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달리다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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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것

2020. 5. 3.

마치 섭식장애 있는 사람들이 폭식을 하듯이 유튜브로 사람들이 시골에 지은 작은 집들을 폭풍같이 보다가 기분이 점점 가라앉아 버렸다.

결국 곧 생일이라고 배달도 되지 않을 선물을 인터넷으로 고르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요즈음 물건들은 왜 이리 비싸고 배달료는 물건 값만큼 비싸고 배달은 7월이나 되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는데 들뜬 아이는 그 소리를 귀로 듣지만 동시에 듣지 못한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마음 상태에 이르고 말았는가 가만히 되돌아 보니 핑계를 댈 시작점이 보였다.

한 학생의 이메일을 읽고 답을 한 후였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봉쇄로 일자리를 잃었고 언제 제자리로 돌아갈지 까마득하고 불안하다는 이메일이었다.

그는 비싼 동네에 자기 집도 있고, 일을 하는 파트너도 있고, 돈이 들어가는 아이도 없고, 그 넋두리를 이미 다른 선생들한테도 한 걸 들었는데, 굳이 집도 없이 주마다 집세가 나가고, 일하는 파트너도 없고, 한창 돈이 들어가는 십대 아이도 있는 나한테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치, 사람 봐가면서 하소연할 것이지' 툴툴거리는 마음이 들었는데, 사실 그는 내 사정을 모르니 잘못이 없다.

우선 그 사람이 너무 불안하구나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로 애쓰고 위로를 해 주었다.

 

그는 자기 상황에 왜 그렇게 반응하고 나는 이 상황에 왜 이렇게 반응을 하는 걸까.

결국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사람들은 자기 습관대로 반응하는 것이라 결론내렸다.

그는 시험 같은 다른 일에도 늘 조급함과 불안으로 반응을 했고, 난 늘 궁상과 짜증으로 반응을 하는구나. 

무척 창피했다.

 

그리고 맞닥뜨린 KBS 다큐 '다르마 (법)'는 울림이 컸다.

 

https://www.youtube.com/watch?v=uAISuif6UBI 

4편짜리.

시간을 들일 값어치가 충분하다.

 

예전에 점을 봤을 때, 난 전생에 중이었고 만약 종교를 갖게 되면 너무 편향할 것이니 피하라고 했는데 자꾸 기운다 쩝~

 

처음에 "Everything is impermanent. Nothing lasts. This moment's gone. Gone, gone, gone... Anatta (무상) means because this moment's gone, there is no self. Because we mistakenly think this is me, this is I, but really, because it is impermanent, (there is) no self."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후련해졌다. 

이런저런 궁상을 떨고 짜증을 내던 추한 난 벌써 없어진 거다 ㅎㅎ

다른 편에서 다른 출연자가 "Be yourself."라고 했을 때 '오잉? no self라며?' 하고 시비하는 마음이 또 들었지만 다른 사람에 끄달리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이가 시안 거리에서 붓에 물을 묻혀서 글을 쓰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버클리대 교수였던 루이스도 부처의 가르침을 "Everything changes" 그리고 " Mind"라고 요약했고, 원택스님도 팔만대장경을 마음 심자 하나로 표상했다.

사실 영어 mind는 우리말 마음을 다 담지 못한다. 우리말 마음은 뇌와 몸에서 일어나는 생각, 영성, 혼 그리고 느낌 이 모든 것을 아우르지만 영어 mind는 좀더 좁아서 생각 정도랄까. 

그런 면에서 마음이 더 알맞다. 

 

해인사 승가대학 학승들이 법복을 걸었을 때 선배? 선생님?이 줄을 맞춰서 걸으라고 가르치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삐딱스런 내 습관대로라면 :치~ 좀 삐뚤하면 어때, 반듯하면 지루해" 할 텐데, 거기서 내가 배운 것은 늘 바르게 성실하게 규칙적으로 되풀이해서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깨달아도 수행을 계속 되풀이 또 되풀이해야 한다는 뜻 같다.

공자식으로 말하자면 예를 성실하게 하는 것.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도 그러하다.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인 법이다. 게으르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다." "Now, monks, I declare to you all conditioned things are of a nature to decay. Strive on untiringly. These were the Tathagata (Buddha)'s last words."

 

그러고 나니 나도 고려대장경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는 다시 깨달았다, 이 징한 욕심~

내가 꼭 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 말만 성실히 잘 들어도 되는 걸 ...

 

PS: 나이드신 남녀 스님들을 보면서 남녀 구별이 사라진 듯해서 흥미로웠다. 음양으로 설명이 가능할 듯. 3편 환생과 빅뱅편에서도 동양 음양사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