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빈 집에 깃들다' 관련글

해떴다 2011. 9. 25. 14:07

 

원고 청탁시에 400자 원고지 5~6매라 하여 썼는데 청탁/메일이 잘 못 된 거라며 200자 원고지 5~6매라 하여 아래와 같이 수정하였음.

글자수를 줄이려고 제목도 바꿈.

 

아홉 살적 비밀

 

바람 끝에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나보다 네 살이 많았던 언니는 책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앞산이며 뒷산으로 땔감을 하러 갔다. 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던 나는, 갈퀴질을 하는 언니 곁에서 놀다가 바구니에 솔방울만 조금 담아오곤 했다. 땔감을 머리에 이는 것이 부끄러웠던 나는, 바구니 위에 맹감나무나 들국화다발을 얹어 친구들과 마주칠 때를 대비했으니 요즘 말로 공주암 말기였던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공터에서 친구들과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데 손에 갈쿠리와 새끼줄을 든 언니가 나를 부르지도 않고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노느라 도리질을 칠 때도 어떻게든 구슬러 데려가던 언니였는데, 총총히 걸어가더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노는 것이 재미없어져 집으로 와 버린 나는 대문간을 서성이며 언니를 기다렸고, 길 저 편에 갈빗단을 머리에 인 언니가 나타나자 눈물이 찔끔 났다. 엄마는 갈빗단을 받아 내리며 "아이구, 우리 숙이는 어디서 이래 기름진 갈비를 긁었을까." 하고 기특해 했다. 나는 마치 다리가 달린 해바라기처럼 언니를 따라 우물가로 갔다. 언니는 두레박에 물을 길어 올려 얼굴과 팔다리를 씻고는 나에게도 씻으라고 명령하였다. 내가 어수룩하게 코 세수만 하는 것을 보곤 주저앉더니 목이며 손등, 팔과 겨드랑이까지 뽀득뽀득 문질러 씻어주었다. 다음날 나는 산에 가는 언니를 놓칠세라 따라 나섰다. 언니는 주변의 갈비를 긁어다져서 새끼줄로 돌려 묶었는데 그건 내 베개 보다 조금 큰, 작은 갈빗단이었다. "이건 네 거야."라고 언니가 말했다. 나는 주변 산자락을 뛰어다니며 들국화를 꺾어다가 갈빗단을 장식했다. 꽃을 꺾어오면서 보니 우리학교 선도부 대빵 오빠가 지게에 커다란 갈빗단을 지고 와 언니 앞에 내려놓고 있었다. 그 오빠는 언니에게 손만 들어보이곤 뛰어갔다. 언니는 작은 갈빗단을 내 머리에 얹어 주고, 그 오빠가 건네 준 큰 갈빗단을 끙, 하고 머리에 이었다. 산에서 길로 내려섰을 때 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머리에 갈빗단을 이고 마을로 들어설 것이 걱정되어 조바심치던 나는 얼른 멈춰 섰다. 언니는 내 눈을 보며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드디어, 10월호가 와서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