었다. 내 그림체가 특정 작가의 계보에 들어갈 수 없는 게 그 때문이기도 하다.

김용언 기자 어제 <캣츠비>를 다시 읽어봤는데, 처음엔 귀엽고 발랄한 그림체였다가 중간에 완전히 바뀌더라. 매우 리얼하고, 또 어느 정도는 실험 만화 같기도 하고.

강도하 ‘19금(禁)’이 달리지 않는 범위에서 평범한 연애질을 평범하지 않은 진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그림으로 완화시켜 주는 방법뿐이었다. 말랑말랑한 그림으로 위장해 “애들아, 이거 그냥 웹툰이야!” 하고 보게 하는 거다.(웃음) 1부가 위장의 시작이었고, 2부에서 드라마를 진행시켰고, 3부에서 주인공들의 내면을 좀 보여줬고, 4부에서는 고백하자면 강도하가 아니라 강성수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4부가 시작되면서부터 낯설어하고 왜 어렵게 그리냐는 말들이 많아졌다.

김용언 기자 초기에는 별 생각 없이 만화가 진행되는 대로 읽다가 점점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되더라.

강도하 그러길 바랐다. 처음엔 저항 없이 흐르듯 보게 하고 싶었고, 기본적으로 일단 1부를 보고 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지 했다. 이번 작품 컨셉은, 어려운 말 필요 없다. 애간장이다.(웃음) 업데이트 날짜를 애간장 녹이며 기다리게 하고 싶었다.

김용언 기자 도중에 연재 속도가 달라지지 않았나?

강도하 주 2회 연재에서 주 1회로 바뀌는 바람에 독자들이 거의 미쳤지.(웃음)

김용언 기자 영화감독과 제일 비슷한 직업이 만화가인 것 같다. 매 장면을 연출하고, 각본 쓰고, 배우들에게 이런 저런 이미지를 구축해준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강도하 작품의 기본 설정이 끝나고 어느 정도 탄력 받는 시점이 오면, 캐릭터들이 자기들끼리 논다. 그럼 눌러줘야 한다. 지금 네 연기 좋았거든? 애드립도 좋아, 그런데 전체 안에서의 네 역할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아, 지금 거기서 너무 많이 벗어나면 안 돼, 이런 식으로. 장편을 연재할 때는 항상 전체 구성을 보면서 색감과 조명까지 일일이 조절해 나가야 한다.

김용언 기자 <캣츠비>는 공간의 구축 역시 놀랍도록 세심하다.

강도하 캣츠비, 하운두, 페르수, 선, 부루독이라는 5명에 ‘배경’까지 해서 총 6명의 캐릭터가 나온다고 설정했다. 무의미한 병풍 역할만 하는 배경이 싫었다. 배경 자체가 캐릭터 성을 유지하길, 아예 캐릭터이길 원했다. 오프닝과 엔딩이 똑같은 공간에서 일어난다. 이 달동네가 1년 동안 어떤 진통을 겪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오프닝에서 그 공간은 철거가 예정된 곳이다. 페르수가 캣츠비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하운두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렇게 변화가 시작될 때에는 골목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선이 등장할 때는 그 공간이 프로방스도 되고 눈조차 따뜻하게 느껴진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에선 철거의 흔적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어떤 회에서는 배경 묘사로만 진행했다. 일부 독자들은 의아해하고 아우성을 쳤지만, 어떻게 보면 내용 진행보다 캐릭터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게 공간 묘사였다고 생각한다.

김용언 기자 공간의 실제 모델은 어디인가?

강도하 월곡동이다.

김용언 기자 공간 조사만 해도 만만치 않게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강도하 영화에서 장소 헌팅하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만큼은 한 것 같다. 같은 골목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했다. 동네가 철거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과정도 하나하나 뜯어봐야 했고.

김용언 기자 이 질문 참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정말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어떤 연관성도 없는 건가?(웃음)

강도하 맹세코 그 소설을 본 적 없다.(웃음)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됐냐면, 스토리가 다 나왔을 때다. 남자 주인공 이름은 아직 미정이었는데, 죽 훑어보니까 인물들이 전부 지지리 궁상이었다. 제목에까지 ‘우울한 길동이’ ‘힘내라 길동아’ 이러기는 싫었다. 가장 보잘것없고 형편없는 애한테 가장 벅찬 표현을 붙이자면 ‘위대하다’라는 표현이 아닐까, 그 상반된 화학작용이 재밌지 않을까, 그러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봤던 ‘개츠비’라는 화장품 이름이 떠올랐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캣츠비로 살짝 이름을 바꾸니까 바로 고양이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주인공은 고양이 얼굴로 가자, 그럼 친구는 개로 그려야겠다, 고양이와 개가 같이 어울린다면 팽팽한 긴장감과 어느 정도 우호적인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다 하는 생각이 연쇄적으로 들었다. 음흉하면서도 믿음직해보이는 개가 하운드 종이다. 그래서 친구 이름은 ‘하운두’다. 타고나기를 화려하고 귀하게 태어난 듯한 고양이가 페르시안 종이니까 애인 이름은 ‘페르수’ ‘선’은 맞선 보는 자리에서 만났기 때문에 '선', ‘부루독’은 불독에서 따왔고, ‘몽부인’은 다들 알겠지만 하운두가 꾸며낸 가상의 여자고.

김용언 기자 몽부인에 얽힌 마지막 반전은 정말 충격이었다.(웃음)

강도하 잘 보면 몽부인 이야기는 하운두의 입을 통해서만 등장한다. 어떻게 하면 흥미진진하게, 약간 구라 같기도 한 뉘앙스가 살짝 드러나는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미친 여자 같은데 대사는 또 굉장히 절절해서 쉽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고. 그리면서도 조마조마하고 짜릿하게.

김용언 기자 주변에서 <캣츠비>가 남성 판타지 중심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강도하 어느 정도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나부터도 선 같은 여자가 있을까 싶다.(웃음)

김용언 기자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지.(웃음)

강도하 남자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캣츠비한테 가지 말고 나한테 와라, 저런 인간 뭐 볼 게 있냐, 헤어지길 잘했다 등등. 선이 과연 실재하는 여자인가 하는 점에 있어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굴다리에 앉아있던 선이 점프했을 때 땅에 내려오는 게 아니라 그냥 사라져버리는 장면, 그리고 선이 떠날 때 발자국은 있는데 그녀의 몸이 스르르 없어지는 듯한 장면. 어쩌면 하운두가 몽부인을 꾸며냈듯, 선 역시 페르수의 빈자리에 캣츠비가 채워 넣은 가상의 여자일 수 있다는 모호함 정도는 남겨두고 싶었다. <캣츠비>가 끝날 때까지 선에 대한 어떤 개인적인 정보도 드러나지 않는다.

김용언 기자 굳이 명명한다면 <캣츠비>는 청춘 만화다. 순정 만화가 아닌 이런 식의 청춘 만화는 한국만화계에서 드물고 낯설다. 모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캣츠비>의 구상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강도하 특히 10대들의 반발이 심했다.(웃음) 생각해 보면 만화에는 소위 ‘개김’의 역사가 없었다. 아버지 영화를 죽이고 이전 미술 사조를 비판하는 개김의 행위가 있어야만 새로운 예술이 나올 수 있는데, 만화는 한 번도 대접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서로 보듬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어린이날에 만화책을 운동장에 쌓아놓고 화형시키고, 둘리가 고길동한테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불량 만화 취급하던 나라였다. 그런 상황에서 만화가 대체 뭘 할 수 있는가 하면, 건전한 학습 만화 밖에 없다. 만화가 감히 인생을, 감히 아픔을, 철학을, 미학을 이야기한다? 꿈도 못 꿨다. 웹 만화는 더 심했다. 콩트, 에세이, 일기, 말걸기 식의 만화 말이다. 세상은 이런 것 같아요, 아이 추워라, 오늘은 집에 가서 어머니께 꼭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하는 말 걸기. 웹에서 보여진다는 이유로 만화의 한계가 정해지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만화 보는 사람과 온라인으로 만화 보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지금까지 쭉 만화책을 읽었던 사람이 웹으로도 읽는 거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선 소년 만화를 성인이 사지 않고, 순정 만화를 소년이 사지 않지만 온라인에선 누구나 만화를 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 만화가 역행했던 게,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아닌 틴에이지 만화만 많이 양산했다는 모순에 빠졌다. 웹에는 어르신도 오고 아가씨도 오고 유부녀도 와서 만화를 본다. 그럼 다 볼 수 있는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다의적 표현이 가능해야겠다는 단서는 있었다.

김용언 기자 <캣츠비>의 독자층은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고 들었다.

강도하 40대는 옛날 생각난다, 10대들은 “와 그림 예뻐요” “A와 B를 맺어주세요” “B가 싫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쉽게 말해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에 치중해서 본 거다. 20대는 지금 자신들이 겪는 연애담 그대로이기 때문에 관계 설정에 치중해 보는 편이었고, 30대들은 비교적 적절하게 이해하면서 보는 것 같았다. 30대쯤 되면 다가오는 사랑에 무방비로 오픈하는 그런 나이가 아니다. 이런 결과가 있겠구나, 내가 이런 점은 감내해야겠구나, 그런 여러 가지를 알고 있으니 <캣츠비>를 보면서 그런 감정을 대입시키더라. 최소한의 보람을 느끼는 지점은 <캣츠비>가 남자만을 위한 만화, 혹은 여자만을 위한 만화가 아니라서 다행스러웠다. 남성만의 판타지가 아닌가 하는 비판도 인정하지만, 성별이나 나이대에 있어 한쪽만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김용언 기자 <캣츠비>의 엔딩에 대해선 어떤 반응들이었나? 의외의 결말인데, 슬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강도하 엔딩 때문에 약간 시끌시끌했다. 뭔가 터져줘야 하는 것 아닌가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피날레가 꼭 거창하고 위대할 필요가 없지 않나. 뭐랄까,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내 목소리를 집어넣었다. <키즈 리턴>을 보면 맨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라고 주고받는다. 청춘이 아닌 나이의 기타노 다케시가 청춘 영화를 만들었을 때, 그 마지막 대사가 감독이 선물할 수 있는 마지막 멘트였다고 생각한다. 그건 100% 감독의 말이다. 당사자인 청춘들이 겉멋으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나도 <캣츠비>에서 딱 한마디하고 싶었는데, 결국 페르수를 통해 넌지시 흘렸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다 보면 남은 인생의 견적이 나온다. 남은 인생을 몰라야 살맛이 나는 건데, 애간장 녹이면서 사는 인생이어야 하는데,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며 살아야 하는데, 내가 참 재미없는 나이를 꺾어버렸구나 싶었다. 이쯤에서 인생을 턴하려면 뻔히 예정된 길이 아니라 삐그덕거리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얘들아, 어차피 산다는 건 하늘 보고 가는 거란다. 뭐 그런 메시지를 말해주고 싶었다.

김용언 기자 그럼 당신의 청춘은 언제 끝난 건가?(웃음)

강도하 실은 안 끝났다.(웃음) 아내한테 항상 그런다. 언제든지 만화 포기할 수 있다고. 그럼 깜짝 놀란다. 뭐? 당신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응, 열심히 했으니까. 만화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못 그런다. 평생 갖고 가야 한다. 하지만 난 아니다. 언제든 할 얘기가 없어지면 그만둘 거다. 대신 할 얘기가 있을 때만큼은 적당히 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불투명하다는 긴장감이 있다. 그러니까 청춘이지.

김용언 기자 요즘 영화계에서 강도하와 강풀 얘기가 자주 들린다.

강도하 둘이 형제인 줄 알더라.

김용언 기자 <캣츠비>의 영화화 판권이 팔렸는데, 원작자로서 영화화에 대해 어떤 바람이 있지 않을까?

강도하 아니다. 생각 안하려고 한다. 나는 만화 언어로 최대치를 표현했을 뿐이고, 영상 언어는 그들의 몫이다. <캣츠비>를 누아르로 혹은 SF로 만들더라도 전혀 상관없다. 다만 2D 애니메이션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웃음)

김용언 기자 솔직히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원작자가 이미 너무나 많이 시각화해 버렸으니.

강도하 그런 말을 몇 번 듣긴 했다. 1월 중으로는 연출자가 확정될 것 같던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지.

김용언 기자 <캣츠비>를 보면 작가가 분명히 영화광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는 자주 보는 편인가?

강도하 어릴 때 성룡의 <프로젝트 A>와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퍼블릭 우먼>은 B자 테이프를 어렵게 구해서 매일 밤 꼭 한 번씩은 보고 잤다. 그 두 영화는 지금도 첫 장면부터 콘티를 그려보라면 그릴 수 있다. <프로젝트 A>를 특별히 좋아한다. 그 영화의 낭만이 좋다.

김용언 기자 만화로 할 말이 많다 하니 차기작도 만만치 않게 쌓여있을 것 같다.

강도하 우선 <캣츠비>에서 <아름다움> <큐브릭>으로 이어지는 청춘 3부작이 기다리고 있고, 그 외에도 3편 정도 더 구상해 놓았다.

김용언 기자 <캣츠비> 단행본이 1월쯤 완간된다고 들었다. 그럼 2월부터 신작을 볼 수 있는 건가?

강도하 1년 동안 <캣츠비> 연재하면서 하루에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깨어 있는 시간은 항상 의자에만 앉아 있었고. 덕분에 엉덩이가 엄청 커졌다.(웃음) 이러다보니 2월에 연재 시작하는 게 약간 억울하기도 하다. 3월 정도부터 시작했으면 싶은데. 아, 이 말은 꼭 써 달라. “단행본은 사서 읽어주세요. 완간되면 박스 세트에 다이어리도 들어갑니다.”(웃음)

프로필 | 1987년 <보물섬> 신인만화가상 명랑 만화 부문 입선 | <아버지와 아들>(1990) <슬픈나라 비통도시>(2001) <스위트 홈>(2002) <위대한 캣츠비>(2005) 등 다수 | 만화 웹진 악진(www.akzine.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