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신학자

한아름 2012. 6. 2. 00:55

 

미국 예일대 신학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명예석좌교수

     

우리가 지향할 궁극적 가치는 '샬롬'

미국 교회사학자 마크 놀은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이란 책에서 미국의 복음주의가 대학사회에서는 거의 맥을 못춘다고 고발하면서 그 원인이 복음주의의 이원론적이며 반지성주의적인 경향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놀이 미국의 경우 예외로 들고 있는 분야가 철학이다. 철학 분야만큼은 기독교 학자들의 학문적 성취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주도한 철학자로 지목한 이가 노트르데임 대학의 알빈 플랜팅가와 예일대 신학대학원의 니콜라스 월터스토프(76)다.

학자로서 월터스토프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세 강의를 맡아 한 것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월터스토프는 1981년과 82년,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 머물면서 아브라함 카이퍼 강좌를 맡아 강의한다. 83년 출판된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는 그 결과물이다. 샬롬, 곧 평화는 정치 경제 학문 예술 등의 활동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가치요 우리의 삶의 동기이며, 평화를 위해서는 정의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임을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93년부터 1년간 옥스퍼드대학에서 와일드 강좌를 맡아 강의를 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언어철학, 신학, 해석학적으로 철저하게 다룬 것이 이 강의의 내용이었다. '신적 담론(Divine Discourse)'(1995)이란 제목으로 옥스퍼드대학에서 출판되었다. 20세기 후반 유럽에서 등장한 '텍스트의 의미'에 중점을 둔 텍스트 해석학과 '독자의 의도'에 중점을 두는 수용 미학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텍스트를 읽는 까닭은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란 관점을 월터스토프는 변호한다.

월터스토프가 행한 세 번째 강연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대학에서 94년과 95년 행한 기포드 강좌다. 이 강의는 '토마스 리드와 인식론 이야기'(2001)로 출판되었다. 종교적 믿음에는 경험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믿음을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반열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증거주의'의 철학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면서 증거 없이도 믿음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며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리드의 철학을 월터스토프는 이 책에서 상세하게 다룬다.

월터스토프의 학문적 작업에는 리처드 스윈번이나 알빈 플랜팅가와 마찬가지로 분석철학 전통이 중요하다. 철저한 개념 분석, 논증 과정이 어떤 문제를 다루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못지않게 개혁주의 신앙과 삶의 전통도 그의 활동에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세상에는 그리스도가 '이것은 내것이라'고 말하지 않는 곳은 한 치도 없다"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전통을 따른 것이다. 이 전통을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드러내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소명을 다해야 한다.

월터스토프의 철학과 신학에는 고통의 경험도 중요하다. 그는 70년대 중반 인종분리 정책 폐지 운동을 하던 알란 부삭 목사의 요청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불의한 질서를 옹호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위선을 목도한다. 비슷한 시기에 시카고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모임에 참석, 그들의 부르짖음을 듣는다. 이를 통해 월터스토프는 정의의 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또 비슷한 시기에 아들을 사고로 잃게 된다. 아들의 죽음은 고통과 악의 문제를 깊이 묵상하게 해주었고 하나님의 사랑은 자신이 스스로 고통을 당하면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랑임을 깨닫는다.

이러한 경험은 하나님의 고통에 관한 논문인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원제 '아들을 위한 애도')라는 묵상집으로, 정의와 평화에 관한 카이퍼 강의로 이어졌다. 고통과 불의의 경험은 그의 학문을 추동하는 힘이었다.

월터스토프는 알빈 플랜팅가와 함께 다니던 칼빈대학 철학과를 졸업했고 56년 하버드대 대학원에 입학한 지 3년 만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0년간 칼빈대 교수를 지냈고, 86년부터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교수를 겸임하다 90년부터는 예일대 신학대학원으로 옮겨 노아 포터 명예석좌교수로 있다. 철학적 신학, 예술철학, 존재론, 인식론을 포함해 철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탁월한 저서를 냈다.

 

 


-  2008. 7. 25일자  국민일보  [31면]  강영안 서강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