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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3. 24. 07:05

   이병훈(66)감독이『동이』란 가마솥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가마솥 속에서 끓이고 있는 재료와 양념들의 면면을 보면 벌써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한번 끓기 시작하면 향내가 아주 진동할 것 같다. 

  과거 이병훈 감독이 선보인 사극은 하나같이 출중하다.
 

1999년~2000년『허준』 / 2001년~2002년『상도』 / 2003년~2004 년『대장금』/ 2005~206년『서동요』/ 2007년~2008년『이산』

                        

  

  거장이 만든 작품답게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곤 했다. 
  이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동이』의 솥뚜껑을 열어 조금 냄새를 맡아보니  역시 실망스럽지 않다.
 
  특히 다음과 같은 소스들이 구미를 돋군다.
 

가.액션&무술.

      전작『이산』의 단점은 남성들을 위한 호쾌한 액션 장면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동이』란 새 메뉴는 기꺼이 이 아쉬움을 개선하여 고추냉이처럼 맵고 개운한 액션을 맛보여 준다. '천민 비밀결사조직' <검계(劍契)>와 주적(主敵)으로 등장하는 남인의 수장 오태석 일당이 벌이는 박투는 벌써부터 알싸한 냄새를 풍긴다.  

    『동이』는 첫뚜껑을 열자마자 <검계>의 최동주와 차천수 등이 도망노비를 도와 포졸과 싸우는 호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대나무밭과 어우러진 액션신은 화려하다. 앞으로 대놓고 종종 이런 맛을 보여주리라 말하는 듯하다.분명 『추노』의 액션에 맛들인 시청자들을 염두에 둔 것 같다. 

 

.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suspense).

     『이산』의 작가인 김이영이 『동이』의 극본을 맡아 그의 장기인 범죄 스릴러물의 맛을 선사한다. 음모와 범죄, 이의 해결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패들이 빠르게 쫓고 쫓긴다.

      오늘날의 사법부이자 대법원을 상징하는 의금부(義禁府)와 서울경찰청에 해당하는 포청(捕廳)이 대립하는 구조는 의미심장하다. 의금부는 남인의 수장 오태석과 그의 조카인 오윤이 좌지우지하는 모습이다. 포청의 종사관(從事官) 서용기가 오태석 일당에 대항하는 구조가 서서히 만들어진다. 그러나 의금부는 포청 상위의 구조이고  포청에는 오태석 일당의 간자까지 있다. 포청의 종사관 서용기는 의금부의 세력에 대항하여 동이를 돕는 인물이 될 것 같다.

 

. 패러디& 위트.

     『동이』는 사극답게 고전의 맛을 표방하지만 그렇다고 현대인의 유행과 온전히 메별[헤어짐]하지는 않는다. 전작『이산』에서『무한도전』 멤버들을 까메오로 출현시킨 전래로 보더라도 이병훈 감독은 패러디와 위트란 소스를 다룰 줄 안다. 이는 식욕을 돋우어 주는 에피타이저(appetizer)와 같다.       

 

   감독이 첫 방송에서 선보인 에피타이저로 두 가지 패러디가 있다.
 

. 『추노』 패러디.

      "세상 어디에도 도망친 노비가 갈 곳은 없다." 

     『동이』는 첫방 서두에 포도군관과 포졸들이 노망노비를 쫓아 결박하려는 순간을 보여준다. 누구나 자연히『추노』를 떠올리게 된다. 이때 <검계> 소속 차천수가 갑자기 등장해 포졸들의 추노를 훼방한다.

      "더 이상 저들을 쫓지마라." 

      대나무숲의 멋들어진 액션은『추노』만큼 화려하다. 재밌는 것은『동이』는 도망노비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추노』 행위를 훼방하는 모양이다. 이것이 바로『동이』가 선보인 패러디이다.

 

. <동계올림픽> 휴이시 패러디.

      떠들썩한 시장에서 장수골 창말 아이들과 반촌(泮村) 아이들이 약과를 걸고 계주를 벌인다. 마지막 계주의 선수로 나선 동이가 결국 승리하자 반촌 아이들은 열광한다. 이 때 심판을 보던 어른이 갑자기 동이의 실격패를 선언하고 창말 아이들의 우승을 선언한다. 

      <장터 큰 길 놔두고 좁은 골목으로 왔다>

      이 것이 심판의 변이다. 경기에 앞서 장터 골목길이면 어느 길이라도 된다고 했으므로 이 말은 동시에 어거지이다. 동이가 빠른 길로 온것이 정당함을 따지며 자신들이 이겼다고 몇 번이고 주장하지만 심판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히려 화를 낸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3000m계주에서 한국 선수들이 좁은 인코너를 먼저 선점해서 들어왔음에도 휴이시 심판의 말도 안되는 실격 선언에 금메달을 빼앗긴 악몽이 있다.

      심판이 창말 아이들의 환호에 쌓였다가 잠시 후 '약과상자'를 시상한다. 창말 아이들이 보자기를 벗겨보니 약과는 어디가고 돌멩이들로 채워져 있다. 부정하게 이긴 대가는 돌멩이나 다름없다. 이 말이 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여기엔『동이』식의 복수가 들어있다. 동이는 소란을 틈타 약과를 모두 빼돌려 동무들과 나눠먹은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심판의 어거지와 편파판정을 비웃고 그렇게라도 금메달을 되찾고 싶었었다.

  

    
    처음엔 미지근하지만 한 번 끓기 시작하면 데일 정도로 뜨거운 것이 가마솥의 음식이다. 이병훈 감독이 불을 지피기 시작한『동이』는 어제 밤 두 번째 뚜껑을 열어 보았고 맛있는 김내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극은  필시 맛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