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문화연예

마른 장작 2010. 9. 15. 07:09

  결국 세자와 연잉군이의 답교놀이가 문제가 되었네요. 두 사람이풍등에 빈 소원을 무색케할 만큼 궐이란 곳-어른들의 정치판이란 것은 확실히 또한 볼썽사납습니다. 7살의 연잉군이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저들의 주장과 억지에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동이는 잘도 참아냅니다. 저들의 주장 또한 세자가 국본이기에 연잉군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결국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눈이 문제인 듯합니다. 뜬금없이 김제동이 생각이 납니다.

 

<사건의 재구성>

  세자와 연잉군이 동궁전에서 함께 있다가 사당패 소리를 듣고 궐에서 나가자고 주장한 이는 세자입니다. 이때 연잉군은 '안될 텐데'하고 걱정했습니다. 결국 세자의 뜻대로 몰래 저자거리로 나가 투호놀이 등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됩니다. 문제는 석강시간 전까지 돌아가야는 세자가 이제 그만 가자고 할 때 갑자기 답교놀이가 하고 싶었던 연잉군이 조금 만 더 놀고 가자는 식이 됩니다. 약간의 여유 시간이 있었기에 세자도 연잉군의 말에 따릅니다. 그리고 풍등에 서로의 소원을 빌었죠. 연잉군은 세자가 병이 났기를, 세자는 연잉군과 이처럼 우애를 영원히 나눌 수 있기를 말입니다.

  이때 소매치기가 발치에 떨구고 간 돈주머니가 문제가 되어 세자는 포청에 끌려가고, 두 사람 모두 제 시간에 궁궐로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뒤늦게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안 궐 안이 발칵 뒤짚힙니다. 포청이고 내금위고 감찰부고 심지어 동이까지 궐 밖으로 나서서 두 사람의 행방을 찾습니다.

  연잉군은 나름대로 세자를 구하려고 헤매다가 다행히 장악원의 황주식과 영달을 만나고, 세자는 꾀를 내어 포청에서-그리고 포졸 들의 손에서 줄행랑을 놓다가 차천수를 만나게 됩니다. 모두 궐밖으로 돌아오고 사건이 이대로 끝나려나 싶었지만 어림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미운 놈이 도리질하는 꼴?>  

 

  미운 자가 하는 짓은 다 밉게만 보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먼저 한마디로 장희빈은 세자를 위협하는 연잉군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세자의 병과 연잉군의 왕재가 비교가 되어 미워죽겠는데 그런 연잉군이 세자를 꾀어서 궐 밖으로 데려갔다고 일방적인 생각을 하고 보는 겁니다.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이런 식으로 다짐하는 장희빈이 이 순간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연잉군을 위해 변명하던 세자가 갑자기 쓰러지고, 병명이 기력이 쇠한 상태로 궐 밖의 바깥 바람을 쐬고 무리를 한 것이 문제였다는 남의원의 진단이 떨어지자 더욱 분노의 불꽃을 불태우는 장희빈이 약간 이해가 될 듯도 합니다. 세자를 호위하는 익위사의 익위들을 불러 연잉군을 잡게 합니다. '감히 세자를 위해하려 하다니 결단코 연잉군을 용서치 않으리라.' 이런 식인데, 저는 여기서 이제 7살의 어린아이에 불과한 연잉군이 어떻게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느냐는 거죠. 결국 여기에는 장희빈의 평소 심층 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병약한 세자와 대비되는 연잉군의 총명함, 이런 연잉군과 모후인 동이에게 쏟아지는 숙종의 사랑. 이 두가지만 있어도 뼈속까지 연잉군을 미워하는 일은 쉽습니다. 그런 연잉군이 제 딴에는 재롱을 부린다고 갓난아이 놀음인 도리질까지 해도 쉬원치 않을 판에, 연잉군이 한 일이 밉다니까 더욱 보기 싫은 짓만 한 꼴이죠. 덧붙이면 아마 본능적으로 이 일이 연잉군을 붙잡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빠르게 스쳤을 겁니다.

 

  역설적으로 제게는 바로 이런 장희빈이 오히려 아주 꼴사납게 비췄습니다. 미운놈이 도리질하는 꼴은 바로 장희빈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죠. 결국 아직 어린아이들에 불과한 형제들의 정까지 정치색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 시선이 못마땅합니다. '서로 사랑할 수 있게 그냥 놔두면 안되겠니?' 소위 그렇게는 못한다는 것이죠. 세자가 '지금처럼 연잉군과 오랫동안 우애를 나누며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풍등에 빈 소원도, 연잉군이 '형님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풍등에 빈 소원도 장희빈 앞에 이르면 모두 무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을 좀 더 살펴보면 연잉군은 익위사에 끌려가 '자신이 답교놀이를 하자고 졸라서 세자가 석강 시간에 돌아가는 것도 늦고 그래서 포청에 끌려가고 쓰러진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말 속에는 처음 궐을 나가자고 주장한 사람은 세자였다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연잉군은 이 말은 동이에게 그리고 숙종에게도 똑같이 합니다. 이 날의 일이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이죠. 반대로 세자는 거꾸로 궐 밖으로 나가게 된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모친인 장희빈에게 그리고 숙종에게도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동이, 숙종은 이해할 수 있는 일-연잉군과 세자가 신분을 떠나 서로 지켜주고 나누는 정을 이해하고 있는데 오직 장희빈 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에는 모두 정치의 잣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세요. 연잉군은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라 적입니다.' 이런 주장인데, 소위 적과 나 이런 이분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 경계에 있는 사람사는 정이라든가 양심에 따른 보편적인 행동, 두 형제들의 소신있는 행동도 권력과 정치의 셈법으로 따져보면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제동스러운 세자와 연잉군>

 

  '지금처럼 연잉군과 오랫동안 우애를 나누며 지낼 수 있게 해달라.' 이 너무도 보편적인 인간의 양심과 자유의지가 어떻게 꼭 풍등에 빌어야만 하는 소원이 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인데 괜한 소원을 빌어서 아까운 소원을 날렸다는 연잉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자는 살며시 웃으며 '그래?' 했었죠. 세자는 바로 궁궐이란 곳이-정치란 것이 자신들을 그리 놔두지 않으리란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친인 장희빈은 틈만나면 연잉군은 적이라고 함께하지 말라고 노여워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오래오래 연잉군과 형제의 우애를 나누는 일이 소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사람이 가지는 보편적인 자유 의지와 양심에 따른 행동, 사람의 정이 왜곡되고 거부되고 다른 색깔로 해석되는 것이 정치판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꾸 김제동이 생각난다는 것입니다.

 

  세자는 궐 밖에서 동이가 모시겠다고 하자 오히려 말립니다. 자신과 함께 궁으로 돌아가면 동이가 고초를 겪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연잉군도 이 일에 대해서 절대 모르는 일로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걱정은 현실이 됩니다. 남인과 소론의 중신들은 또한 궐 밖으로 나갔다가 세자가 쓰러지는 참혹한 일을 당한 사태의 책임이 모두 사가에서 나고 자란 연잉군의 꼬임에 있으니 다시 사가로 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만일 이 주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등청도 거부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세자의 걱정은 결국 그가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는 면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어머니인 장희빈의 행보가 곧 정치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싫어도 알 수 밖에는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장희빈은 세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연잉군은 세자의 아우가 아니라 적이다.'는 생각을 주입시킵니다. 하지만 세자는 거부합니다. 연약한 듯한 모양새와 달리 그의 소신은 절대 꺾이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이 결국 외유내강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세자가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꺼내든 패는 자신도 자신의 병에 대해 알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그것때문에 연잉군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내게 준 연잉군에게 못난 아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당연히 장희빈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것 뿐인가요. 세자는 정말 정치와 권력이란 것을 떠나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르는 것을 향해 한발을 더 내밀어 보입니다.

  먼저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미안해하는 연잉군에게 '내가 더 미안하다.'고 합니다. 연잉군이 자신을 위해 죄를 자처하는데 자신은 그런 아우에게 형으로써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인 숙종을 찾아가 고백합니다. 세자인 자신에게 큰 병이 있어 세자의 자격이 없고, 그 사실을 숨긴채 국본의 자리에 있을 순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질[아이를 갖지 못하는 병]이라는 고백까지는 진행되지 못한 채 이번 회가 끝납니다.

 

  연잉군을 보면 지난번에는 소감록 사태에서 세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죄를 뒤집어 쓴 적이 있습니다. 미시에 동궁전에 들러 소감록을 훔치지 않았다는 범죄현장 부재를 증명할 수 있어야 했는데 연잉군은 차마 미시에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각이면 바로 세자와 함께 세자의 탕약이 조제되는 곳에 들러 세자의 위질[아이를 갖지 못하는 병]에 대해 캐낸 시각이고, 세자와 이 사실을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또 세자가 궐 밖으로 나가 쓰러진 것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죄를 자처했습니다.

  이런 세자와 연잉군의 행보를 보면 장희빈이나 그것을 핑계로 7살에 불과한 연잉군을 모략하는 정치판을 보면 한마디로 꼴사납기 그지없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양심의 고백과 소신에 따른 행보를 할 때 어른들은 온통 정치색으로 왜곡하고 사가로 내칠 생각 밖에 없는 작태를 보노라면 그래서 자꾸  김제동이 생각나는 겁니다.

 

  <오태풍이 내릴 피의 불벼락>

 

 오태풍은 한번 억지로 자살당할 뻔한 일로 반쯤 혼이 빠진 아들 오호양으로 인해 어떤 놈이 그랬는지 잡히기만 하면 피의 불벼락을 내릴 것이라고 벼르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포청에 찾아가 범인을 찾아내라고 달달 볶습니다. 그러다가 따로 왈패들을 시켜 아들을 죽이려한 자들을 잡아들였는데 알고보니 장희빈의 모친인 제동 윤씨부인이니 시킨 일이라는 겁니다. 오태풍이 과연 어떻게 피의 불벼락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정말 이번에 느낀 것은 장희빈이 너무 겁없이 설친다는 겁니다. 동이가 지금 무슨 인내심으로 자신이 가진 패를 쓰지 않는지도 모르고 날뛰는지. 동이는 세자를 위해 세자의 '위질'도 공개하지 않고 중전을 방자한 짚인형 사건도 참고 있는데 장희빈은 거꾸로 알량한 답교놀이 하나 가지고 연잉군을 칠 궁리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도대체 오호양의 말마따나 그러다가 피의 불벼락을 맞으면 모두 제 탓일겁니다.

  세자는 심지어 동이를 찾아와 세자의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자신때문에 연잉군이 다치게 하는 일은 없게 하려한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동이는 이 일로 세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급히 연잉군을 만나러 동궁전에 가니 대전에 갔다는 것입니다. 동이는 다시 급히 취선당에 가 장희빈에게 세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장희빈은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냐?' 이런 식으로 놀라는 겁니다.

 

  미운 놈이 도리질하는 꼴은 결국 장희빈입니다. 제가 살지 죽을지도 모르고 너무 설치는 것이죠. 동이가 무엇을 참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누구처럼 당해봐야 정신 좀 차리려나 모르겠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좋은하루잘보내셨지요
글쓰시느라고생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