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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9. 30. 08:42

  '도망자 Plan.B' 첫회를 보고 난 느낌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본능적이란 것이다. 사극 '추노'가 칼로 표현되는 세계였다면 '도망자'는 총과 최첨단의 전자공학으로 표현되는 세계이다. 모두 알다시피 도망자는 추노의 명콤비 천성일 작가와 곽정환PD가 다시 손을 잡은 드라마이다. 도망자를 보다보면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들-속도감, 감각적인 영상, 코믹적 요소-에 그래서 그런지 '아하'하고 감탄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추노와 도망자 모두는 결국 쫓고 쫓기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문득 천성일과 곽정환은 왜 이런 식의 드라마와 소위 '필'이 꽂혔을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답은 곧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서정적인 것보단 서사적인 것, 사랑도 당연히 들어가지만 그 또한 영웅적이고 남성적인 세계의 반작용으로 얻어지는 결과라는 것에 천착한다는 느낌이다.

  나는 남성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도망자 첫회가 마음에 들었다.

 

 

  여자주인공 진이(이나영)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들에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멜기덱'이라는 정체 불명의 인물이 진이가 아주 어릴 적엔 그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죽이고, 조금 커서는 부모님을 죽인다. 숙부와 숙모가 양부모가 되지만 성장해서는 그들마저 살해당한다. 결국 멜기덱은 진이의 할아버지대부터 숨겨온 어떤 것의 비밀[단서]을 얻어내기 위해 그들 가족을 차례로 살해하는 것이 분명하다. 진이의 양부모까지 죽이고도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면 남은 것은 진이이다. 진이에게 어떤 유품이나 멜기덱이 찾는 그 어떤 것의 단서가 전해졌을 것이다. 따라서 진이는 도망자가 된다.  

 

 

   남자 주인공 지우(정지훈)는 사립탐정이다. 정확히는 국제탐정협회 태평양지부 아시아지회 대한민국사무소장이다. 1년 3개월 전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일어난 동양인 부부 변사사건을 해결한 사립탐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문제는 이 사건이 그의 운명을 바꿔 놓는 키워드가 됐다는 것이다. 둘도 없는 절친이자 동료였던 케빈(오지호)이 한국[호프집]에서 의문의 죽음[화재에 의한]을 당하고 지우는 그 누명을 쓰게 된다.

  하지만 이 죽음에는 분명히 멜기덱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지우와 해결한 동양인부부 변사사건의 피해자들은 다름 아닌 진이의 양부모였고, 케빈은 분명 이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지우가 모르는 멜기덱에 접근했을 것이다.[결국 그 둘이 해결한 사건의 범인은 진짜 범인이 아니거나 그 끄나풀에 불과했던 것]

 

 

  한국 경찰은 호프집 CCTV화면에 찍힌 지우의 모습을 증거로 케빈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한다.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도망가게 되고 경찰은 필리핀까지 쫓아가 다시 지우를 잡게 되지만 막판에 지우는 경찰의 총을 빼앗아 총격한 후 끝내 도망가게 된다. 그 경찰이 바로 도수(이정진)이다. 결국 지우는 도수에게 쫓기는 도망자가 된다.

 

  진이는 지우에게 멜기덱이란 사람[혹은 단체]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국제적으로는 허용되는 탐정이 왜 한국에서는 불법일까. 궁금함을 뒤로 하고, 따라서 사설정보관리사[PIA]라고 해야 한다. 지우가 이처럼 설명할 때 진이는 간단하게 제압한다. "일종의 흥신소라고 부르면 될까요?" 

  진이는 멜기덱에게 복수를 결심한 표면적으로 차가운 여자이다. 지우의 케릭터는 일단 안면몰수하는 파렴치한에 여자와 돈만 밝히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탐정사무소 이념은 '되면 한다'이다. 약간 불법적인 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분위기이다. 바로 '되면 한다'는 '돈이 되면 한다'는 뜻이 분명하다. 약간 건방을 떨던 지우가 진이가 1억을 제시하자 즉시 VIP접대 모드로 바뀌는 것이 그것의 좋은 단면이다.

 

   <이름 속에 숨은 복선들>

  결국 멜기덱을 둘러싸고 진이와 지우, 도수가 얽혀지게 된다. 진이는 멜기덱의 추적을 피해야 하지만 거꾸로 지우를 통해 그를 추적하고 복수를 꾀한다. 지우는 도수를 피해 도망가지만 멜기덱을 추적하고 결국 케빈의 살인 사건을 더불어 쫓게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도망자이만 결국은 추적자이기도 하다. 도수는 일단 지우를 쫓는다. 그에게서도 도망자의 냄새가 날 수 있을까? 

 

  재밌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 상징하는 운명들이다. 제작진은 진이를 한자로 眞異라고 표현한다. 진실과 다름. 그녀는 자라면서 멜기덱이란 존재에 의해 여섯 명의 가족이 살해되는 모습을 봐야했다. 결국 그녀는 복수를 위해 피마저 차갑게 식은 존재, 술도 담배도 사랑도 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넓은 저택에는 달랑 고양이 하나만을 기르고 있다.

  그녀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그녀의 후견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여운사의 주지스님이다. 그녀가 복수를 다짐하자 스님은 문득 죽음이 두렵냐는 질문을 던진다.[그녀가 복수하는 것은 결국 가족들의 죽음-그것에 대해 감당해내지 못하는 두려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이에 진이는 '사는 것도 두렵다'는 식으로 말한다. 스님은 삶과 죽음이 결국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진이는 그 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니냐고 되묻는다.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인데. 眞과 異라는 것은 그녀의 평생 화두가 되어왔던 삶과 죽음에 대한 불교적 화두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면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녀의 이름에는 겉과 속이 다른 운명에 대한 예시가 숨어 있다고 본다. 차가운 가장 뒤에 뜨거운 사랑을 갈망했던 삶에 대한 상징 말이다.

 

  지우는 智愚이다. 지혜와 어리석음이다. 지우가 괜히 탐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혜란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을 말한다. 그는 분명 그런 명석한 두뇌를 자랑한다. 왜 그 뒤에 어리석을 '우'자를 붙였을까. 일본 '나까무라탐정 사무소'의 나까무라 황(성동일])이 증언하는 바에 의하면 그는 '썩은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발정난 하이에나라고나 할까.'이다. 지혜를 올바로 쓰지 못하고 돈과 여자를 밝히는 일에 쓰기 때문에 어리석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는 여자에 헤픈 모습이지만 진실한 사랑-여자는 오히려 믿지 않는다. 그 어리석음일까? 그럼에도 진이를 사랑하게 되는 어리석은 운명에 빠져 목숨을 걸게 될 것이 분명하니, 사람은 결국 아무리 자기가 지혜롭고 똑똑한 척해도 사랑에 눈이 머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한편에는 등잔밑이 어둡다고 케빈의 죽음에 지닌 진실-과연 무엇일까- 을 코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어떤 어리석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재밌는 것은 그가 툭하면 인용하는 성경의 구절이다. '성경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370번, 사랑이라는 단어가 306번, 그 다음 믿음이 246번이나 나온다.'고 만나는 고객마다 툭하면 말하는 것이다. 지우에게 있어 왠지 이 '죽음-사랑-믿음'은 앞으로 그의 삶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도수는 한자로 屠囚이다. 屠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고 囚는 가두거나 갇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의 경찰-형사란 직업과 매치가 되는 듯하다. 그는 까마득한 후배인 백남정(데니안)에 의해 외사과의 팀장 자리를 뺏기고 만다. 능력이나 공적, 연차 등으로 보면 도수가 당연히 차지해야 함에도 백남정은 소위 '빽'을 써서 팀장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 후 보란 듯이 반말하고 도수를 소위 갈군다. 그의 인내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드라마에 반전을 주고자 한다면 그는 지우를 쫓다가 멜기덱의 유혹에 넘어가 추노의 황철웅과 같이 돌변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살인자의 길을 갈 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끝내 그 죄의 댓가로 감옥에 갖힌다는 뜻이 이름 속에 내포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그는 결국 도망자의 운명이 되는 것이다.

 

  멜기덱(김응수)은 어쩌면 멜기세덱의 차용인지도 모른다. 구약성경에는 이 이름이 11번이나 등장한다. <창세기>에 “살렘왕,…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라고 나와 있고, <히브리서>에는 그리스도를 '멜기세덱과 같은 대사제(大司祭)'라고 칭할 만큼 멜기세댁은 굉장힌 높은 존재로 나온다. 그는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불리거나 혹은 '정의의 왕'으로 불린다.

  현재 '도망자'에서 정체불명의 악의 축인 멜기덱은 바로 멜기세댁에서 따온 이름이거나 별명, 어쩌면 단체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생각하는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 정의의 왕은 현재 무엇일까?  황금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증스럽게 멜기세덱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꿈꾸는 것이다. 

 

  제작진이 주인공들의 이름에 부여한 센스를 보면 상당히 현학적이고 기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상당히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작명 센스가 숨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추측들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번 이름을 통해 제작진의 의도를 탐구해보는 것도 '탐정'이 등장하는 '도망자'이니 만큼 재미있는 일이다.

어떨때보면 작명을 주인공의 캐릭터에 맞게 지을때 있더라고요...
센스가 있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비밀댓글입니다
첫방송을 놓쳐서 아쉽지만,오늘 방송은 필히 보아야 할 듯 싶군요.
멜기세덱을 멜기덱...?ㅎㅎ
햇살이 참 곱네요.
마음,행복하세요.^^
재밌게 풀어주셨네요^-^ 도망자 드라마보다 더 재밌었어요~^^
보지는 못했지만 재미 있을것이란 느낌이 있는 드라마더군요.
작명이 등장인물들이 성격을 규정짓는 경우가 많더군요.
드라마가 바뀌었군요<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
오늘부터라도 봐야겠습니다<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
오늘은 인사만 드리고 물러갈까 합니다.
새로움이 움트는 가을의 9월도 이제는 서서히 물러가나봅니다.
10월에도 님의 건강한 삶 이어가시기를 빌어 드립니다.

해석,,,,,,대..대단 합니다~>0<
시월달에도좋은글부탁합니다
그동안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완전 쉬지않고 쭉 읽었어요.
풀이 재밌네요.
진이랑 지우 작명은 으흥~ 하며 읽었는데 도수는 응? 정말? 이랬다는.. ㅋㅋ
황철웅처럼 돌변한다면 완전 대박~_(≥∇≤)ノミ
과연 님의 풀이대로 진행될지 기대하며 시청할게요~ㅎ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 이그 불쌍한 케빈! 그래서 진이 방에 지우 사진이 그렇게나 많았던 거군요.
역시 실타래가 정말 복잡하게 얽혀있네요~ 볼수록 흥미있는 내용이 될 듯 해요!^^
천성일 작가의 말장난도 역시 너무 잼있어요.
"하면 된다"가 "되면 한다"로 바꾸니 지우 캐릭터에 딱이네요 ㅋㅋ
성과주의 대사 나올 때 정말 빵 터졌어요! 이런 센스쟁이 작가님!!!!! ^^
출연진들이 완전 초대박이군요~!
또 한번 파란이 일겠군요~!
정말 초 대박 캐스팅!
제가 좋아하는 정지훈씨랑 이나영씨 모두 한자리에 ㅠㅠ
드라마가 색달라서 요즘 잘보고 있는데요. 이름만으로 드라마속에 펼쳐질 스토리전개를 다내포되어 분석하신 님 또한 예리하시고 대단하시네요^^ 흥미진진하게 잘읽었습니다
진이 민증나왔을때 진이 이자가 다를이가 아니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