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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2010. 10. 16. 07:01

 

  티벳궁녀 이야기를 하자면 '동이'가 필수겠군요. 바로 그 MBC 사극 '동이'가 낳은 최고의 존재감 티벳궁녀가 되겠습니다. 사람들이 '동이'에서 그녀를 처음 보더니 대번 '미치겠다. (정말) 미치겠다.' 했더랍니다. 그녀가 등장한 장면은 단 몇 초에 불과했는지도 모르지만 시쳇말로 '포스가 쩐다'는 그런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것이죠. 그런 전설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누리꾼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이야기를 하자면 좀 슬픈 면도 있습니다. 7월 20일 당시 '동이' 36회에 정상궁등이 감찰부의 실세 유상궁(임성민)을 연행하기 위해 데려온 궁녀로서 분노하는 유상궁의 뒷 배경이나 채워주던 그런 엑스트라[보조출연자] 궁녀에 불과했죠. 임성민은 연기에 열을 내고 티벳궁녀는 무표정하게 서 있는데, 이건 정말 볼만했던 까닭이 무표정도 워낙 이런 무표정은 없는지라, 임성민의 달아오른 분노 연기에 대해 '감동-감정 전혀 없음'의 반응을 보이는 듯한 그런 낯이었죠. 그것도 모자라 아마 살짝 아나운서 출신 임성민이 자기 앞에서 분노 연기를 하긴 하는데 도대체 그 낯은 어떤지 궁금했나 봅니다. 촬영 중인 것도 잊고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훔쳐본 것이죠.

  시청자의 눈에 비친 이 모습이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한마디로 미친 존재감이었습니다. 그 낯은 임성민의 달뜬 연기를 한 방에 무색하게 만드는 그런 무표정 카리스마였죠. '어찌나 재밌던지.' 방송 화면이 캡쳐가 되고 온갖 패러디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것은 순식간인지라, 그야말로 졸지에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던 겁니다. 그녀가 티베트 여우를 닮았다고 해서 티벳궁녀라 불렸다는 그런 전설입니다. 

 

  1주일 쉬고, 그녀는 다시 '동이' 38회인 7월 27일 방송에 다시 그 전설같은 용안[?]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복위된 인현왕후(박하선)가 동이(한효주)에게 숙원 첩지를 내리는 장면이었는데, 인현왕후와 동이의 뒷편 중앙 쯤에서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더랬죠. 이번엔 더욱 짧고 멀리서 보이는 그녀의 등장이었지만 예리한 시청자와 누리꾼들의 눈은 절대 피할 수 없었죠.

  '동이'에서 티벳궁녀 찾기 열풍은 박하선의 중전 복위란 빅이슈를 무색하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박하선은 중전 자리가 폐위가 되어 사가로 물러난 후 그저 간간이 방송에 얼굴을 비추며-잊혀지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의 멋진 존재감을 보였던 것이 사실임에도, 그런 그녀의 복위는 곧 장희빈의 몰락이 시작된다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됨을 알리는 선언과 같음에도 티벳궁녀의 재등장이 그런 박하선의 존재감을 간단히 눌러서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실 동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인현왕후가 크게 부각되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묵묵히 기다리다보면 좋은 반응을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복위때도 티벳궁녀에게 밀렸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박하선이 언론과 한 인터뷰 기사 중에서-

 

  티벳궁녀는 보조출연자입니다. 그 우월한 임팩트 있는 등장에도 겨우 일당 3만7000원에 불과한 그런 자리입니다. 그녀가 배우를 꿈꿨을 까요. 아마 먹고 살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티벳궁녀만 등장하면 '동이'의 극 자체에 대한 이슈나 그녀보다 100배 이상 출연료를 받는 주인공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시쳇말로 소위 '쩌는' 카리스마 만이 더 이슈가 되니 해프닝도 이런 해프닝이 없었습니다.

  후일담이지만 한효주는 '동이를 위협하는 인물은?'이란 질문에 티벳궁녀를 콕 찝어서 말했죠.

"티벳궁녀다. 나보다 주목받으면 그러면 안 되는데."

 

  농담이었을 겁니다. 진담이 반 쯤은 섞였을지도 모르는 그런 부러움같은 심정도 담겨 있지 않았을까요? 타이틀롤인 동이 역의 한효주는 미안한 일이지만 한번도 티벳궁녀와 같은 절대적 카리스마로 누리꾼들의 칭찬을 받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어쨋든 7월 27일 방송 이후 '동이'에서 더 이상 티벳궁녀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더란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관계자는 말하길 '해당 배우가 갑작스런 관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혹시 강제하차가 작용한 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솔직히 들었더란 말이죠.

 

  <티벳궁녀가 호감인 이유> 

  반갑습니다. 10월 14일 방송된 '한밤의 TV연예'에서 티벳궁녀의 근황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열심히 잘 살고 지내고 있더군요. 제작진이 최근 한 신문기사에 실린 '티벳궁녀 행사사진'을 발견하고 티벳궁녀와 최초의 인터뷰를 했던 겁니다. '티벳궁녀'는 우리가 성도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어쩌면 그녀를 무작정 웃음거리의 소재로 만든 면도 있습니다. 그녀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써 궁금했다기 보다는 오직 특이한 외모만을 희화화해 해프닝거리로 삼은 면도 있었다는 것이죠. 티베트여우와 연관을 짓고 인터넷상의 온갖 재미거리로 삼고 그녀는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오직 무표정 일색이라는 놀림거리도 있었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죠. 누리꾼들이 이런 놀리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티벳궁녀란 호칭은 사실 애칭이었죠-  만에 하나 당사자가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죠.

 

 '한밤의 TV연예'에서 소개한 티벳궁녀의 근황은 이런 염려를 모두 불식시켜주었습니다. "저는 티벳궁녀 최나경이라고 하고요. 나이는 81년생, 30살입니다." 이렇게 낭낭한 목소리로 최나경은 수줍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녀는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틈틈이 행사 의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이' 등의 엑스트라 출연은 분명 생활비를 얻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백까지 감정 표정을 무표정으로 패러디한 면에 대한 질문에 순박한 웃음을 터뜨리며 "항상 표정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하면서도 각종 표정을 지어보라는 리포터의 요구에 나름대로 지어보이긴 합니다만 어째 영, 스스로 뻘쭘했는지 "어, 다 똑같애.'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란 말이죠. 

  마지막으로 "저는 그냥 일반인인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쑥쓰러운지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갸웃하게 한 채 말을 하더니 "감사합니다."하며 크게 인사하며 인터뷰를 마치더라구요.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녀가 그 동안의 해프닝에 대해서 어떤 부담감을 느낀다거나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거나 하는 이런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방송을 크게 의식하지도 않고 오히려 겸손해 하는 모습이 좋았죠. 

 

  왜 티벳궁녀에 호감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바로 그 얼굴 때문이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성형미인이 TV의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타고난 바의 얼굴을 온갖 구실로 크고 작게 뜯어고치는 일이 대수로운 일도 않되는 요즘, 최나경의 얼굴은 오히려 시청자에게 더 익숙하고 더욱 편하며 더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생각됩니다. 한참 각종 월드컵녀가 뜰 때도 하나같이 어느 정도의 홍보효과를 노린 연예인 지망생들의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그들 또한 한결같이 미녀 일색이라 그런 면모에 질리고 반감도 가지게 되었었죠. 상대적으로 이젠 티벳궁녀 최나경이 좋아보였던 것이죠. 

  또 한가지는 바로 연기자면 연기자, 가수면 가수가 그 해당 분야에서 제 노릇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소위 '까는' 문화가 티벳궁녀로 상징되었다는 겁니다. 유상궁 역의 임성민이 아나운서에서 연기자로 전향한지 10년이 되었지만 과장된 표정과 어색한 발성의 연기력은 '여자 발호세'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죠. 메인 주인공인 한효주는 또 매회 똑같은 연기 패턴이나 놀란 토끼눈으로 일관되어 "표정이 하나 밖에 없냐"는 시청자들의 쓴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엑스트라인 티벳궁녀 최나경에게 열광함으로써 메인인 이들을 나름대로 비꼬고 비평한 겁니다. 이런 현상은 또 가요계 까지 확산되어 그녀의 빼꼼히 엿보는 듣한 캡쳐 사전이 가수들의 등뒤로 패러디가 된 것입니다.

 

  티벳궁녀 최나경의 소식이 진짜 궁금해했던 까닭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누리꾼이 그녀를 이런 소재로 이용했던 것에 대한 까닭입니다. 어디서 잘 살고 있겠거니 했다가 저는 그녀의  겸손하고 순박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고 더욱 호감이 되었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저도 호감이가요..
그래서 이슈가 된듯하고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녀 이름조차 모르다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마른장작님 말씀처럼..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에서

그녀는 신선합니다..그래요..

아주 보기 좋네요..

가을이 깊어가듯 영혼도 깊어가는 계절,

때론 이른 아침의 바람이 쌀쌀하여도

따스한 관심에 늘..감사하단 말을 적으며..

마음,잠시 다녀갑니다..총총^^
주말휴일 행북하세요 다녀갑니다.. 정성으로 쓰신글도 잘 읽었습니다..^^
웃기긴하죠 ㅎㅎㅎ
티벳궁녀좋은이름같아요 ㅋㅋㅋ
진짜 티벳에 궁녀 이야긴 줄 알았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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