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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9. 14. 07:01

  먼저 동이가 내민 화해의 손길을 끝내 거절한 장희빈입니다. 오히려 동이에게 한번 대놓고 싸워보자고 말합니다. 그녀의 문제는 결국 죽어도[설령 그로 인해 죽을 수는 있어도] 그림자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이죠. 누가 그림자인지 가리자는 겁니다. 그녀를 기다리는 마지막 운명이 무엇인지 끝까지 가보자는 것입니다. 동이가 건넨 인현왕후의 짚인형을 돌려주며 한 마디로 '어디 한번 맘대로 해보세요.' 이런 식입니다.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중전을 방자했다는 증거든지 뭐든지 한번 가진 모든 패를 사용해보라는 것이네요. 자신도 그렇게 하겠으니 말입니다.

 

 

 <왕재 대결의 시작-소감록> 

 

  연잉군의 책보에서 '소감록'이 발견된 일로 동궁전 뿐만 아니라 조정까지 시끄러워집니다.  "잘 하면 연잉군을 잡을 수도 있겠군." 사실 이것은 장희재의 술책이었습니다. 그날 미시[오후 1시~3시]경 세자를 보러왔더니 세자는 연잉군과 함께 나갔다는 동궁 나인의 말을 들었죠. 세자의 방에 들르니 세자의 책상에는 연잉군의 책보가 놓여져 있었고, 장희재는 연잉군의 책보에 세자가 보던 소감록을 슬쩍 끼어넣어둔 것입니다.

  먼저 '소감록(昭鑑錄)'은 제왕학 교본입니다. 한나라 이래 역대 왕조의 왕들이 행한 선정과 폭정의 사례를 수록한 책입니다. 왕이나 세자는 이를 거울 삼아 제왕의 도리를 밝게 비춰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파장은 먼저 동궁전에서 시작됩니다. 미시 정도에 동궁전에 수상한 자가 들러 소감록 뿐 아니라 제왕학 관련 서책들이 여럿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이 소란이 일어남과 동시에 소론의 대신들이 운학선생과 연잉군을 찾아오죠. 마침 그들의 수중에는 소감록이 들려있었고요. 사전에 누군가[장희재?]에게 언질을 받거나 담합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타이밍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제왕학 관련 서책들은 세자가 아닌 군마마의 신분으로는 볼 수 없는 책이라는 것이죠. 연잉군이 보는 순간 '나도 제왕에 뜻이 있소.'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과 다름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잉군과 운학선생을 추궁합니다. 이 순간 연잉군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알리바이겠죠. 미시에 동궁전에 들러 훔치지 않았다는 범죄현장 부재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데 연잉군은 차마 미시에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할 수가 없네요. 그 시각이면 바로 세자와 함께 세자의 탕약이 조제되는 곳에 들러 세자의 위질[아이를 갖지 못하는 병]에 대해 캐낸 시각이고, 세자와 이 사실을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이 연잉군을 얼마만큼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을까요? 장희빈은 약간 회의적입니다. 하기사 동이가 이만한 일로 연잉군이 당하게 놔둔다면 한마디로 웃긴 일이죠. 그동안 서로 생사를 걸고 산전수전 다 다퉈온 동이-자신을 궁지에 몰아 넣은 일이 셀 수 없고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동이가 이 만한 일로 꺾일 거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장희재의 의도는 사실 '아니면 말고'이런 식입니다. 즉 연잉군을 잡을 수 없다면 또 한 가지는 시간을 버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죠. 동이가 연잉군의 제왕학 교본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사이 내의녀의 문제나 중전을 방자하는데 쓰인 짚인형의 문제를 거론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근데 아니나 다를까 연잉군의 소감록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고 맙니다. 자신이 누명을 쓰는 상황에서도 미시의 문제를 밝히지 않으며 약속을 지켜준 연잉군을 보고 세자는 직접 숙종을 찾아가 말합니다. 소감록은 바로 자신이 연잉군에게 보라고 준 책이라고 말입니다.  

  이를 알리 없는 남인들과 소론의 중신들은 편전에서 연잉군의 부당함을 주청합니다. 요지는 '제왕학은 군마마가 볼 수 없다. 이것은 국본을 흔드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찌해야 한다는 것까지 말하려는 순간 숙종이 순수쳐서 간단히 제압합니다. 그 책은 세자가 자신을 찾아와 연잉군에게 주라고 본 책이라고 이미 말했다고 말입니다.

 

  결국 이 사실이 증명하는 것은 세자를 편드는 남인들과 소론이 제왕학과 왕재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결국 연잉군을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감록 문제는 연잉군과 세자를 둘러싼 조정과 궁궐의 왕재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죠.

 

  <숙빈 책봉식-동이라고 중전이 되지 말라는 법 없지만>

 

  연잉군의 소감록 문제를 중신들의 입에서 쏙 들어가게 만드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숙종이 숙의인 동이를 내명부 정1품의 숙빈으로 봉한다는 교지를 내린 것이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교지가 내려지면 숙의가 중전이 되지 말라는 법 없다.'는 것입니다. 중전 자리를 두고 숙종의 진심이 동이에게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분명 당분간은 이 문제를 조정과 궐이 떠들썩할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역시 동이의 출신이 천인이라는 것이죠. 아니나 다를까 남인들과 서인소론 대신들은 모여서 쑥덕쑥덕 '우리나라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눈 좀 크게 치껴뜹니다.

  동이 또한 절대 불가하다며 숙종을 찾아가지만 숙종은 이것이 연잉군도 살고 세자도 사는 일이니 그들과 나를 생각해서라도 조금 더 생각해달라고 합니다. 동이는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아니라는 생각을 서용기나 심운택, 차천수 등에게 밝힙니다. 그런 상황에서 동이의 숙빈 책봉식이 거행되고 이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장희빈은 이제 곧 '누가 빛과 그림자인지 알게 되리라.'합니다.

  가만히 보면 그 옛날에 도사 김환이 장희빈에게 말해준 이 빛과 그림자의 문제는 어쩌면 평생 장희빈으로 하여금 더욱 독하게 발버둥치게 만든 컴풀렉스가 아닌가 합니다. 그 당시 김환은 그림자는 바로 장희빈이라고 했죠. 아마 이말이 평생 가슴 한구석에 남아 오히려 장희빈의 활활 타는 야욕의 시금석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자와 연잉군이 풍등에 빈 소원-왜 세상은 그들을 그냥 놔두지 않을까> 

 

  소감록을 두고 연잉군은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받으면서까지 세자의 병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었고, 세자는 그런 연잉군을 위해 나서서 소감록은 자신이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동이가 지켜주고 싶었던 이 두 형제의 우정입니다.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앉히려는 의중은 확고하고 동이만 마음을 정하면 중전자리는 따놓은 당상인데 동이가 그래서 이것을 원치 않는 것이죠.

  헌데 이런 동이의 속내를 모르고 가장 뻘줌해진 위인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장무열입니다. 그는 남인과 소론 중신들이 장희재의 집에서 회합하고 떠난 뒤에 슬그머니 나타나서 장희재의 속을 좀 긁어놓았습니다. 그가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내의녀를 동이측에 준 이후로는 영 껄끄러운 사이가 된 그 둘입니다. 보경당[숙빈 동이]은 지금 내의녀를 두고 시간을 끄는 것은 언제 터뜨려야 가장 효과적일지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 후 장무열은 다 안다는 듯이 동이를 찾아가 이제 세자의 문제를 숨긴 취선당[장희빈]이나 그를 옹호하는 세력들을 쳐낼 때가 된듯하다고 말합니다. 헌데 동이에게 들은 말은 한마디로 '그건 아니지.'입니다. 동이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확고하게 말하고 장무열은 서로 생각하는 정치가 다르다는 말 만을 들은 것이죠. 일단 그야말로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입니다. 일찌감치 숙종의 의중이, 빈 중전자리는 동이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슬쩍 장희빈 측에 등을 돌리고 동이 측에 선을 댄 것까지는 좋았지만 일은 전혀 그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죠.

  한마디로 동이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입니다.

 

  연잉군과 세자를 두고 조정의 중신들이니 장무열 심지어 장희빈이나 장희재는 모두 적이라고 판단 내린 채 두사람을 왕재니 뭐니 해서 몰아 붙이고 한쪽이 파멸되어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습니다. 동이는 홀로 끝임없이 바로 이것이 아니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두 형제는 바로 서로 끝까지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였던 것이죠.

  이런 두 형제는 오늘도 함께 동궁전에 있습니다. 헌데 왠지 오늘따라 궁이 따분했던 세자는 궁궐까지 들려오는 사당패 소리를 듣고 연잉군과 함께 변복을 하고 저자거리로 몰래 나갑니다. 그곳에서 투호놀이도 참가해서 연잉군의 말마따나 투호대장도 되어서 약과를 상으로 따서 맛나게 먹습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 야시장을 둘러보던 형제는 이제 그만 세자의 석강시간에 맞추어 돌아갈 시간이 된 듯합니다. 근데 연잉군이 문득 답교놀이를 구경하고 싶다고 합니다. 답교 놀이에서 꼭 빌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세자는 망설이다가 그럼 그러자고 합니다.

 

  답교놀이를 한 후 풍등(風燈)에 마음과 소원을 담아 날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둘이 함께 날린 풍등이 하늘 높이 치솟아 다른 풍등과 어울려 밤하늘의 빛처럼 어둠을 밝힙니다. 연잉군이 빈 소원은 '형님[세자]가 아프지 말라는 것'이고 세자가 빈 소원은 '지금처럼 너와 오랫동안 우애를 나누며 지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연잉군은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인데 괜한 소원을 빌어서 아까운 소원을 날렸다는 듯이 말합니다. 세자는 살며시 웃으며 '그래?'합니다. 세자는 바로 세상이-궁궐이란 곳이-정치란 것이 자신들을 그리 놔두지 않으리란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것이죠. 심지어 모친인 장희빈이 틈만나면 연잉군은 적이라고 함께하지 말라고 노여워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오래오래 연잉군과 형제의 우애를 나누는 일이 소원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동이가 지켜주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세자니 왕자니, 왕재니 이런 것을 떠나 현재 세자와 연잉군이 나누고 있는 형제간의 우정을 그 마음이 다치지 않게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죠.

 

  <소매치기 누명을 쓰고 포청에 끌려간 세자-그럼에도 꺽이지 않을 형제애>

 

  헌데 소매치기가 달아나다가 마침 두 사람의 발치에 돈주머니를 떨어뜨리고 갑니다. 뒤쫓아온 양반과 그의 하인은 막무가내로 세자를 포청으로 끌고 갑니다. 한편 궁궐에서는 세자뿐만 아니라 연잉군도 저녁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난리가 납니다. 심지어 숙종까지 알게 되고 의금부와 내금의, 감찰부까지 동원되어서 두 사람을 찾게 됩니다.

  풍등에 빈 소원을 무색하게 만들고 두 형제의 오랫만의 궐밖 나들이가 이처럼 한바탕 소란이 되는 것을 보면 결국 연잉군과 세자를 둘러싼 운명이 순탄치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은 결국 아이들을 놔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먹은 모든 순수함도 세상은 끝내 변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동이와 세자와 연잉군이 지켜주고 지켜가는 마음은 결국 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설령 누가 왕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사실상 결국 동이가 한사코 중전의 자리를 거부함으로써 동이는 어쩌면 세자에 대한 연잉군의 마음을 지켜주는 것이고, 세자가 결국 왕위에 올라 경종이 되었을 때 역시나 남인과 소론들이 여전히 위협적인 왕재인 연잉군을 몇 번이나 죽일 것을 간청하게 되지만 경종은 끝까지 연잉군을 옹호하고 지켜주게 됩니다. 따라서 연잉군은 경종의 뒤를 이어 무사히 영조가 될 수 있었던 까닭에는 결국 그들의 변치 않는 형제애가 있었던 것이죠.

  더구나 세자가 무사히 경종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결국 그의 후사를 볼 수 없는 몸에 대한 문제가 끝내 지켜지거나 이를 상관없게 만드는 동이의 적극적인 지원[숙종에 대한 설득] 이런 면도 있게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연잉군이 세자가 아프지 말라고 빈 소원 또한 어떤 면에서는 꺾이지 않고 지켜지는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동이'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정입니다.

원래 두 사람의 운명이 순탄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기니긴글잘읽지는못했어요
용서하세요
좋은밤되세요
댓글이넘 늦었죠? 동이 TV로는 못보고 장작님 리뷰로 잘 보고 갑니다. ^^
꺽다가 아니라 꺾이다에요. 아무튼 잘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