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빈 집에 깃들다' 관련글

해떴다 2011. 9. 25. 14:10

 

진주 엠비시 라디오의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와 인터뷰를 했다. 집전화로 인터뷰하고 핸드폰으로 녹음을 했고 정리해서 싣는다. 

 

 

도시의 삶을 버리고 귀농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기반을 잡은 상태에서 무작정 귀농하는 경우는 드문 편인데요.. 귀농을 선언한 남편을 따라, 18년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무작정 농촌으로 향한 사람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문경의 산골마을인 모래실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10년째인데요, 이러한 시골생활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배여 있는 가슴 따뜻한 귀촌일기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박계해 작가의 <빈집에 깃들다>란 책인데요..

박계해 작가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Q. 책 제목이 <빈집에 깃들다>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를 좀 해주세요.

한 평범한 중년여자가 아무 대책도 없이, 연고도 없는, 시골의 빈 집에 살림을 풀어놓고, 그곳의 주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일기입니다.

 

Q. “학교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한 여자의 귀촌일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요, 귀농과 귀촌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한 마디로 농업을 생업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귀농, 농사...보다... 자연속에 살고 싶다는 의지를 실현한 경우는 귀촌..... 귀농의 경우는 땅을 살리고 생태를 지킨다는 사회적 의미도 있지만 귀촌은 아마도....개인적인 행복추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Q. 귀농지로 선택하신 곳이 경북 문경 모래실이라는 산골마을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연고가 있는 곳인가요?

아무런 연고도 없고요, 여행길에라도 가 본 적도 없었던 곳인데.....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희는 귀농지를 찾아서 돌아다닌 적은 없고요, 귀농지를 많이 찾아본 분이 추천한 곳을, 딱 한번 방문했고, 바로 결심을 했고, 그냥 거기로 간 겁니다. 딱 보고 첫눈에 반했는데 아마도 다른 곳에 갔더라도 그렇게 반했을 겁니다. 반할 준비가 딱 되어있었던 거죠. 결혼을 결심한 노처녀처럼. ‘이만하면’ 하고 덤빈거죠. .

 

Q. 귀촌할 당시 18년 째 교직생활을 하고 계실 때인데요.. 2년만 더하면 교직생활이 20년이 되구요, 교사연금도 나오게 되는 건데.. 쉽게 결정이 되던가요?

그러니까 멍청한 짓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요, 당시에도 학교가 싫어서라기 보다.... 사실 저는 선생이라는 직업을, 아이들하고 실컷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돈까지 받는 굉장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런 말 하면 화내는 분들이 많을 텐데...... 공부를 꼭 학교에 와서 해야하나.... 어쩌면 아이들이 우리를 먹여살리려고 학교에 온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참 미안했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자연속에서 활개를 치며 실컷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버려서 ..... 새 둥지가 허술한 대로 시작해버린거지요. 음, 결정이 쉬웠냐...는 질문이었는데... 결정은 매우 쉬웠다, 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멋있게 결정했지만 사는 건 정말 힘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런데, 귀촌할 당시에 10대인 딸과 아들은 도시에 두고 부부 내외만 산골로 들어갔어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생각지도 못할 결정이다 싶은데요.. 애들만 따로 도시에 둔다는 게 걱정되진 않으셨나요?

걱정이 되었던 것 같은데..... 무슨 걱정을 해 본 게 하도 오래 전이라 걱정을 했던 기억도 다 잊어버렸어요. 애들이 자취를 했는데....가스 불을 잘 잠궜을까, 수돗물을 틀어놔서 집안이 물바다가 된 건 아닐까, 열쇠를 잃어버려서 쩔쩔매진 않을까.... 그런 걱정을 했던 기억은 납니다. 걱정을 좀 해야되는데 이래도 되는걸까, 하는, 모성애에 대한 의심? 내가 좀 문제가 있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Q. 제대로 공부하고 있나.. 이런 걱정도 많이 됐을 것 같은데요?

그런 걱정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공부도 취미나 적성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다행히도 우리 애들이 각자 좋아하는 분야를 일찍 찾았어요. 큰애는 만화에, 작은애는 연극에 빠져있었거든요. 다행히도 싫증내지 않고 잘 가고 있습니다.  그 일을 통해서 자신의 직업까지 이어지면 더 좋겠지만 여의치 않아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여전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음, 아들은 연극을 좋아하니까...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좋은 공연이 있으면 문을 닫고 공연을 보러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것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보통 귀농을 할 때 보면 집을 새로 지어 가는 편인데, 남이 살다가 떠난 빈집에 들어가셨어요. 왜 그렇게 하신 건가요?

우리가 들어갈 당시에는 빈 집이 많았어요. 혼자 사는 분들도 연세가 많아서 빈집이 생길 여지는 계속 있었고요. 사실 저는 집에 관심이 참 많았어요. 들어가면 헌집을 사서, 직접 벽이며 돌담도 쌓고.... 고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품었거든요. 처음부터 농사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텃밭에서 야채나 길러 먹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런데 남편이 굉장히 질색을 했어요. 집을 왜 가지느냐고. 그래서 그냥 빈집에 계속 살았습니다. 그 때 그런 집이나마 사 두었다면 형편은 좀 나아졌겠지요. 서울과 거리가 가깝고 환경이 좋고 그러니까. 지금은 너무 올라버렸어요. 제가 제 뜻대로 안 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결국 책 제목인 빈집에 깃들다는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이지요. 제 책을 보고 귀농을 망설이게 됐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Q. 교직생활 18년 차에, 고등학생인 딸도 있는데.. 모래실 마을에서는 ‘새댁’이라고 불리셨다면서요?

아주머니 소리를 들으려면 환갑은 넘겨야 됩니다. 오십대까지는 새댁입니다. 그건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부르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평균 연령이 일흔이 넘고 젊은 이는 없고..... 그 상황속에서 저절로, 그러니까 균형을 잡는다고나할까.... 세대 조절이 되는거지요.

 

Q. 갑자기 시작된 귀촌이라서 적응하기가 결코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네... 저에게 저도 몰랐던 직업병이 있더라고요. 직업병 덕을 봤습니다. 제가 나름 학급운영의 달인 소리를 들었고, 그 주제로 강의도 다니고 원고도 쓰고..... 여튼, 그래서였는 지, 마을에서도 학급운영 비슷한 걸 하고 있더라고요. 반 아이들도 새학기에는 언제나 새 인물들이니까요. 새 학기에 아이들과 적응해 가듯... 이 할머니는 고집불통이구나, 이 할머니는 겸손하시구나, 이 아저씨는 폭력적이구나, 이 할아버지는 왕따구나.... 이렇게 딱딱 받아들이면서 다 사랑할 수 있었어요. 정말로 사랑했거든요. 아이들처럼. 그러니 적응하느라 힘들고 그랬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스며들어 간 거지요.

 

Q. 글은 언제 쓰신 건가요?

2002년 11월 3일이 시작이었어요. 저녁 먹고 잠들기 전에. 모래실은 일단 해가 지면 깜깜해요. 정말로 고요하고요. 그런데 우린 텔레비전도 없고.... 그래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거든요. 공책을 하나사서..... 한권이 끝났을 때 컴퓨터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점점 재미가 있더라고요.

 

Q. 책을 읽은 독자들의 전반적인 서평이 정말 아름답다..입니다. 실제로 도시의 삶과 비교를 하면 어떻습니까?

십 년 전의 그 마을은 그랬습니다. 너무 고요하고 꿈같이 아름다웠습니다. 지금은, 손을 너무 대고, 땅값이 오르고, 길이 나고 동네의 냇물과 어울리지 않는 다리가 들어서고.... 어른들도 땅값 오르는 거 싫다고, 옛날이 좋다고 하십니다. 땅 값 오르면 자식들 사이만 나빠지고 그거 팔아서 어디가도 이만한 땅 못 사고 인심만 나빠진다고 하시거든요. 결국 당신들 설 자리가 더 안 편해진다는 걸 아십니다. 학교 많이 안 다녀도 정말 지혜로운 분들인데.... 세상이 바뀌는걸 걱정하세요.

제가 책 속에서 누누이 들먹이는 게 도시의 삶 보다 시골의 삶이 더 화려하다는 건데 그게 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누리는 특권인거지요. 지금은 시골이라도 읍내에만 가면 문화생활도 어지간히 가능하고 해서 좋아졌지만 대형마트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비슷한 전통장이며 관광지화 되어서 마치 돈만 쫓아다니는 것 같은 느낍입니다. 그래도 도시만 하겠습니까. 여전히 산과 들과 냇물과 바람이 좋습니다. 도시와 비교가 불가능하지요. 도시 사람들이 가끔 시골에 바람쐬러 오듯 저는 가끔 도시에 바람쐬러 가요.

 

Q. 귀촌이나 귀농을 하고 싶다는 분들, 요즘 참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좀 해주신다면?

알아서 하셔야죠. 망설이는 분은 망설일 이유가 있는 것이고, 할 수 있는 분은 할 만 해서 하는 거고. 누가 그것을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제 책의 한 귀절을 인용할게요.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그건 어디에 살던 마찬가지 아닐까요? 하고 싶은 일은 일단 해 보는 게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빈집에 깃들다>의 저자, 박계해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