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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3. 14. 21:27

 어제『무한도전』<오 마이 텐트> 2탄이 방송됐습니다. 

  <오 마이 텐트>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정규 편성이 불발된 김제동의 <오 마이 텐트>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읍니다. 김제동은 법정공방 <죄와 길>편에 등장한 데 이어  <오 마이 텐트> 편에서도 등장하게 됩니다. 이는 매우 반가운 일인데요. 알게 모르게 정치적 압박을 견디고 있는 김제동에 대한 『무한도전』식의 우정과 격려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둘째는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텐트(tent)란 쉽게 말해 붙박이 주택이 아닌 천막 등의 이동가옥을 말합니다.

  텐트하면 자연스레 야영[캠핑]과 탐험 그리고 '동춘서커스' 등 공연을 위한 무대가 떠오릅니다. 유목민들의 떠도는 삶은 또 어떴습니까.

  야영은 대개 주거지나 도시를 떠나 1박 이상 자연을 즐기는 것이고, 탐험이란 어쨋든 위험을 무릎쓰고 어떤 곳이나 특정한 대상을 찾아 살펴보고 조사하는 것입니다. 무대란 많은 사람 앞에서 각각의 재주가 되는 바를 보여주는 것이겠죠. 유목민의 삶이란 일정한 거처 없이 물과 풀을 찾아 떠도는 고단한 냄새가 납니다.

  <오 마이 텐트>란 바로 이런 모든 것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 마이 텐트>편은 처음부터 두 가지 콘셉트(concept)로 진행됐습니다. 공통분모는 야영한다는 것 뿐입니다. <알래스카팀>은 김상덕씨란  존재에 대한 탐험입니다. 여기에는 진실을 찾아 떠도는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번지점프팀>은 서커스와 같은 갇혀진 공연 무대를 상징합니다. <알래스카팀>은 김상덕씨를 찾아 광활한 땅을 횡단해야만 하는 동적인 콘셉트이고, <번지점프팀>은 24시간 번지점프대를 떠날 수 없는 정적인 콘셉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 이 두가지는 야영이란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너무 대칭되는 상황입니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극단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오 마이 텐트> 1편과 2편이 방송 됐습니다. 

  <알래스카팀>과 <번지점프팀>. 과연 어느 쪽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쇼(show)적 재미란 측면에서 상황 전개가 유리할까요?

 

  일면 <알래스카팀>이 유리해 보입니다. 무대의 공간적·시간적 면에서 분명 <번지점프팀>보다는 확장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은 너무 확장된 나머지 제작진[스태프(staff)]이 기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까지 벗어난 느낌이 듭니다.

  김상덕씨를 찾는다는 것은 언뜻 보면 목표가 뚜렷한 듯하나 사실은 그 목표에 너무 개연성이 큽니다.

 

개연성(蓋然性) : 확실하게 단정하지 못하고 대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는 상태.

 

  옛말에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란 말이 있습니다. 이말은 너무 흔해 빠져 오히려 찾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를 찾는 일은 그 존재 자체가 의문입니다. <앵커리지 한인회 명부>를 보니 역시 그 이름조차 없습니다. 이젠 페어뱅크스까지 가서 그곳 한인회 명부를 확인하려고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횡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는 너무 단순하면서도 너무 북활실하다는 것이죠. 잘못 찍으면 말 그대로 다큐멘터리(Documentary)가 될 수 있습니다.

 

  제작진은 또 어떤가 하면 출연진을 기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동선의 맵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판을 벌이는 마당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광활한 알래스카란 땅이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모두 까막눈이다.' 뭐,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곳이 어디다냐."

  너나 할 것 없이 이 말만 할 것 같은데요. 너도 나도 모르니 그저 '맨땅에 헤딩한다.'는 식으로 부딪치는 느낌입니다. 즉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막연함을 안고 가는 느낌입니다.  

 

  김상덕씨를 찾는다는 아이템은 단순한 사실의 기록에 그칠 염려가 많습니다. 차타고 이동하고 차타고 이동하고. 이 자체로는 스토리 라인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이런 부담감을 안고 있습니다. 마냥 놀러가는 기분이 아니라 그들의 행적은 고단해 보입니다. 한없이 설원을 운전해야 하는 출연진들은 교대로 운전하며 시트에 기대어 불편한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배가 너무 고파 길 가에 차를 세우고 눈으로 라면을 끓여먹으려다가 결국 실패하고 떠나는 모습도 안타깝습니다. 목적지를 빨리 가고 싶어 에어택시(Air Taxi 경비행기 택시)를 타려는 시도조차 무산됩니다.

 

  <오 마이 텐트> 1·2탄을 보면 그런 <알래스카팀>의 심정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다큐를 보여줄 수는 없다.'

  결국 출연진과 제작진은 그런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어떻게든 보여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낯선 땅에서 겪는 이런 공통된 걱정이 오히려 출연진과 제작진을 한층 가깝게 한듯 보입니다. 이번 편 만큼 제작진이 화면에 많이 출연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멀리 찬 공 주워오기' 경기에선 카메라감독이 공을 차주고 스테프와 사연노래방을 벌입니다. 카메라감독이 동네 친한 '달명이형'처럼 등장하고, 향숙이라는 여자 스태프도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고 노래를 멋지게[?]부릅니다.

  이런 모습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런 가족같은 분위기가 『무한도전』에겐 좀 필요했다고 봅니다. 너무 극단적인 대결 코드는 주시청층을 고착화시킬 염려가 있습니다.

 

  <번지점프팀>은 확실히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  55m 번지점프대 위란 제한된 공간은 서커스와 공중곡예를 떠올리게 할 지경입니다. 이는 『무한도전』이 극단적으로 자신들을 한번 그런 테두리 안에 가둬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광활한 알래스카의 땅에 대변되는 공중에 붕 떠 있는 좁은 공간. 어쩌면 이곳은 동선이라 불릴 만한 작은 동선조차 조심스러운 곳입니다. 출연진은 마치 그대로 방치되거나 아니면 마늘까기나 풍선잡기나 하게 됩니다. '맘대로 해보시라.' 뭐 이런 식으로 한번 대놓고 실험하는 모습입니다. 

 

  <오 마이 텐트>편은 분명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극단적인 컨셉트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무한도전』만의 독특한 실험정신을 보여줍니다. 이 서로 다른 대비점은 강렬하면서도 묘합니다. 둘다 어려운 컨셉트인 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제작진이 출연진에게 정해주는 『무한도전』특유의 기획력과 확실한 아웃라인이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웃음을 만들기 위해 즉흥적인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소소한 잔재미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제작진과 출연진은 이번 방송의 재미를 충분히 뽑아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2탄은 <오 마이 텐트>란 에피소드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잔재미가 쏠쏠하게 풍깁니다. 만일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가 있다면 그것은『무한도전』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을 반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