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지나도 명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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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2021. 3. 18.

조선인은 미개하고 야만적이며, 신의가 없고 거짓말을 잘한다.
일본에 의해 조선은 쌀을 수출하여 부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조선인 위안부는 공창제의 기녀들을 위시한 자발적 참여였다.
1945.8.15일 광복절이 아닌 1948.8.15 일의 건국절을 기념해야 한다.
조선의 독립은 미국의 원폭 투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즘 뉴라이트 등에서 주장하는 식민사관들이다. 최근에 근현대사 관련 강의동영상을 보면서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카이로 회담에서 장제스가 루즈벨트에게 한국의 독립을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1차 대전 이후 점령지를 반환한다는 조항에 의해 조선은 제외되어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구 선생이 광복군의 조직을 위해 장제스를 따라다니며 활약하지 않았던들, 윤봉길의 폭탄투척과 조선인 의용군들의 저항운동이 없었던들 장제스가 그런 제안을 연합국 측에 전달할리 만무했을 것이다. 김구는 8.15 해방을 맞게되자 오히려 한탄했다고 한다. 미국 OSS 도움 아래 침투교육을 받은 정진군이 한반도 진공작전을 기획하고 있던 차에 계획보다 빨리 해방을 맞이하면서 우리 손으로 한반도 수복 작전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중일 전쟁 확산에 따른 조선 수탈과 더불어 자행된 징용과 위안부 동원에서 위안부는 군수품 취급을 당했고, 패전시 군수품 처럼 소각되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몇몇 위안부들은 조국에 돌아와도 그런 사실을 쉽사리 말할 수 없었다. 학도병으로 끌려간 이들은 중일 전쟁에 동원되었고 만주 토벌대는 우리 의용군을 상대로 총을 겨누었다. 

 

1945년 8월 해방의 기쁨도 잠시. 12월 열린 모스크바 회담의 결과로 조선의 임시정부 수립과 최고 5년의 신탁통치안이 결정되자 신탁을 반대하는 우익과 찬성하는 좌익세력으로 분열되고 만다. 이승만과 한국민주당은 남한 단독선거에 돌입하지만, 김구와 김규식 등은 이를 부정하고 남로당은 무장 투쟁을 일으킨다. 남한만의 단독정부가 유엔의 승인을 받자,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조선 인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다. 한편 삼일절 행사의 무고한 죽음에 분노한 제주인민들은 남로당 세력과 규합하여 봉기하게 되고, 남한단독 선거를 반대했던 제주도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던 이승만은 북한에서 친일파 숙청을 피해 넘어온 서북청년단을 포함한 토벌대를 시켜 무고한 제주도민 3만여명을 학살한다. 국회에서는 반민족 행위 특별법이 만들어져 친일파들을 수감하지만, 이승만은 반공 세력을 위협한다는 구실로 반민특위를 해산한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은 한강철교를 폭파해 버리고 도망친다.


10여년의 질곡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살아온 3명의 남녀가 사랑과 절망, 아픔을 노래하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 OST 링크 ]

 

1991년 10월 7일부터 1992년 2월 6일까지 MBC 창사 30주년 특집드라마로 기획된 "여명의 눈동자" 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전제작과 해외 올로케의 대형 작품이었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위안부가 무엇인지 마루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 곁에서 이 드라마를 지켜보았다. 당시로서는 화제가 되었던 위안부 문제를 다뤘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수위가 높았던 러브신과 안방극장에서 보기에는 충격적이었던 마루타 장면등은 어린 나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중국 난징과 하얼빈, 싸이판, 버마와 중국 쿤밍, 상하이, 옌안, 한반도를 거치는 대형 서사시는 겨울방학을 거쳐 봄방학 때까지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잊혀져 갔었던 여명의 눈동자는 대학생이 된 2004년 우연히 나에게 다가왔다. Daum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까페에도 가입하고 정모에도 나갈 정도로 열심이었다. 다시 16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가 종영된지 30년이 꼭 지나 드라마를 다시 봤지만 그 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하다.

 

김종학PD가 연출하고 송지나 작가가 김성종 원작의 동명소설을 각색하였다. 이 후 이 콤비는 독재시대의 암울한 시대상을 보여준 "모래시계" 를 탄생시킨다.  안타깝게도 김종학 PD 는 독립 제작사를 운영하다 2013년 배임 및 횡령 건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고 만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여명의 눈동자" 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 당시 제주 4.3사건은 공식조사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위안부 문제도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 이후에야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등장인물

 

"여명의 눈동자" 에는 윤여옥 역의 채시라, 장하림 역의 박상원, 최대치 역의 최재성 3명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고현정, 오연수, 김현주, 박인환, 장항선, 박근형, 김흥기, 최불암, 이정길, 임현식, 남성훈, 김동현, 전미선, 이희도, 정성모, 변희봉, 송경철, 임창정 등 셀수 없을 만큼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위쪽부터 김현주, 오연수, 장항선,  故 김흥기, 박인환, 이희도

 

위쪽부터 홍순창, 이정길, 최불암, 박근형, 임현식, 변희봉

 

위쪽부터 고현정, 정성모, 송경철, 데니스 크리스틴, 故 전미선, 임창정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께서는 스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줄거리 일부분은 루돌프님 블로그 blog.naver.com/jogamdok7 와 나무위키 등을 참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전반부

 

증기기관차가 압록강 철교를 지나며 기적소리를 내뿜는다.

 

 

이 기차에는 일제 중일 전쟁기간의 병사들 사기 진작을 위해 동원된 위안부 (드라마에서는 정신대와 위안부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들이 타고 있었다. 비좁은 화물칸 안에는 장교를 상대하는 일본의 직업 여성들과 아무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조선인 처녀들이 있었다. 만주를 지나 중국 남경의 일본 육군 제 15사단에 도착한 이들은 곧 위안소로 배치 받는다.

 

위안소 수칙
하나. 본 위안소에는 육군 군속 외에는 출입을 금한다.
하나. 입장자는 반드시 접수의 요금을 지불하고 입장권 및 콘돔 한개를 받는다.
        사용한 콘돔은 버리지 말고 깨끗히 보관한다.

 

여옥은 자신에게 벌어진 지옥같은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해를 시도한다. 그러다 북경대생으로 조선인 학도병으로 끌려온 대치를 만난다. 같은 조선인임을 알게된 대치와 여옥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싹튼다. 같이 징병된 동진도 봉순(오연수)에게 이끌리게 된다.  어느 날 술집에서 오오에는 부대원들과 술판을 벌이다 독립군의 습격을 받고 간신히 탈출한다. 이 때 자리에 없던 동진이 봉순과 함께 위안소에 있는 것을 발견하자 오오에는 동진을 사정없이 두들겨 팬다. 봉순은 오오에의 귀를 물어 뜯고 화가난 오오에는 봉순을 총으로 쏴죽인다. 이성을 잃은 동진은 한밤중에 오오에에게 대들며 총을 겨누지만 결국 병사들에게 붙잡혀 처형당한다.

 

대치는 여옥을 찾아 자신이 동진을 설득하여 입대하자고 했다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이 날 여옥은 대치의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만남도 잠시, 일본이 태평양 전쟁의 열세를 만회하고 연합국을 상대로 중국 내륙으로의 보급로 차단을 위해 감행한 임팔 작전에 관동군이 투입되면서 생이별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치는 여옥에게 꼭 살아서 아이를 낳아 달라는 부탁을 하러 찾아오고, 여기서 그 유명한 철조망 키스신이 등장한다.

 

 

"나 내일 떠나. 버마로 간데. 나 내일 떠나."

 

"나는요?"

 

"살아있어. 알겠지? 꼭 살아있으라구. 그말 하려고 왔어."

"살아서 내 아이를 낳아죠. 그렇게 해 줄수 있겠어?

"됐어. 그럼 됐어."

"꼭 돌아올게. 약속해."


 

하림은 일본 동경제국대학 의학부 4학년이었다. 가즈코라는 일본인여자와 연인관계였지만, 일본인 형사의 끈질긴 협박으로 학도병으로 끌려 나가게 된다. 급작스런 습격에 부대가 전멸하자, 홀로 탈출하여 하얼빈 731부대 소속의 미다 대위를 만난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인간성 말살의 생체실험 (인간 마루타)  현장을 목격한다. 이후 사이판으로 세균전을 수행하기 위해 건너간다.

 

한편, 남경에서 버마까지 2500리나 되는 먼길을 맨발로 달려온 대치의 황군은 기아와 더위에 지쳐 전쟁도 하기전에 다수의 낙오자가 발생한다. 이와중에도 황국의 정신을 강조하는 오장 오오에에 대해 부대원들의 충성은 사라져 간다. 영국군의 공습에서 구사일생 살아난 대치는 구보다와 오오에를 다시 만나고, 한밤중 남몰래 오오에가 부대원들의 시신을 먹는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한편 대치에게 유독 의존하던 구보다는 대치에게 도망가라는 말을 전하면서 탈진하여 죽고 만다. 죽은 구보다를 자신 몰래 탐한 오오에를 보며 대치는 이성을 잃고 오오에가 잠든 사이 대치는 그를 돌로 내리쳐 죽인다. 하지만 오오에의 칼에 찔려 눈에 큰 상처가 남는다.

 

 

 

태평양 전쟁이 미국의 우세로 점철되던 무렵, 여옥은 남경에서 사이판에 있는 부대로 이동하게 된다. 한편, 세균전을 대비해 사이판으로 이동한 하림은 어느날 위안부들의 위생검사를 위해 파견되어 그곳에서 만삭의 여옥과 만나게 된다. 전원 옥쇄를 감행한 일본군은 군수품의 일부로 취급되던 위안부들을 모조리 제거한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여옥은 미군에 의해 거두어진 하림과 포로 수용소에서 재회하게 된다. 하림의 도움으로 아이를 출산한 여옥은 잠시나마 하림과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버마와 중국 국경지대에서 대치는 기아상태로 실신해 들판에 쓰러져 있었지만 길을 지나치던 국민당군 수송대대에 의해 발견된다. 대치를 깨운자는 조선말을 하는 김기문(이정길) 이었다. 그와 함께 좌익계 지하 독립 단체에 들어간 대치는 서서히 인정을 받는다. 한편 극우 인사인 노일영을 제거 하기 위해 측근인 여옥의 아버지 윤홍철(최불암) 에게 접근하게 된 대치는 잠시 사상의 갈등을 겪지만 우익계 청년들의 배타성에 부딪히게 되며 공산주의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극우파, 극좌파, 공산주의자, 민족주의자 그거 다 일시적인 물결 같은 게야."

"바다를 보게. 겉으론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그게 다 한 바다고 한 몸이 아닌가?"

"우리 한 민족, 한 겨레가 바로 한 몸인 바다라 이 말일세."

"거죽에서 일어나는 물결에 휩쓸리고 그러면 안 돼."

"우리의 급선무는 우리 몸인 바다를 우리가 찾는 일이야."

"무슨 주의고 사상이고 그건 그 다음에 하나씩 풀어갈 문제지."

 

"하지만 노일영 선생님 같은 분이 원하는 독립국가는 결국 자본주의 아닙니까?"

"자본주의라는거 그거 자기만 잘 살자고 힘 없는 놈들을 짖밟는거 아닌가요?"

 

"김기문이가 그렇게 가르치던가?"

 

"아닙니까?"

 

(웃는다)

 

"좋은 손이야. 힘이 있고 패기가 있는 손이야."

"난 자네를 내 사위로 생각하고 있네. 아니지 내 아들같아."

"나, 내 아들이 나 하고 같은 생각을 해 주길 바래."

"언제 시간이나면 막스주의에 대한 내 생각을 차근차근 얘기해 주겠네."

"내 죽기 전에 얘기를 해 주지! 해줄 얘기가 많어."


하림은 OSS(CIA 전신) 특전단의 군사훈련부터 통신기술, 암호해독, 폭파, 암살기술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스파이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하림도 모르는 사이에 여옥도 중국에서 따로 OSS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을 받던 여옥은 상해에 있다는 아버지 홍철을 만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장도에 오른다. 반면에 대치는 기문과 함께 극우 인사였던 노일영을 암살하고 상해를 떠나려던 차였다. 윤홍철은 우익계 세력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대치를 찾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근거지였던 연안으로 떠난다. 한편, 여옥은 아버지가 연안으로 향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위험한 여정을 감행한다. 

 

 

연안에서 윤홍철은 기문을 오랫만에 만나고 홍철은 사위될 사람에게 자신이 자본주의가 뭔지 공산주의가 뭔지 제대로 알려주겠노라고 한다. 하지만 기문은 자신들의 세력을 알게된 홍철을 그대로 지켜줄 수 없었고, 자본가 지주로 몰아붙여 죽게 만든다.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겨 여옥은 연안에 도착하지만, 아버지가 지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 통곡한다.

 

 

한편, 하림은 일국과 함께 일본 제121사단의 기밀문서를 빼내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경성에선 싸이판에서 죽었다던 학도병 하리모토가 경성거리를 활보한다는 말에 수상한 낌새를 챈 스즈키 형사(박근형)는 하림이 미군의 스파이라는걸 직감하고 하림의 어머니를 잡아와 모질게 고문한 후, 하림을 체포하기 위해 제주로 향한다. 제주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해녀로 일하는 순애는 하림, 일국을 숨겨준다.

 

대치는 팔로군으로 조선인 의용대를 이끌며 선전하지만 민간인 학살을 근거로 팔로군에서 축출된다. 여옥은 부민관 암살사건에 휘말려 스즈키 형사에게 붙잡힌다. 여옥을 위해 자수를 결심한 하림은 병든 어머니와 재회하고 스즈키 형사는 하림의 자백을 받기 위해 여옥을 데려와 전기 고문한다.

 

 

한편, 팔로군에서 축출된 대치는 생계를 위해 마적단에 들어가지만 조선인 마을을 습격하려는 마적단의 계획을 알고 마을 주민에게  알리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마을 사람들의 밀고로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이 때 그의 앞에 소련군 탱크가 나타나고 대치는 소련군에 의해 구출된다.

 

마침내 8월 15일 광복이 되고 모진 고문을 받던 하림과 여옥은 서대문 형무소를 걸어 나온다. 하지만 이들에게 닥칠 시련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전반부의 남경, 하얼빈, 버마, 사이판, 상해, 연안, 곤명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장면들과 대서사시에 비해 후반부는 한반도에 벌어지는 장면들이 대부분이고 복잡한 역사적 사실들을 풀어가다보니, 전반부에 비해서는 다소 재미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세 주인공들은 해방과 남북분단, 제주 4.3 사건과 6.25 동란의 비극의 역사를 겪게된다.

 

 

후반부

 

광복을 맞은 하림은 다시 의학공부에 전념하기로 하고 여옥은 고향인 남원에 내려오지만 남원에서 위안부에 끌려갔다왔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소련군 포로였던 대치는 소련파의 일원으로 조선에 들어와 인민보안성의 간부가 된다.  고향에서 대치를 찾기 위해 개성으로 간 여옥은 대치의 전사통지서 얘기를 듣고 망연자실한다. 하림은 종로경찰서를 방문했다가 스즈끼가 최두일이란 한국이름으로 경찰서에 건재한 것을 보고 스즈키에게 달려든다.

 

하림은 다시 미군 밑에서 일하기로 하고 아얄티를 찾아가 미군정보국에서 일하게 된다. 어느날 집앞에서 개성에서 돌아온 여옥을 만나게 되고 둘은 점차 친밀해져 미래를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신문에서 여옥의 훈장수여 소식을 접하게 된 대치는 자원하여 남파한다. 대치는 남한 내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는 서강천을 만나 용산역에서 일하게 된다. 여옥의 집에서 하림과 여옥은 다정하게 살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대치가 이들을 찾아온다. 하림, 여옥, 대치 세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하림은 형인 경림을 만나기 위해 자진하여 월북 간첩이 되어 북에 올라가고 북에서 명지(고현정)을 만난다. 여옥은 대치가 시키는 대로 미 군정의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역할을 수행하다 최두일에게 붙잡힌다. 한편, 북에서 스파이를 하던 하림은 여옥이 빼돌린 문서 때문에 스파이 활동이 발각되지만, 형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임진강을 건너 다시 남으로 들어온다. 하림은 대령으로 진급하여 제주도로 발령받고, 최두일을 피해 대치와 함께 도망친 여옥은 제주도까지 피신한다. 제주도로 온 대치는 서강천과 함께 남로당 조직을 이끄는데 토벌대에 의해 쫓긴다. 무고한 제주도민들과 함께 하림을 숨겨주었었던 제주도 처녀 순애도 죽음을 맞이한다. (이는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치는 북으로 홀로 피신하지만, 남아있던 여옥은 좌익으로 몰려 또 다시 최두일에게 체포된다. 하림은 여옥의 재판 증인으로 나서게 된다. 검사는 피고인 여옥에 대해 돈을 받고 위안부에서 일했다는 증거를 들이대며 하림을 몰아부친다.

 

 

"제가 알기로 정신대란 일본군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라고 하던데, 맞아요?"

"아닙니다."

"뭐가 아닙니까, 몸을 주고 돈을 받으면 매춘 아닌가요?"
 
"말조심하시오!"
"그들 조선정신대는 하나같이 강제로 끌려간 여자들입니다."

"그래서 피고와 같은 정신대 여자들이 그런 일을 하면서 일본군에게 돈을 안 받았어요?"
"본검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일정한 액수의 화대를 받았다고 하던데요."

"재판장! 중지시키시오!"

"(소리치며) 뭘 알아봤다는 겁니까!"
"당신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우리 조선여자들까지 팔아먹은 겁니다."
"그게 정신댑니다! 모르겠어요?"


 

격분한 하림은 재판정에서 판사와 대립하고 재판은 연기된다. 자신의 딸도 정신대에 끌려갔다가 온 변호인 박창석(심양홍)은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술에 취해 산다. 다시 재개된 법원 심리에 들어온 변호인은 여옥에게 심문한다. 여옥은 살고 싶었다고 답변한다.

 

 

"내 딸도 정신대였어.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그런데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어!"
"결국 죽었지만 병들어 죽은거야. 자살한게 아니야."

"변호인. 변호인."
"나하고 얘기좀 할까요?"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내 딸아이한테도 물어봤어."
"죽어가는 애를 붙잡고 물었지. 어찌해서 더 일찍 죽지 않았냐고.."
"피고는 살고 싶었나?"

"(눈물을 흘리며)"
"네."
"살고 싶었어요."
"정신대로 처음 끌려갔을 때 난 17살이었습니다."
"정신대가 뭔지를 알고 나서도 죽을 수가 없었어요."
"살아서 고향에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살아서 고향에.."
"살아서 우리나라에 돌아가자고 하루에도 몇번씩 서로를 격려해줬습니다."
"우린 죽을만큼 잘못한거 없습니다."
"우리 정신대는 몸을 팔았지만"
"당신들은.. 나라를 팔았죠?"
"그래도 살아남았잖아요."
"우리도 그랬어요. 우리도 수치스럽고 죽고 싶었지만 살아남으려고 별짓을 다했어요."
"싸이판 마지막날 일본군들은 우리 조선 정신대를 모조리 죽였어요."
"그사람들은 우리가 모두 죽어 없어지길 바랬어요."
"당신들 조선 사람들도 그런가요?"


하지만 끝내 여옥은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 받는다. 한편, 반민특위가 구성되어 악질 형사 최두일(스즈키)은 체포되지만 곧 반민특위가 강제 해산됨으로써 풀려나고 만다. 북으로 홀로 탈출했던 대치는 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으나 당에서는 기문을 축출하려고 하고 있었고 스승인 기문을 변호한 죄로 당에서 버려져 평안북도 철산탄광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와중에 6.25 동란이 발생하게 된다. 인민군에게 점령된 서울에서 여옥도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하림은 여옥을 형무소에서 데리고 오지만 인민대원들에 의해 붙잡혀 인민재판에 끌려가고 죽창에 찔려 죽임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죽지 않았고 여옥이 시신들 속에서 그를 찾아내지만, 북한 인민군에 의해 발각될 위기에서 북한 장교로 내려온 명지가 하림을 알아보고 구해낸다. 탄광에서 다시 인민군으로 복귀한 대치도 서울로 내려오는데 하림의 집을 다시 찾고 여옥과 마주하게 된다. 대치가 반갑지 않은 여옥은 하림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대치는 쉽게 결정을 못 내린다. 대치는 모든걸 포기하고 다시 하림의 집에 왔지만, 이미 여옥은 아들 대원이를 데리고 인민군과 함께 피난간 뒤였다. 한편 명지도 신분을 버리고 하림을 도와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마지막회인 36화는 여명의 눈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대서사를 정리해야 하는 만큼 2시간여에 걸쳐 방영되었고, 치열했던 삶을 살아온 대치, 하림, 여옥이 운명적 만남과 삶에 대한 처절한 투쟁을 마무리해야했다.

 

 

최종화

 

하림은 일국의 방문으로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한 전투경찰을 지휘하는 지휘부에 들어올 것을 권유받는데 하필 전투경찰 도경국장이 최두일이었다. 고민에 빠진 하림에게 명지가 당신에겐 이 나라가 어울리지 않는거 같다고 한다.

 

하림을 명지에게 보내고 대치의 곁마저 떠난 여옥은 아들 대운이와 함께 고향에 가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공습으로 대원이를 잃게 된다. 이에 여옥은 전북 순창에서 전쟁고아들을 데려다 기르며 그들을 돕는다. 남한에 고립된 대치는 북으로의 후퇴를 포기하고 회문산 빨치산에 합류하여 그곳에서 스승 김기문과 재회한다. 하림은 전투경찰대의 창설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발령을 받고 시골학교에 도착하지만 무기도 없고 아무 훈련이 안되어 있는 현실을 보고 암담해 한다.

 

하림은 공비토벌대원들의 장례식에서 도경국장 최두일과 다시 만나게 된다. 얼마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일제 시대의 스즈키형사로서, 해방 후의 종로경찰서 최두일로서 반민특위로 체포해 넣었다가 다시 풀려난 최두일이 다시 이번엔 전투경찰 대장이 되어 자신의 상관이 된 것이었다. (일제 악질 경찰이었던 노덕술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여옥은 빨치산을 숨겨줬다는 죄로 다시 수용소에 갇히고 빨치산으로 활동하던 대치는 기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고 곧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직감한다.

 

 

"기억하고 있나? 윤홍철 선생"


"네"

 

"요즘 들어 그 분 생각이 자주 나."
"폐병이 들어있었지. 아마 내가 죽이지 않았더래도 그리 오래 살지는 못했을게야."

 

"후회하십니까."

 

"아니, 후회는 안해."
"후회를 해서는.. 절대로 후회를 해서는 안돼. 알겠나?"
"때로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을거야."
"과연 역사는 발전하는 것일까. 나와 이 역사는 무슨 상관이 있단말인가."
"나는 왜 이 자리에 서 있을까."
"그러나 후회를 해선 안돼."
"윤홍철 선생을 죽이고 난 울었네. 그분을 존경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지금도 내가 한 일이 옳다고 생각을 하네."
"그런거야. 자네도 나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잖나."
"우리같은 사람이 있어서 역사는 발전하는거야."
"그럼 후회할게 뭐가 있어."
"질문같은 건 몇십년 뒤에 편안한 세대에 사는 후세들이 하면 되는거야."


 

하림은 일국에게 여옥이 최두일에게 잡혀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명지가 찾아온다.

 

 

"여옥이 소식을 들었어."

"소련에 있을 때 기차를 탄 적이 있어요."
"몇날 몇일을 계속 가는데 그게 다 소련 땅이래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구요."
"나는 왜 이렇게 넓은 땅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어쩌다가 이 한반도 좁고 한심한 땅에 태어나서 이 고생을 하는가."
"그런데요, 그러다가 어느 간이역에서 조선사람을 만났어요."
"누가 지나가면서 혼잣말을 하잖아요."
"어휴, 드럽게 춥네."
"그 조선말을 듣는 순간, 참 이상하죠. 눈물이 왈칵 나오는거예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그러니까 당신한테 여옥씨는 조국과도 같은 존재인가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도망칠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어요?"
"그래요?"


 

하림은 토벌대원으로 빨치산을 소탕하고 있던 와중에 최두일을 만난다.

 

 

"그런데 이거 아나?"
"나같이 단순한 사람들 때문에 이 나라가 지탱하고 있다는 거."
"난 훌륭한 경찰이었어."
"지난 생애를 돌아봐서 난 한점의 부끄러움도 후회도 없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이 점을 명심하게. 사람은 혼자 살 수가 없어. 소속이 필요해."
"소속없이 얼쩡거리다간 양쪽에서 쏜 총알에 맞게 되어있어."
"그러고나면 묘비명 하나 새겨줄 사람도 없는거야."
"머지않아 난 경찰을 그만둘거야."


 

 

토벌군에게 쫓기던 대치는 여옥의 민가를 찾게 되고 여옥은 총상 입은 대치를 보고 깜짝놀란다. 여옥이 약을 구하러 간 사이 대치는 집을 나선다. 대치를 본 마을 주민의 신고로 하림은 대치를 쫓게 되고 핏자국을 따라 하림은 토벌대와 함께 산을 오른다. 여옥도 대치를 찾아 산을 헤메지만 적으로 오인한 총에 맞아 쓰러진다. 대치는 여옥을 끌어안고 흐느낀다. 혼자서 대치를 만나러 온 하림은 여옥이 죽은 것을 보고 같이 안타까워 한다.

 

 

"그래.. 됐어.. 뭔가 얘기를 해주겠나.. 세상이 너무 조용해."

"싸이판에서 여옥일 처음 만났어."

"그래.. 싸이판이었군..."

"그때 여옥인 임신중이었는데. 대단했어.. 아이를 지키겠다고."

"그래 그랬을거야.."

"자네 얘기를 많이 했어. 꼭 살아있을 거라고."
"살아서 만나야 된다고..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자네를 부러워 한적도 있어."

"난 여옥이한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
"그래서 여옥이 생각만하면 언제나 여기가 아팠어.."

"그렇지 않아. 자네때문에 여옥이가 산 거야."
"여옥이한테 살 힘을 준거야.. 자네가."

"난 열심히 살았어."
"다시 산다해도 그렇게밖엔 할 수 없었을거야. 알지?"

"그래.."

"자네가 안됐군. 앞으로도 많이 살아야 할텐데.."
"제대로 산다는게 아주 힘들텐데.."

"그래.. 그럴거야."

 


 

최종화에서는 주옥같은 대사가 너무나 많지만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그러니까 당신한테 여옥씨는 조국과도 같은 존재인가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도망칠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어요?"

 

명지가 한 이 대사를 꼽겠다. 여옥은 하림에게 조국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서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도 잊어 버릴 수도 없는 존재. 부끄럽고 한스러운 역사일지라도 우리가 안고 있을수 밖에 없음은 그 시대를 살아간 선조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나라를 물려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나라 조국이라는 것은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고,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떼어 낼 수 없는 존재임을 결국엔 알게되기 때문이다.

 

여명의 눈동자가 리메이크로 제작된다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기존의 명성을 재현하면서 당시처럼 긴 기간 동안 스텝과 배우들이 동거동락하면서 국내외 촬영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나무위키 참조), 여명의 눈동자는 희대의 걸작으로 남을 것이다. 단지, 이와 같은 시대물이 꾸준히 나오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민족의 격동의 근현대사를 들추고, 남녀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그 속에 녹여낸 "여명의 눈동자" 는 20세기 최고의 드라마로 내 마음속에 각인될 것이다.

 


ps:// 오랫만에 다시 보니 기억에서 잊혀진 부분도 있고 너무나 방대해서  일관되게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따라서 전체적인 내용전개와 대사지문은 루돌프님 블로그  blog.naver.com/jogamdok7

에서 차용한 부분이 많으니 자세한 세부내용이 궁금하신 부분은 블로그에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