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thology [神話,說話속으로....]

메주 2012. 11. 14. 07:27

 

메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 1435~1493)의 만복사저포기(萬福寺摴蒲記)

 

(전라도) 남원에 양생'이 살고 있었는데,

일찍이 어버이를 잃은 데다

아직 장가도 들지 못했으므로

만복사(萬福寺)의 동쪽에서 혼자 살았다.

 

방 밖에는 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마치 봄이 되어 꽃이 활짝 피었다.

치 옥(玉)으로 만든 나무에

은조각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양생은 달이 뜬 밤마다 나무 아래를 거닐며

랑하게 시를 읊었는데,

그 詩'는 이렇다.

 

一樹梨花伴寂廖, 可憐辜負月明宵(일수이화반적료, 가련고부월명소)

 

靑年獨臥孤窓畔, 何處玉人吹鳳簫(청년독와고창반, 하처옥인취봉소)

 

 그루의 배꽃나무 외로움을 달래주지만, 휘영청 달 밝으니 허송하기 괴롭구나.

젊은 이 몸 홀로 누운 호젓한 들창가로 어느 집 이쁜 님이 퉁소를 불어주네.

 

翡翠孤飛不作雙, 鴛鴦失侶浴晴江(비취고비부작쌍, 원앙실려욕청강)

 

誰家有約敲碁子, 夜卜燈花愁倚窓(수가유약고기자, 야복등화수의창)

 

외로운 저 비취(물총새)는 제 홀로 날아가고, 짝 잃은 원앙새는 맑은 물에 노니는데

 

기보(棋譜)를 풀어보며 인연을 그리다가 등불로 점치고는 창가에서 시름하네.


시를 다 읊고 나자

갑자기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다.

 

"그대가 참으로 아름다운 짝을 얻고 싶다면 어찌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걱정하느냐?"

 

양생은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 이튿날은 마침 삼월 이십사일이었다.

이 고을에서는 만복사에 등불을 밝히고 福'을 비는 풍속'이 있었는데,

남녀들이 모여들어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날이 저물고 법회도 끝나자 사람들이 드물어졌다.

양생이 소매 속에서 저포를 꺼내어 부처 앞에다 던지면서 (소원을 빌었다.)


"제가 오늘 부처님을 모시고 저포놀이'를 하여 볼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법연(法筵)을 차려서 부처님께 갚아 드리겠습니다.

 

만약, 부처님이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어서 소원을 이루게 하여 주십시오."


빌기를 마치고 곧 저포를 던지자, 양생이 과연 이겼다.

그래서 부처 앞에 무릎은 꿇고 앉아서 말하였다.


"인연이 이미 정하여졌으니, 속이시면 안 됩니다."


그는 불좌(佛座) 뒤에 숨어서 그 약속에 이루어지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에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들어오는데, 나이는 열대 여섯쯤 되어 보였다.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깨끗하게 차려 입었는데,

아름다운 얼굴과 고운 몸가짐이 마치 하늘의 선녀 같았다.

바라볼수록 얌전하였다.


그 여인은 기름병을 가지고 와서 등잔에 기름을 따라 넣은 다음, 향을 꽂았다.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슬피 탄식하였다.


"인생이 박명하다지만, 어찌 이럴 수가 있으랴?"

그리고는 품속에서 축원문을 꺼내어 불탁 위에 바쳤다.

 

그..... 글'은 이렇다.


아무 고을 아무 동네에 사는 소녀 아무개가

(외람됨을 무릅쓰고 부처님께 아룁니다.)


지난 번에 변방의 방어가 무너져 왜구가 쳐들어오자,

싸움이 눈앞에 가득 벌어지고 봉화가 여러 해나 계속되었습니다.


왜놈들이 집'을 불살라 없애고 생민들을 노략질 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동서'로 달아나고 좌우'로 도망'하였습니다.


우리 친척과 종'들도 각기 서로 흩어졌었습니다.

저는 버들처럼 가냘픈 소녀의 몸이라 멀리 피난을 가지 못하고,

깊숙한 규방에 들어 앉아 끝까지 정절을 지켰습니다.


윤리에 벗어난 행실을 저지르지 않고서 난리의 화를 면하였습니다.

저의 어버이께서도 여자로서 정절을 지킨 것이 그르지 않았다고 하여,

외진 곳으로 옮겨 초야에 붙여 살 해주셨습니다.

그런지가 벌써, 삼 년이나 되었습니다.


(秋月春花, 傷心虛度, 野雲流水, 無聊送日, 幽居在空谷, 歎平生之薄命,獨宿度良宵, 傷彩鸞之獨舞)

(추월춘화, 상심허도, 야운류수, 무료송일, 유거재공곡, 탄평생지박명,독숙도량소, 상채란지독무)


 

가을 달밤과 꽃 피는 봄날을 아픈 마음으로 헛되이 보내고,

뜬구름 흐르는 물과 더불어 무료하게 나날을 보냈습니다.


쓸쓸한 골짜기에 외로이 머물면서 제 박명한 평생을 탄식하였고,

아름다운 밤을 혼자 지새우면서 (짝 잃은) 채란(彩鸞)의 외로운 춤을 슬퍼하였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고 달이 가니 이제는 혼백마저 사라지고 흩어졌습니다.

(기나긴) 여름날과 겨울밤에는 간담이 찢어지고 창자까지 찢어집니다.


오직, 부처님께 비오니, 이 몸을 가엽게 여기시어 각별히 돌보아 주소서.


人間의 生'은 태어나기 前'부터 定'해져 있으며,

善惡'의 응보'를 피할 수 없으니, 제가 타고난 운명에도 인연이 있을 것입니다.

빨리 배필을 얻게 해주시길 간절히 비옵니다.


여인이 빌기를 마치고 나서 여러 번 흐느껴 울었다.


양생'은 불좌 틈으로 여인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었으므로, 갑자기 뛰쳐나가 말하였다.


"조금 전에 글을 올린 것은 무슨 일 때문이신지요?"


그는 여인이 부처님께 올린 글을 보고 얼굴에 기쁨이 흘러넘치며 말하였다.


"아가씨는 어떤 사람이기에 혼자서 여기까지 왔습니까?"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도 또한 사람입니다. 대체 무슨 의심이라도 나시는지요?

당신께서는 다만 좋은 배필만 얻으면 되실 테니까,

반드시 이름을 묻거나 그렇게 당황하지 마십시오."


이때, 만복사는 이미 퇴락하여 스님들은 한쪽 구석진 방에 머물고 있었다.

법당 앞에는 행랑만이 쓸쓸하게 남아 있고, 행랑이 끝난 곳에 아주 좁은 판자방이 있었다.


양생이 여인의 손을 잡고 판자방으로 들어가자,

여인도 어려워하지 않고 들어왔다.

서로 즐거움을 나누었는데, 보통 사람과 한 가지였다.


이윽고 밤이 깊어 달이 동산에 떠오르자

창살에 그림자가 비쳤다.


문득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여인이 물었다.


"누구냐? 시녀가 찾아온 게 아니냐?"


시녀가 말하였다.

"예. 평소에는 아가씨가 문 밖에도 나가지 않으시고 서너 걸음도 걷지 않으셨는데,

어제 저녁에는 우연히 나가셨다가 어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여인이 말하였다.

"오늘의 일은 우연이 아니다. 하느님이 도우시고 부처님이 돌보셔서,

고운님을 맞이하여 백년해로를 하게 되었다.


어버이께 여쭙지 못하고 시집가는 것은 비록 예법에 어그러졌지만,

서로 즐거이 맞이하게 된 것은 또한 평생의 기이한 인연이다.

너는 집으로 가서 앉을 자리와 술안주를 가지고 오너라."


시녀가 그 명령대로 가서 뜰에 술자리를 베푸니,

시간은 벌써 사경(四更)이나 되었다.

시녀가 차려 놓은 방석과 술상은 무늬가 없이 깨끗하였으며,

술에서 풍기는 향내도 정녕 인간 세상의 솜씨는 아니었다.


양생은 비록 의심나고 괴이하였지만,

여인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맑고 고우며 얼굴과 몸가짐이 얌전하여,

'틀림없이 귀한 집 아가씨가 (한때의 마음을 잡지 못하여) 담을 넘어 나왔구나.'

생각하고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여인이 양생에게 술잔을 올리면서 시녀에게 명하여

'노래를 불러 흥을 도우라' 하고는, 양생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옛 곡조밖에 모릅니다.

저를 위하여 새 노래를 하나 지어 흥을 도우면 어떻겠습니까?"

양생이 흔연히 허락하고는 곧 「만강홍(滿江紅)」 가락으로 가사를 하나 지어,

시녀에게 부르게 하였다.

 

惻惻春寒羅衫薄, 幾回腸斷金鴨冷(측측춘한나삼박, 기회장단김압냉)

晩山凝黛, 暮雲張繖.(실사+散) (만산응대, 모운장산)

 

錦帳鴛衾無與伴, 寶半倒吹龍管(금장원금무여반, 보채반도취용관)

可惜許光陰易跳丸, 中情懣. (번민할 만 滿+心) (가석허광음이도환, 중정만. )

燈無焰銀屛短, 徒收淚誰從款(등무염은병단, 도수루수종관)

喜今宵, 鄒律一吹回暖(희금소, 추율일취회난)

 

破我佳城千古恨, 細歌金縷傾銀椀(파아가성천고한, 세가김루경은완)

悔昔時抱恨, 蹙眉兒眠孤館(회석시포한, 축미아면고관)

 

쌀쌀한 이른 봄날 비단 적삼 아직 엷어 향로불 꺼진 밤에 애태운 지, 몇 번이던고...

앞 산 저문 빛은 그린 눈썹 흡사하고

저녁녘 저문 구름 일산처럼 퍼졌는데 비단 장막 원앙금에 짝지을 이 누구던고.

금비녀 반만 드리워 퉁소나 불어보네.

 

애닯다 세월이란 이다지도 빠르던가 마음속 깊은 시름 답답하기 그지없네.

등불은 가물가물 낮게 부른 병풍 속에 눈물진 이 몸을 이뻐할 이 누구던가.

 

즐거울사 이 밤에

피리 불어 봄은 오고

쌓이고 쌓인 원한 후련히 가셔주도록

가느단 금루(金縷) 가락에 술잔을 기울이네

 

한스럽다. 그 옛날 생각하면 애닯아도

이 밤에도 수심을 안고, 외로이 살 수밖에...

 

노래가 끝나자 여인이 서글프게 말하였다.


"지난번에 봉도(蓬島)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은 어겼지만,

오늘 소상강(瀟湘江)에서,

옛 낭군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천행이 아니겠습니까?


낭군께서 저를 멀리 버리지 않으신다면

끝까지 시중을 들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제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영원히 자취를 감추겠습니다."


양생이 이 말을 듣고 한편 놀라며

한편 고맙게 생각하여 대답하였다.


"어찌 당신의 말에 따르지 않겠소?"

그러면서도 여인의 태도가 범상치 않았으므로,

양생은 유심히 행동을 살펴보았다.


이때 달이 서산에 걸리자

먼 마을에서는 닭이 울고

절의 종소리가 들려 왔다.

먼동이 트려 하자 여인이 말하였다.


"얘야. 술자리를 거두어 집으로 돌아가거라."

시녀는 대답하자마자 없어졌는데,간 곳을 알 수 없었다.

여인이 말하였다.


"인연이 이미 정해졌으니 낭군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양생이 여인의 손을 잡고 마을을 지나가는데,

개는 울타리에서 짖고 사람들이 길에 다녔다.


그러나 길 가던 사람들은

그가 여인과 함께 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만, "양총각, 새벽부터 어디에 다녀오시오?"하였다.


양생이 대답하였다.

"어젯밤 만복사에서 취하여 누웠다가 이제 친구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날이 새자 여인이 양생을 이끌고

깊은 숲을 헤치며 가는데,

이슬이 흠뻑 내려서 갈 길이 아득하였다.

양생이, "어찌 당시 거처하는 곳이 이렇소?"하자,

여인이 대답하였다.

"혼자 사는 여자의 거처가 원래 이렇답니다."

여인이 또(『시경』에 나오는 옛시 한수를 외워) 농을 걸어왔다.

 

於邑行路, 豈不夙夜, 謂行多露

(어읍행로, 기부숙야, 위행다로)

 

축축히 내린 길가의 이슬

이슥한 밤 어찌 가지 않으리오만

이슬이 많아서 가지를 못했지요.

 

양생 또한 (『시경』에 나오는 옛시 한 수를)

 

有狐綏綏, 在彼淇梁(유호수수, 재피기양)

魯道有蕩, 齊子翺翔.(날고 皐+羽)(노도유탕, 제자고상)

 

어슬렁어슬렁

수여우는 다리 위를 지나네.

노나라로 뻗은 길, 훤하여,

제나라 아씨 넋 잃고 달려가네.


둘이 읊고 한바탕 웃은 다음에

함께 개령동(開寧洞)으로 갔다.

(한 곳이 이르자) 다북쑥이 들을 덮고

가시나무가 하늘에 치솟은 가운데

한 집이 있었는데,

작으면서도 아주 아름다웠다.


그는 여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 들어갔다.

방안에는 이부자리와 휘장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밥상을 올리는 것도)

어젯밤 (만복사에)차려온 것과 같았다.


양생은 그곳에 사흘을 머물렀는데,

즐거움이 평상시와 같았다.

시녀는 아름다우면서도 교활하지 않았고,

그릇은 깨끗하면서도 무늬가 없었다.

인간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여인의 은근한 정에 마음이 끌려,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 뒤에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이곳의 사흘은 인간세상의 삼 년과 같습니다.

낭군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서 생업을 돌보십시오."

드디어 이별의 잔치를 베풀며 헤어지게 되자,

양생이 서글프게 말하였다.


"어찌 이별이 이다지도 빠르오?"

여인이 말하였다.

"다시 만나 평생의 소원을 풀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누추한 곳에 오시게 된 것도

반드시 묵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웃 친척들을 만나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양생이 '좋다'고 하자 곧 시녀에게 시켜,

사방의 이웃에게 알려 모이게 하였다.


첫째는 정씨이고 둘째는 오씨이며,

셋째는 김씨이고 넷째는 류씨인데,

모두 문벌이 높은 귀족집의 따님들이었다.

이 여인과는 한 마을에 사는 친척 처녀들이었다.


성품이 온화하며 풍운이 보통 아니었고,

총명하고 글도 또한 많이 알아 詩'를 잘 지었다.

이들이 모두 칠언절구 네 수씩을 지어 양생을 전송하였다.


정씨는 태도와 풍류가 갖추어진 여인인데,

구름같이 쪽진 머리가 귀밑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정씨가 탄식하며 시를 읊었다.

 

春宵花月兩嬋娟, 長把春愁不記年(춘소화월량선연, 장파춘수부기년)

自恨不能如比翼, 雙雙相戱舞靑天(자한부능여비익, 쌍쌍상희무청천)

 

漆燈無焰夜如何, 星斗初橫月半斜(칠등무염야여하, 성두초횡월반사)

惆悵幽宮人不到, 翠衫撩亂鬢鬖사.(추심심할추 마음심변+周) (슬프할창 心+長)(추창유궁인부도, 취삼료난빈삼사 )

(살적 빈 터럭발밑변+賓, 헝클어질 삼 터럭발밑변+參)

 

摽梅情約竟蹉跎, 辜負春風事已過.(칠표 표 손수변+票. 헛디딜 타 발 足+뱀타)(표매정약경차타, 고부춘풍사이과)

枕上淚痕幾圓點, 滿庭山雨打梨花(침상루흔기원점, 만정산우타이화)

 

一春心事已無聊, 寂寞空山幾度宵(일춘심사이무료, 적막공산기도소)

不見藍橋經過客, 何年裴航遇雲翹(부견남교경과객, 하년배항우운교)

 

봄이라 꽃피는 밤 달빛마저 고운데 내 시름 그지없이 나이조차 모르겠네.

한스러워라, 이 몸이 비익조(比翼鳥)나 된다면 푸른 하늘에서 쌍쌍이 춤추고 놀련만.

 

칠등(漆燈)엔 불빛도 없으니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북두칠성 가로 비끼고 달도 반쯤 기울었네.

서글퍼라. 무덤 속을 그 누가 찾아오랴 푸른 적삼은 구겨지고 쪽진 머리도 헝클어졌네.

 

매화 지니 정다운 약속도 속절없이 되어 버렸네.

봄바람 건듯 부니 모든 일이 지나갔네.

베갯머리 눈물 자국 몇 군데나 젖었던가.

산비도 무심하구나 배꽃이 뜰에 가득 떨어졌네.

 

꽃다운 청춘을 하염없이 지내려니

적막한 이 빈 산에서 잠 못 이룬 지 몇 밤이던가.

남교(藍橋)에 지나는 나그네를 님인 줄 몰랐으니

어느 해나 배항(裴航)처럼 운교(雲翹)부인을 만나려나.

 

씨는 두 갈래로 땋은 머리에 가냘픈 몸매로

속에서 일어나는 정회를 걷잡지 못하며, 뒤를 이어 읊었다.

 

寺裏燒香歸去來, 金錢暗擲竟誰媒(사리소향귀거래, 김전암척경수매)

春花秋月無窮恨, 銷却樽前酒一盃(춘화추월무궁한, 소각준전주일배)

 

漙漙曉露浥桃腮, 幽谷春深蝶不來.(이슬많을 단 물수변+專, 젖을읍물수+邑 빰시 月+思)(단단효로읍도시, 유곡춘심접부래)

却喜隣家銅鏡合, 更歌新曲酌金疊(각희린가동경합, 갱가신곡작김첩)

 

年年燕子舞東風, 腸斷春心事已空(년년연자무동풍, 장단춘심사이공)

羨却芙蕖猶竝蔕, 夜深同浴一池中. (가시 체 草+帶 )(선각부거유병체, 야심동욕일지중)

 

一層樓在碧山中, 連理枝頭花正紅(일층루재벽산중, 연리지두화정홍)

却恨人生不如樹, 靑年薄命淚凝瞳(각한인생부여수, 청년박명루응동)

 

만복사에 향 올리고 돌아오던 길이던가

가만히 저포를 던지니 그 소원을 누가 맺어 주었나.

피는 봄날 가을 달밤에 그지없는 이 원한을

임이 주신 한 잔술로 저근덧 녹여 보세.

 

복사꽃 붉은 뺨에 새벽이슬이 젖건마는

깊은 골짜기라 한 봄 되어도 나비조차 아니 오네.

기뻐라. 이웃집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새 곡조를 다시 부르며 황금술잔이 오가네.

 

해마다 오는 제비는 봄바람에 춤을 추건만

내 마음 애가 끊어져 모든 일이 헛되어라.

부럽구나. 저 연꽃은 꼭지나마 나란히 하여

밤 깊어지면 한 연못에서 함께 목욕하는구나.

 

푸른 산 속에 다락이 하나 높이 솟아

연리지(連理枝)에 열린 꽃은 해마다 붉건마는

한스러워라. 우리 인생은 저 나무보다도 못하여

박명한 이 청춘에 눈물만 고였구나.

 

김씨가 얼굴빛을 가다듬고 얌전한 태도로 붓을 잡더니,

앞에 읊은 시들이 너무 음탕하다고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오늘 모임에서는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고,

이 자리의 광경만 읊으면 됩니다.


어찌 자기들의 속마음을 베풀어

우리의 절조를 잃게 하고,(저 손님으로 하여금)

우리들의 마음을 인간 세상에 전하도록 하겠습니까?"

 

그리고는 낭랑하게 詩'를 읊었다.

 

杜鵑鳴了五更風, 寥落星河已轉東(두견명료오갱풍, 요락성하이전동)

莫把玉簫重再弄, 風情恐與俗人通(막파옥소중재롱, 풍정공여속인통)

 

滿酌烏程金叵羅, 會須取醉莫辭多.(어려울 파 口+덮을 혜)(만작오정김파라, 회수취취막사다)

明朝捲地東風惡, 一段春光奈夢何(명조권지동풍오, 일단춘광내몽하)

 

綠紗衣袂懶來垂, 絃管聲中酒百巵.(술찬 치)(록사의몌라래수, 현관성중주백치)

淸興未闌歸未可, 更將新語製新詞.(가로막을 란)(청흥미란귀미가, 갱장신어제신사)

 

幾年塵土惹雲鬟, 今日逢人一解顔.(쪽지머리 환)(기년진토야운환, 금일봉인일해안)

莫把高唐神境事, 風流話柄落人間(막파고당신경사, 풍류화병락인간)

 

밤 깊어 오경(五更)이 되니 소쩍새가 슬피 울고,

희미한 은하수는 동쪽으로 기울었네.

애끊는 옥퉁소를 다시는 불지 마오.

한가한 이 풍정을 속인이 알까 걱정스럽네.

 

오정주(烏程酒)를 가득히 금술잔에 부으리다.

취하도록 잡으시고 술이 많다 사양 마오.

날이 밝아 저 동풍이 사납게 불어오면

한 토막 봄날의 꿈을 내 어이하려나.

 

초록빛 소맷자락 부드럽게 드리우고

풍류 소리 들으면서 백잔 술을 드소서.

맑은 흥취 다하기 전엔 돌아가지 못하시리니

다시금 새로운 말로 새 노래를 지으소서.

 

구름같이 고운 머리가 티끌 된 지 몇 해던가

오늘에야 님을 만나 얼굴 한번 펴보았네.

고당(高塘)의 신기한 꿈을 자랑하지 마소서.

풍류스런 그 이야기가 인간에 전해질까 두려워라.


류씨는 엷게 화장하고 흰옷을 입어

아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법도가 있어 보였다.

말없이 가만있다가 (자기의 차례가 되자)

빙그레 웃으면서 詩'를 지어 읊었다.

 

確守幽貞經幾年, 香魂玉骨掩重泉(확수유정경기년, 향혼옥골엄중천)

春宵每與姮娥伴, 叢桂花邊愛獨眠(춘소매여항아반, 총계화변애독면)

 

却笑春風桃李花, 飄飄萬點落人家(각소춘풍도리화, 표표만점락인가)

平生莫把靑蠅點, 誤作崑山玉上瑕(평생막파청승점, 오작곤산옥상하)

 

脂粉慵拈首似蓬, 塵埋香匣綠生銅(지분용념수사봉, 진매향갑록생동)

今朝幸預鄰家宴, 羞看冠花別樣紅(금조행예린가연, 수간관화별양홍)

 

娘娘今配白面郞, 天定因緣契闊香(낭낭금배백면랑, 천정인연계활향)

月老已傳琴瑟線, 從今相待似鴻光(월로이전금슬선, 종금상대사홍광)

 

금석같이 굳세게 정절을 지켜온 지 몇 해던가.

향그런 넋과 옥같은 얼굴이 구천에 깊이 묻혔네.

그윽한 봄밤이면 달나라 항아(姮娥)와 벗을 삼아

계수나무 꽃그늘에 외로운 잠을 즐겼다오.

 

우습구나. 복사와 오얏꽃은 봄바람에 못 이겨서

이리저리 나부끼다 남의 집에 떨어지네.

한평생 내 절개에 쇠파리가 없을지니

곤산옥(崑山玉) 같은 내마음에 티가 될까 두려워라.

 

연지도 분도 싫은데다 머리는 다북 같고

경대에는 먼지 쌓이고 거울에는 녹이 슬었네.

오늘 아침엔 다행히도 이웃 잔치에 끼였으니

머리에 꽂은 붉은 꽃이 보기만 해도 부끄러워라.

 

아가씨는 이제야 백면 낭군을 만났으니

하늘이 정하신 인연 한평생 꽃다워라.

월로가 이미 거문고와 비파 줄을 전했으니

이제부터 두 분이 양홍 맹광처럼 지내소서.


여인은 류씨가 읊은 시의 마지막 장을 듣고 감사하여,

앞으로 나와서 말하였다.

"저도 또한 자획은 대강 분별할 정도이니,

어찌 홀로 시를 짓지 않겠습니까?"


그리고는 칠언율시, 한 편을 지어 읊었다.

 

開寧洞裏抱春愁, 花落花開感百憂(개녕동리포춘수, 화락화개감백우)

楚峽雲中君不見, 湘江竹下泣盈眸(초협운중군부견, 상강죽하읍영모)

 

晴江日暖鴛鴦竝, 碧落雲銷翡翠遊(청강일난원앙병, 벽락운소비취유)

好是同心雙綰結, 莫將紈扇怨淸秋(호시동심쌍관결, 막장환선원청추)

 

개령동 골짜기에 봄시름을 안고서

꽃 지고 필 때마다 온갖 근심을 느꼈었네.

초협(楚峽) 구름 속에서 고운 님을 여의고는

소상강 대숲에서 눈물을 뿌렸었네.

 

따뜻한 날 맑은 강에 원앙은 짝을 찾고

푸른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비취새가 노니 누나.

님이여. 동심결(同心結)을 우리도 맺읍시다.

비단 부채처럼 맑은 가을을 원망하지 말게 하오.


양생도 또한 문장에 능한 사람이어서,

그들의 시법이 맑고도 운치가 높으며

음운이 맑게 울리는 것을 보고

칭찬하여 마지않았다.


그도 곧 즉석에서

고풍(古風) 장단편 한 장을 지어 화답'하였다.

 

今夕何夕, 見此仙姝(금석하석, 견차선주)

 

花顔何婥妁, 絳脣似櫻珠.(예쁠 작 女+卓, 중매 작 女+勺)(화안하작작, 강순사앵주)

 

風騷尤巧妙, 易安當含糊(풍소우교묘, 이안당함호)

 

織女投機下天津, 嫦娥抛杵離淸都(직녀투기하천진, 항아포저리청도)

 

靚粧照此玳瑁筵, 羽觴交飛淸讌娛. (단장할 정 靑+見)(정장조차대모연, 우상교비청연오.)

 

殢雨尤雲雖未慣, 淺斟低唱相怡愉(체우우운수미관, 천짐저창상이유)

 

自喜誤入蓬萊島, 對此仙府風流徒(자희오입봉래도, 대차선부풍류도)

 

瑤漿瓊液溢芳樽, 瑞腦霧噴金猊爐(요장경액일방준, 서뇌무분김예로)

 

白玉牀前香屑飛, 微風撼波靑紗廚(백옥상전향설비, 미풍감파청사주)

 

眞人會我合巹巵, 綵雲冉冉相縈紆.(술잔 근, 잔 치 나아갈 염)(진인회아합근치, 채운염염상영우)

 

君不見文簫遇彩鸞, 張碩逢杜蘭(군부견문소우채란, 장석봉두란)

 

人生相合定有緣, 會須擧白相闌珊(인생상합정유연, 회수거백상란산)

 

娘子何爲出輕言, 道我掩棄秋風紈(낭자하위출경언, 도아엄기추풍환)

 

世世生生爲配耦, 花前月下相盤桓.(짝 우)(세세생생위배우, 화전월하상반환)

 

 

이 밤이 어인 밤이기에

이처럼 고운 선녀를 만났던가.

꽃 같은 얼굴은 어이 그리도 고운지

붉은 입술은 앵두 같아라.

게다가 시마저 더욱 교묘하니

이안(易安)도 마땅히 입을 다물리라.

직녀 아씨가 북 던지고 인간세계로 내려왔는가

상아가 약방아 버리고 달나라를 떠났는가.

대모(玳瑁)로 꾸민 단장이 자리를 빛내 주니

오가는 술잔 속에 잔치가 즐거워라.

운우의 즐거움이 익숙하진 못할망정

술 따르고 노래 부르며 서로들 즐겨하네.

봉래섬을 잘못 찾아든 게 도리어 기뻐라

신선세계가 여기던가, 풍류도를 만났구나.

옥잔의 맑은 술은 향그런 술통에 가득 차 있고

서뇌(瑞腦)의 고운 향내가 금사자 향로에 서려 있네.

백옥상 놓은 앞에 매운 향내 흩날리고

른 비단 장막에는 실바람이 살랑이는데,

님을 만나 술잔을 합하며 잔치를 베풀게 되니

하늘에 오색구름 더욱 찬란하여라.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문소(文蕭)와 채란(彩鸞)이 만난 이야기와

장석(張碩)이 난향(蘭香) 만난 이야기를

인생이 서로 만나는 것도 반드시 인연이니

모름지기 잔을 들어 실컷 취해 보세나.

님이시여. 어찌 가벼이 말씀하시오?

가을바람에 부채 버린다는 서운한 말씀을,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배필이 되어

꽃 피고 달 밝은 아래에서 끊임없이 노닐려오.


술이 다하여 헤어지게 되자,

여인이 은그릇 하나를 내어

양생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내일 저희 부모님께서 저를 위하여

보련사에서 음식을 베풀 것입니다.

 

당신이 저를 버리지 않으시겠다면,

보련사로 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와 함께 절로 가서 부모님을 뵙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양생이 대답하였다.

"그러겠소."


(이튿날) 양생은 여인의 말대로

은그릇 하나를 들고 보련사로 가는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어떤 귀족의 집안에서

딸자식의 대상을 치르려고

수레와 말을 길에 늘어세우고서

보련사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길가에서

한 서생이 은그릇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하인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아가씨 장례 때에 무덤 속에 묻은 그릇을

벌써 어떤 사람이 훔쳐 가졌습니다."


주인이 말하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인이 말하였다.

"저 서생이 가지고 있는

은그릇을 보고 한 말씀입니다."


주인이 마침내 탔던 말을 멈추고

(양생에게 그릇을 얻게 된 사연을) 물었다.


양생이 전날 약속한 그 대로 대답하였더니,

(여인의) 부모가 놀라며 의아스럽게 여기다가

한참 뒤에 말하였다.

"내 슬하에 오직 딸자식 하나가 있었는데,

왜구의 난리를 만나 싸움판에서 죽었다네.

미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개령사 곁에 임시로 묻어 두고는

이래저래 미루어 오다가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다네.

오늘이 벌써 대상 날이라,

(어버이 된 심경에) 재나 올려

명복을 빌어 줄까 한다네.

자네가 정말 그 약속대로 하려거든,

내 딸자식을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오게나.

놀라지는 말게나."


그 귀족은 말을 마치고 먼저 (개령사로) 떠났다.

양생은 우두커니 서서 (여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약속하였던 시간이 되자

과연 한 여인이 계집종을 데리고

허리를 간들거리며 오는데, 바로 그 여인이었다.

그들은 서로 기뻐하면서 손을 잡고 절로 향하였다.


여인은 절 문에 들어서자

먼저 부처에게 예를 드리고

곧 흰 휘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친척과 절의 스님들은

모두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오직 양생만이 혼자서 보았다.


그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함께 저녁이나 드시지요."

양생이 그 말을 여인의 부모에게 알리자,

여인의 부모가 시험해 보려고 같이 밥을 먹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 여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으면서)

오직 수저 놀리는 소리만 들렸는데,

인간이 식사하는 것과 한가지였다.

그제야 여인의 부모가 놀라 탄식하면서,

양생에게 권하여 휘장 옆에서 같이 잠자게 하였다.

한밤중에 말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는데,

사람들이 가만히 엿들으려 하면

갑자기 그 말이 끊어졌다.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제가 법도를 어겼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에

『시경』과『서경』을 읽었으므로,

예의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시경』에서 말한 「건상( 裳)」

이얼마나 부끄럽고「상서(相鼠)」가

얼마나 얼굴 붉힐 만한 시인지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하도 오래

다북쑥 우거진 속에 묻혀서

들판에 버림받았다가 사랑하는 마음이

한번 일어나고 보니,

끝내 걷잡을 수가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번 절에 가서 복을 빌고

부처님 앞에서 향불을 사르며

박명했던 한평생을 혼자서 탄식하다가

뜻밖에도 삼세(三世)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으므로,

소박한 아내가 되어

백년의 높은 절개를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술을 빚고 옷을 기워

평생 지어미의 길을 닦으려 했었습니다만,

애닮께도 업보(業報)를 피할 수가 없어서

저승길을 떠나야 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움을 미처 다하지도 못하였는데,

슬픈 이별이 닥쳐왔습니다.


이제는 제가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운우(雲雨)는 양대(陽臺)에 개고

오작(烏鵲)은 은하에 흩어질 것입니다.

이제 한번 헤어지면

뒷날을 기약하기가 어렵습니다.

헤어지려고 하니 아득하기만 해서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여인의 영혼을 전송하자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혼이 문 밖에까지 나가자

소리만 은은하게 들려 왔다.

 

 

冥數有限, 慘然將別(명수유한, 참연장별)

 

願我良人, 無或踈闊(원아량인, 무혹소활)

 

哀哀父母, 不我匹兮(애애부모, 부아필혜)

 

漠漠九原, 心糾結兮(막막구원, 심규결혜)

 

저승길이 촉박하여 애닯게 떠납니다.

비나이다 님이시여, 저버리진 마옵소서

슬프다 우리 부모, 내 배필 못 지었네.

아득한 구원(九原저승)에서 마음에 원한만이 맺히리.

 

 

남은 소리가 차츰 가늘어지더니

목메어 우는 소리와 분별할 수 없게 되었다.

여인의 부모는 그제야 그 동안 있었던 일이

사실인 것을 알게 되어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양생도 또한 그 여인이 귀신인 것을 알고는

더욱 슬픔을 느끼게 되어,

여인의 부모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울었다.


여인의 부모가 양생에게 말하였다.

"은그릇은 자네가 쓰고 싶은 대로 맡기겠네.

또 내 딸자식 몫으로 밭 몇 마지기와 노비 몇 사람이 있으니,

자네는 이것을 신표로 하여 내 딸자식을 잊지 말게나."


이튿날 양생이 고기와 술을 마련하여

개령동 옛 자취를 찾아갔더니,

과연 시체를 임시로 묻어 둔 곳이 있었다.


양생은 제물을 차려 놓고 슬피 울면서

그 앞에서 지전(紙錢)을 불사르고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 준 뒤에,

제문을 지어 위로하였다.


惟靈, 生而溫麗, 長而淸渟. 儀容侔於西施, 詩賦高於淑眞, 不出香閨之內,

유령, 생이온려, 장이청정. 의용모어서시, 시부고어숙진, 부출향규지내,


常聽鯉庭之箴. 逢亂離而璧完, 遇寇賊而珠沈. 托蓬蒿而獨處, 對花月而傷心.

상청리정지잠. 봉난리이벽완, 우구적이주침. 탁봉호이독처, 대화월이상심.

 

 

腸斷春風, 哀杜鵑之啼血, 膽裂秋霜, 歎紈扇之無緣. 嚮者, 一夜邂逅,

장단춘풍, 애두견지제혈, 담렬추상, 탄환선지무연. 향자, 일야해후,


心緖纏綿. 雖識幽明之相隔, 實盡魚水之同歡. 將謂百年以偕老, 豈期一夕而悲酸.

심서전면. 수식유명지상격, 실진어수지동환. 장위백년이해로, 기기일석이비산.

 

 

月窟驂鸞之姝, 巫山行雨之娘, 地黯黯而莫歸, 天漠漠而難望. 入不言兮恍惚,

월굴참란지주, 무산행우지낭, 지암암이막귀, 천막막이난망. 입부언혜황홀,


出不逝兮蒼茫. 對靈幃而掩泣, 酌瓊漿而增傷. 感音容之窈窈, 想言語之琅琅.

출부서혜창망. 대령위이엄읍, 작경장이증상. 감음용지요요, 상언어지랑랑.


嗚虖哀哉. 爾性聰慧, 爾氣精詳. 三魂縱散, 一靈何亡. 應降臨而陟庭,

오호애재. 이성총혜, 이기정상. 삼혼종산, 일령하망. 응강임이척정,


或薰蒿而在傍. 雖死生之有異, 庶有感於些章.

혹훈호이재방. 수사생지유이, 서유감어사장.


 


아아. 영이시여. 당신은 어릴 때부터

천품이 온순하였고, 자라면서 얼굴이 말끔하였소.

자태는 서시(西施) 같았고,

문장은 숙진(淑眞)보다도 나았소.

규문(閨門) 밖에는 나가지 않으면서

가정교육을 늘 받아 왔었소.


난리를 겪으면서 정조를 지켰지만,

왜구를 만나 목숨을 잃었구려.

다북쑥 속에 몸을 내맡기고

홀로 지내면서, 꽃 피고 달 밝은 밤에는

마음이 아팠겠구려.


봄바람에 애가 끊어지면

두견새의 피울음 소리가 슬프고,

가을 서리에 쓸개가 찢어지면

버림받는 비단부채를 보며 탄식했겠구려.

지난번에 하룻밤 당신을 만나 기쁨을 얻었으니,

비록 저승과 이승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알면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움을 다하였소.


장차 백년을 함께 지내려하였으니,

하루 저녁에 슬피 헤어질 줄이야 어찌 알았겠소?

임이여. 그대는 달나라에서 난새를 타는 선녀가 되고,

무산에 비 내리는 아가씨가 되리다.

땅이 어두워서 돌아오기도 어렵고,

하늘이 막막해서 바라보기도 어렵구려.


나는 집에 들어가도 어이없어 말도 못하고,

밖에 나간대도 아득해서 갈 곳이 없다오.

영혼을 모신 휘장을 볼 때마다 흐느껴 울고,

술을 따를 때에는 마음이 더욱 슬퍼진다오.


아리따운 그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낭랑한 그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오.

아아. 슬프구려. 그대의 성품은 총명하였고,

그대의 기상은 말쑥했었소.


몸은 비록 흩어졌다지만

혼령이야 어찌 없어지겠소?

응당 강림하여 뜰에 오르시고,

옆에 와서 슬픔을 돌보소서.

비록 사생(死生)이 다르다지만

당신이 이 글에 느낌이 있으리라 믿소.


장례를 치른 뒤에도

양생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였다.

밭과 집을 모두 팔아

사흘 저녁이나 잇따라 재를 올렸더니,

여인이 공중에서 양생에게 말하였다.


"저는 당신의 은혜를 입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승과 이승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신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도 이제 다시 정업을 닦아

저와 함께 윤회를 벗어나십시오."

양생은 그 뒤에 다시 장가들지 않았다.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었는데,

언제 죽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위성

 

조선(朝鮮) 시대(時代) 초엽(初葉)에

김 시습(金時習)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체(漢文體) 단편소설(短編小說)'로

그의 저서 -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실려 전해지고 있다.

 

김시습'은 조선 6'대 임금 - 단종'때의 생육신 한사람'으로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고 자신'이 왕위'에 오른 것'을 보고,

과거 시험을 포기한 채... 세상'을 방황하다가... 한때 중'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박학다식'하였다 하며, 이미... 그의 나이 7歲'때 詩'를 짓기 시작'하여

주위에서 신동'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가 저술한 소설'들은 대개 불교'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의 저서'인 금오신화' 안'에는 다섯편'의 소설'이 있다.

 

즉, 만복사저포기(萬福寺 摴蒲記),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이다...

 

여기서... 만복사저포기(萬福寺 摴蒲記)'는 

현재 남원 왕정동 소재'의 만복사'를 배경'으로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남원의 노총각 양생(梁生)이 만복사 부처님과 저포(지금의 윷)으로내기를 하여

그 절에 은거(隱居)하는 죽은 처녀를 배필(配匹)로 얻는다는 줄거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