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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9. 21. 06:00

  '동이' 53회는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장희빈의 마지막 운명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희빈이 미치는 꼴을 보여줍니다. 제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아닙니다. 만일 그 누구도 장희빈과 같은 입장을 당했다면 환장할 지경에 처했을 겁니다. 그래서 시쳇말로 표현하죠. 눈이 돌아간다구요. 오늘 보니 장희빈이 당한 일이 꼭 그짝입니다. 물론 제 스스로 화를 자처한 꼴입니다. 세자가 숙종을 찾아가 자신의 위질을 고한 것도 결국 장희빈의 뒤틀린 자식 사랑때문입니다.

 

  <뒤틀린 자식 사랑의 끝>

 

  어미가 아우인 연잉군을 다치게 하려 하니 못난 형이 되어 지켜줄 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낳지도 못하는 병을 지닌 못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미는 라이벌인 배다른 아우를 해치려 하는 것이죠. 사극 '동이'에서 훗날 경종이 되는 세자 균은 유약하지만 선하게 그려집니다. 양심에 따라 그런 자신을 참을 수 없게 만들고 결국 아비인 숙종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하게 만듭니다. 

  이 소식을 안 장희빈은 당연히 아주 하늘 높이 쌓으려 했던 바벨탑이 한 순간에 무너진 듯한 경악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세자를 보니 통탄스런 눈물이 절로 날 밖에요. 그녀가 지금껏 쌓은 모든 죄악은 "세자를 위해서 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꼭 이상하게 자꾸 '제빵왕 김탁구'의 서인숙이 자꾸 오버랩이 된단 말이죠. 뒤틀린 자식 사랑의 행태 말입니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자꾸 이런 강박을 받는 입장에 서면 기분이 어떨까요?] '세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비밀'이라고 말하자 세자는 '자신을 위해 그리했다고 하지 마세요.' 이렇게 저항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미의 그런 마음을 아는 지라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것이죠. 결국 어미의 뒤틀린 사랑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은 양심의 고백 뿐인 것 같습니다. 성군을 꿈꾸는 그에게 어미인 장희빈은 오히려 왕실과 종사를 흔드는 못난 왕으로 만들려 했다는 것이죠.

 

  장희빈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세자가 진정 원망스러웠을 겁니다. '끝이다. 모든 것이 다.' 세자가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 것이죠. 그렇습니다. 장희빈에게 세자가 왕이 되는 것은 자식에 대한 어미의 마음 뿐 아니라 자신이 그 모후로써 권세를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또한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즉 그림자가 아닌 빛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꿍꿍이 속도 있는 것이죠. 물론 어느 쪽이 큰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뒤에 숙종에게 자신은 어찌 되어도 좋으니 세자만 굽어살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희빈을 보려니 이런 판단도 갸웃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껏 제작진은 희빈을 권력의 화신으로 그렸다는 것이죠.

 

  세자의 위질을 알게 된 숙종은 처음엔 머릿 속이 공황상태인 양 멍한 표정을 짓다가 점점 화가 폭주하는 쪽으로 돌변합니다. 혼자서 두 주먹을 으서져라 움켜쥐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합니다. 벌떡 일어나 단숨에 장희빈을 찾아갑니다. 갑자기 들이닥쳐 장희빈을 노려보자 함께 있던 장희재는 알아서 도망나갑니다. 희빈은 세자에게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숙종에겐 이 순간 일단 네 가지 정도의 마음이 있을 듯 합니다. 세자의 병을 1년 동안 숨겨 자신과 종사를 능멸한 희빈에 대한 분노, 세자에 대한 아비로써의 안타까움, 아비 이전의 임금으로써의 올바른 선택, 기회를 주면 다시 동이와 연잉군을 해칠 희빈에 대한 경멸의 마음. 가는 숙종의 바지가랭이를 붙들고 늘어지지만 숙종은 냉정하게 뿌리치고 갑니다.

  눈치 빠른 장희재는 일단 편전 앞에서 연잉군을 벌하라고 읍소하며 주청하던 남인과 소론을 재빨리 물리칩니다. 어짜피 장희빈의 사주를 받던 중신들이니 뭣 모르고 일단 물러는 납니다만. 그 이유는 장무열이 슬쩍 흘립니다. [바로 세자가 몹쓸 병에 걸려 숙종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식이었을 겁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궐 안의 모든 나인들에게까지 퍼져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이 됩니다. 하지만 제딴에는 이제 동이와  연잉군 편에 서서 모략도 좀 꾸미고 도와주려는데 동이는 또 직접 찾아와 잘못했다고 그를 책망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빼돌려 동이 측에 준 내의녀 건을 가지고 역으로 장무열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니 참 난감한 지경입니다. 

  동이가 굳이 장무열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것은 동이의 바른 정치적 이상과 세자와 연잉군의 형제간의 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동이- 그럼에도 파멸의 책임은 장희빈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집요한 제작진의 의도일 겁니다.   

 

  <뒤틀린 자식 사랑의 끝 2> 

 

  결국 오태풍-오호양 부자가 한 건 할 줄 알았습니다. 어짜피 장희빈 측에게 팽당한 오태풍이고,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질러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하고 그 죄를 아들인 오호양에게 씌워 강제로 자살하게 만들려던 음모가 모두 장희빈의 모인 윤씨가 사주한 일임을 밝혀냈으니 당장 포청에 달려가 고발합니다. 결국 의금부까지 알게 되고 차천수는 병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던 윤씨부인 일행을 모두 포박해 압송합니다.

  소식을 듣고 그렇게 잡혀 오는 모친을 보는 장희빈은 울부짖으며 모친을 구하려 발버둥치지만 통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번 편은 온통 장희빈의 눈물이 8할입니다. 마치 수족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을 통해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장희빈의 모인 윤씨부인인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기 위해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르고 그 죄를 뒤짚어 씌우려 한 소문 또한 대번에 궐에 퍼지니 숙종도 알게 되고 동이도 알게 되고 심지어 세자도 알게 됩니다. 동이로서는 새삼 충격일 것이고 세자는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자책하며 울고 숙종은 그런 세자가 걱정되어 찾아가 안아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다 끝난 깊은 밤이다.' 장희빈이 한밤중에 자존심을 꺾고 찾아간 소론의 영수는 한참 기다리게 해 놓고는 집사 따위를 통해 이런 말이나 전하며 축객령을 내리니 대문을 나선 후 장희빈은 어이없고 분한 마음에 기가 막혀 웃다가 울 수 밖에 없습니다.

  감찰부에서는 취선당의 나인들까지 모두 감찰부로 압송합니다. 결국 윤씨부인과 취선당의 나인들이 추국장으로 끌려나갑니다. 장희빈은 모든 것을 포기하느냐 정말 미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삶을 포기한 장희빈 미치다>

 

  드디어 살아갈 이유가 없게 된 장희빈에게 오라비인 희재는 살아갈 이유라면 원한을 갚는 것이 남았다고 부추깁니다. 장희빈은 그렇구나하고 깨닫습니다. 어머니인 윤씨부인이 가는 마당이고 세자까지 무너진 마당이라면 어머니 가슴에 원한을 남겨드리지 않겠다고, 동이와 연잉군의 죽음을 내어드리겠다고 다짐합니다. 장희재는 수하들로 하여금 등촉방의 가장 화력이 좋은 기름을 훔쳐오게 한 후 동궁전에 불을 지릅니다. 불길이 워낙 거세 궐 안의 인원으로는 끌 길이 없자 첩종이 울리고 일반 백성들까지 궁궐로 들어가 불을 끄게 됩니다. 이 틈에 섞여 들어온 자객들은 온통 불타는 동궁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서 동이와 연잉군을 죽일 것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작당한 장희빈과 장희재의 뜻대로 모든 일이 흘러갑니다. 다만 자객들이 변장하고 물마차를 밀며 지나갈 때 문득 차천수는 그들의 신이 도둑들이나 신는 모마혜라는 것을 이상하게 여깁니다.

 

  자객들은 두 나인들을 죽인 후 홀로 남은 연잉군에게 칼을 내리칩니다. 이 때 동이가 달려들어 아들을 감싸고 동이는 칼을 맞습니다. 

 

  <방화와 무고의 옥을 방화 한방으로 짬뽕시키는 제작진의 가상한 노력>

  역사적으로 장희빈과 장희재가 죽는 이유는 바로 '무고의 옥'입니다. 1701년 중전 민씨[인현왕후]가 원인 모를 병으로 죽었을 때 희빈이 취선당 서쪽에 신당을 차려놓고 민비를 저주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입니다. 이에 숙종은 희빈을 자진케 했으며 장희재와 그 일파를 죽이고, 그 일에 관련된 궁녀와 무당을 죽였습니다.

  하지만 사극 동이에서는 윤씨부인과 장희재가 중전을 방자하는데 쓴 중전의 짚인형을 동이가 얻고도 이를 사용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게 했고, 심지어 이 일에는 장희빈이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구성했습니다. 

 

  제작진은 역사적인 무고의 옥을 따라 장희빈과 장희재가 죽는 것이 아니라 방화와 동이와 연잉군의 자객사건의 책임을 물어 두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또 역사와 너무 차이가 납니다. 현재 동이에 대해 만만치 않게 비평을 가하는 부분이 너무 역사와 다르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한편 달리 생각하면 제작진은 분명히 방자-무고 등의 미신적인 행위로 사람이 죽을 수는 없다는 현실을 직시했는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중전의 죽음은 사가에서 얻은 병이 깊어 죽게 만든 겁니다. 만일 그때 정말 무고로 중전이 죽은 양 이야기를 꾸몄다면 오히려 지청자들의 거센 비난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첨단을 사는 과학 시대에 허무맹랑한 역사적 답습이라고 말입니다. 헌데 역시 역사는 역사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의금부는 취선당의 나인들까지 모두 끌고 가 말그대로 추국장에 넣었습니다. 주리를 틀고 고문을 하며 알고 있는 비밀을 모두 말하라고 할 것은 분명하고, 결국 방화사건과 자객사건의 전말은 물론 무고사건까지 그들의 입을 통해 드러날 것 같습니다. 다음 회의 예고를 보니 결국 장희빈이 고문을 당하는 어머니와 오라비 그리고 수하들을 보며 자신이 모든 것을 시켰다고 고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당을 써서 방자질을 하고 중전을 모해하려 한 것도 나다.'고 말합니다. 이 모든 소리를 옅듣던 숙종이 '희빈'하며 분노합니다.

  결국 희빈을 죽일 수 있는 수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무엇을 택할지는 결국 사관의 몫이지만, 만일 동이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세자 균과 연잉군 금의 형제애라면 세자의 모인 장희빈이 연잉군과 동이를 죽이려 했다는 오점은 영원히 두 형제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다라처럼 놓이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최후의 희망[그것이 설령 억지라 해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만 그 사사하는 이유를 숙종은 중전에 대한 무고의 죄로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최종 숙종의 판결이 더욱 역사에 힘이 실리는 기록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결국 장희빈과 장희재가 죽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현재 마지막으로 터진 방화와 동이와 연잉군에 대한 살해 음모일까요? 그러기에는 역사와 너무 괴리가 심합니다. 따라서 이 것은 단지 무고의 죄가 드러나게 하는 방편에 불과하고 역사적인 사실과 합일시키려면 이에 대해 추국하는 과정에서 결국 무고가 고발되어 나와야 했던 것이죠.  아직 중전이 죽은지 한 해가 지나지 않은 동일한 년도입니다. 따라서 무고의 옥은 아직 유효한 것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장희빈의 측근인 장희재가 악의 축이군요!
안타깝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요즘 걸핏하면 동이 구성에 대해 역사와 다르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리뷰들이 많은데
이와 달리, 제작진 의도와 역사 기술과의 차이 문제 해석 등
적절한 해설 잘 읽었습니다.
지도 잘 읽고 물러가고자 합니다
마른장작님 한가위 잘 보내세요
잘읽고감니다
푸석잘보내세요
여기는비가많이와서오늘은글이없어요
아~~글을 읽다보니 또 그리도...
숙종,,,세자와 연잉군의 사이를 생각할 수 뿐이 없지요.
이리 생각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게하니 역시 베스트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