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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3. 17. 01:24

 『부자의 탄생』이란 월화 드라마를 보면 일단 무겁지 않아 좋습니다.

 

  이번 회의 주된 내용은 최석봉이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겁니다. 즉 떡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말입니다.

  극 초반에 대박 소스를 하나 풀어 놓으니. DNA 검사결과 오성그룹회장 이중헌과 주인공 최석봉이 부자지간일 확률이 99.99999%라는 얘기입니다. 이때 당연히 드는 생각이 극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것. 한참 오성그룹 상속녀 이신미 본부장과 '싸우다 정들겠지?'하는 판국에 서로 오누이가 될 판국입니다. 누가 봐도 알콩달콩해지려는 두 사람의 관계가 설마 이렇게 어이없게 끝나는 것인지.

  '최석봉이 오성그룹 회장의 친자가 맞다면. 상속녀인 이신미는 친딸이 아니었다.'

  뭐, 이리되려나. 터무니없이 이런 생각마져 들 판입니다.

  역시 검사에 쓰인 머리카락에 자꾸 의심이 갑니다.

  결국 마지막에 밝혀진 사연은 최석봉이 틈만 나면 칼 뽑듯 뽑아 좌에서 우로 머리를 빗어재끼던, 자신만의 빗에서 뽑아 보낸 그 머리카락이 사실은 이신미 본부장의 머리카락이었다는 것.

 

  이『부자의 탄생』이란 드라마의 미덕은 무엇인가 하면 적당히 가벼울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성그룹의 유일한 상속녀가 생계형 재벌녀라는 설정도 그렇고, 한국판 패리스힐튼을 자부하는 부태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케이크로 입을 떡칠하듯이 퍼먹는다는 설정도 그러합니다.

  어려서부터 스테이크대신 백설기를 썰며 부자될 준비를 마치셨다는 최석봉은 또 어떠신가. 그는 소위 만능캐릭터입니다. 어제는 '까메오'역인  패션디자이너 박-테리아와 그의 연인 말라리를 일명 '군대 깔까리'식 누빔기법이 들어간 안감으로 마음을 사로잡더니, 오늘은 영화 원스(once)로 더욱 유명해진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The Frames)'의 'Falling Slowly'로 거리 공연까지 능숙하게 합니다.

  등장하는 재벌들-추영달, 부귀호, 이충헌도 일단은 소위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하고 오만한 부자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는 통통 튑니다.

  '시청자는 원하는 것만을 본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느닷없이 등장시켜도 문제가 없다.'

  이 말은 드라마의 대명제나 다름없습니다. 『부자의 탄생』도 스토리의 얼개에 있어선 어느 정도 이를 따릅니다. 한밤 중 텐트 속에 최석봉과 이신미의 복불복용, 겨자들어간 주먹밥이 느닷없이 등장해도 시청자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봐줄 수 있습니다. 나도 충분히 즐길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뚜렷한 악당도 없습니다. 능력은 없고 질투만 가득한 부태희가 악당노릇하기에는 머리에 너무 든 게 없어 역부족이니 가볍게 웃어 넘겨줄 만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유쾌한 부자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멜로는 코믹하니 코믹한 마음으로 볼 준비가 된 시청자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하면, 주인공 최석봉이 목메 걸고 다니는  목걸이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그는 단숨에 재벌가의 일원이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잃어버린 재벌 아버지를 찾아 단숨에 부자의 꿈을 이루어줄 마법같은 신물입니다.

  "소원을 말해봐."

  소시가 물었다면 거침없이 "재벌!" 이라고 외칠 이 남자 최석봉의 재벌 아버지를 찾기 위한 행동은 그러므로 아주 노골적이고 당당합니다. 그러나 만일 그의 소원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부자의 탄생』은 곧 『부자의 상속』이란 시덥지 않은 이야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 방송은 최석봉이 대놓고 삽질하다가 김칫국을 거나하게 마셨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자정이 넘었으니 어제가 되는군요.] 방송에서는 두 가지가 드러났습니다.

  한 가지는 낚시터에서 만난 말 그대로 정체불명 낚시꾼-'카드빚한량 우병도'가 슬슬 전면에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는 최석봉의 그 목걸이를 미끼로 한우 꽃등심을 하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그 요청이 특이합니다.

  "네 지갑에 있는 돈 말고. 남의 돈으로 사오라."

  그리하여 최석봉이 기타 하나 메고 '원스'의 노래로 거리공연을 합니다. 청중이 모이더니 천원, 2천원 돈을 던져줍니다. 

  우병도는 최석봉의 잘못된 재벌의 꿈을 뜯어고쳐 '재벌 상속'이 아니라 스스로 '재벌의 탄생'을 이루도록 돕는 조커의 역활로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최석봉의 부친일지도 모를 인물의 등장입니다. 그의 등장은 방송 끝부분에 아주 짧았습니다. 등장이라기보다는 그냥 살짝 보여준 꼴입니다. 그것도 뭔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듯 한데, 멍하니 최석봉의 목거리와 같은 도형을 그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그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는 것인데. 기억상실증의 상태인데 뭔가 무의식 속에서 그 목걸이의 문양이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만을 잊지 않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부자의 탄생』이란 드라마를 볼 땐 주의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주인공 최석봉이 모든 역경을 딛고, 재벌 아버지를 찾다가 스스로 재벌이 되는 이야기는 기꺼이 즐겨 봐줄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좀 허풍이 있고 좀 작위적인 면도 있을 것이나, 아마도 최석봉이 재벌이 되는 과정은 주인공답게 정당하고 건강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부자들을 옹호하는 이야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전작 『공부의 신』이 상위 1%가 된 학벌에 대한 옹호,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대한 옹호라는 비판을 받았듯이, 이『부자의 탄생』이란 드라마도 현 재벌가나 부자들의 선민의식을 옹호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KBS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중략] 당신의 아이가 장래 희망에 당당히 '부자'라고 써도 혼나지 않을 그런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의미있게 새겨 볼 말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굳이 꼬집어 보자면 이중적인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현재 부자들이 부당하게 폄하되는 면이 있으니 이드라마를 통해 그들의 부가 최석봉처럼 정당한 노력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인식되는 것이 즉 건강한 대한민국이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정반대입니다. 현재의 부자들은 욕을 먹는다. 그들은 뭔가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부정하다는 인식이 있는 편이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지 않는다. 이제 최석봉이 부자의 건강한 전형을 보여줄 것이다. 이와 같은 부자가 되겠다고 아이들이 떳떳이 말하게 하고 싶다.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쨋거나 『부자의 탄생』이 어떻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