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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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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고운말

2021. 7. 3.

"고맙다"와 "감사하다"

뜨거운 생선 매운탕을 떠먹으면서
“어~ 시원하다” 한다.

시원하다면 서늘하거나 차가운 것인 줄로만 아는 아이들한테는 이상한 얘기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아이구! 고맙습니다.” 한다.
"아니, 허공에 대고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요즘 사람들한테는 이상한 얘기다.
요즘엔 허공에 대고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만(1960년대) 해도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손자가 좋은 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말을 며느리한테서 듣고는

 "고맙습니다" 또는 "고맙다"고 말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공대할 리 없으니까 "고맙습니다!"는 허공에다 한 말이다.

한편, "고맙다!"는 며느리한테 한 말이다.
공부 잘하는 아들을 낳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일까?

아니다. 며느리 칭찬하는 옛날 시어머니는 없으니까.

국어사전을 보면 고맙다는 이런 뜻이다.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

사전 풀이에 따르자면,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허공에 대고 말한 상대방은 누구지?

시어머니가 한 말을 ‘감사하다’로 바꾸어보자.
‘고맙습니다’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며늘아,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다’라는 의미다.

내 생각에 그렇게 새기면 설명이 잘 된다.

고맙다의 어원을 살펴보자.

고맙다의 어근은 ‘고마’다. ‘고마’는 공경(恭敬)과 존귀(尊貴)의 뜻을 지니는 명사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인 15세기의 기록을 보면 ‘고마하다’라는 단어가(‘존경하다’란 뜻)

있었는데 ‘고마’에 ‘하다’가 붙어 ‘고마하다’가 된 거다.
16세기에는 ‘고마하다’와 같은 어근을 가진 ‘고마오다’라는 단어가(‘감사하다’란 뜻)

등장하는데 이것이 변화해서 ‘고맙다’란 단어가 탄생하였다.

19세기의 일이다.
참고로, ‘감사하다’는 한자 ‘感謝’에 ‘하다’가 붙은 것으로서 16세기부터 쓰였다.

*주 : 16세기 단어인 '고마하다' '감사하다'에서

'하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ㅎ + 아래아' + '다' 이다. --

*자료 : 홍윤표(전 연세대학교 교수)


고맙다의 어근 ‘고마’는 곰(熊)이라는 주장도 있다.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곰은 우리 민족의 숭배대상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고마에는 신(神)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고맙다에는 공경과 존귀와 신이란 의미가 들어있다는 거지.
구체적으로 말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뜻이란다.

"(은혜를 베푼 상대방을) 참으로 신과 같이 거룩하고 존귀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 그런 주장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어떤 일이 신께 감사할 만한 일이다>라는 의미로 보는 게 좋겠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향한 고마운 마음을 우리가 모두 공경하는 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무서운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고맙다고 할 수 있는 거지.

참고로, ‘감사하다’는 아랫사람에게 쓰기 거북하다.

‘고맙다’는 윗사람 아랫사람 모두에게 쓸 수 있다.

‘감사하다’는 직접 표현이니까 거북하고 ‘고맙다’는 간접 표현이니까 아랫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고맙다’는 말을 즐겨 쓴다.

‘감사하다’는 어쩐지 형식적인 느낌이 든다.

‘고맙다’는 정답고 직방으로 통한다.

‘고맙다’에서는 ‘고마’를 느낄 수 있어서 그럴까?

                    (퍼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