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房

메주 2010. 3. 18. 15:05

 

 

사랑니

   

 

                                                                              고 두현

 

 

 슬픔도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세상 너무 환하고, 기다림 속절없이

 

이제는 더는 못 참겠네.

 

온몸 붉디붉게 애만 타다가

 

그리운 옷가지를 모두 다 벗고

 

하얗게 뼈가 되어 그대에게로 가네.

 

생애 가장 단단한 모습으로

 

그대 빈 곳 비집고 서면

 

미나리밭 논둑길 가득

 

펄럭이던 봄볕 어지러워라.

 

철마다 잇몸 속에서 가슴 치던 그 슬픔들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네게 남은 마지막 희망

 

빛나는 뼈로 솟아 한밤내 그대 안에서

 

꿈같은 몸살 앓다가

 

끝내는 뿌리째 사정없이 뽑히리라는 것

 

내 알지만 햇살 너무 따뜻하고

 

장다리꽃 저리 눈부셔 이제 더는

 

말문 못 참고 나 그대에게로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