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5/18 - 4.3평화공원, 노루생태관찰원, 절물자연휴양림, 관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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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1. 5. 18.

어제 에어비앤비를 같이 쓰는 분이랑 연락을 해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나 보다 열살이나 많으신 분이었는데 그래픽 디자인쪽 일로 제주에 자주 오신단다. 그래서 지금 이 숙소를 한 달에 열흘 가량은 계속 써 왔다고 했다. 회사 창업하신 적도 있고 임원이었던적도 있는데, 지금은 제주의 부동산 사업가 분을 도와 컨설팅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한다. 밤 늦게 까지 남자 둘이서 수다를 떨다가 더 이상 졸려서 버티다 버티다 잠자리에 들었다. 덕분에 기념품 시계도 선물로 받게 되었다. ㅎ

 

오늘은 제주 4.3 평화공원에 가기로 했다. 그 방향으로 노루 생태 관찰원과 절물 자연 휴양림이 있어서 그렇게 보고 오려고 계획을 잡았다. 아침 먹다가 버스를 놓쳐 20분 가까이 걸어 다른 방향에서 절물행 버스를 잡았다. 시내 버스로 여행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한 둘이 아니다. 제주 버스들 배차 간격이 대부분 20분~30분이어서 한번 놓치면 30분은 기본이었다. 이런 일이 또 한번 있었는데 평화공원에서 한참 구경하고나서 김밥 먹다가 절물 휴양림가는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쳤다. 그래서 걸었다. 인도가 없어 차도 구석으로 계속 걸어 다녔다.

 

제주 4.3 사건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준 그런 사건이다. 비로소 최근에야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할 때 제주도민들 앞에서 국가를 대표해서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그 많은 제주 도민들이 7년 7개월간 고통 받아야 했던가. 이후에도 레드 콤플렉스는 연좌제로 군사정권까지 계속 이어졌고, 남아 있는 이들에겐 계속된 멍에였다.

 

황현필의 한국사를 보며 몇 번을 주먹을 불끈불끈 쥐었던가! 해방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이루지 못한 우리 민족의 비극이 고스란히 제주에서의 4.3 사건으로 응어리져 나타난건 아닐까? 이성을 잃고 제주 도민들을 잔혹하게 탄압한 미군정과 이승만의 명령을 그대로 받들어  토벌에 앞장선 이들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노루 생태 관찰원은 입구의 노루 몇 마리를 빼 놓고선 싼 입장료만 아니었으면 화가 날 뻔했다. 입구에서 봤던 노루 몇 마리 이외에 뒤에 있는 관찰로는 이쁘지도 않고 별 다른 아이템도 없이 방치된 느낌이었다. 절물 휴양림으로 가서 삼나무가 빼곡한 산책로와 절물 오름을 힘들게 올라서 오름 정상에서 한라산과 저 멀리 마을들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볼만했다.

 

배터리가 이상하게 빨리 떨어져 휴대폰 없이 집으로 귀환해야 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제주에서 제일 오래된 관아인 관덕정에 내렸다. 바로 제주 4.3 사건의 시효가 되었던 3.1절 기념회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했다. 관덕정에서 집으로 오는게 관건이었는데 정처없이 걷다가 탑동로가 나오길래 북까페로 알아봤던 ABC에이팩토리베이커리까페에 들렀다.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을 시간이어서 그런지 빵도 별로 없었고 휑한 모습이었다. 잔뜩 기대했던 책들은...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블로그 글들은 믿을게 못 됐다. 그나마 휴대용 충전기도 고장이 나서 휴대폰도 충전할 수 없었다. 맥 빠진 채로 커피숍을 나와서 다시 걷다가 반대로 길을 건너 집으로 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집에와 짐을 놓고 이도국밥이라는데 가서 저녁을 먹었다. 생각보다 훌륭하게 나왔다. 오늘 걸은 거리는 다 더하면 족히 15킬로는 나올거 같다. 내일은 모슬포 운진항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배를 탈것이다. 아침 6시 정도에는 일어나야 한다. 몸은 충분히 피곤하니 잡 생각없이 잠을 잘 잘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