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경제/사상과 성찰

cahiergris 2013. 9. 30. 11:34

자활 - 이제는 내 탓, 네 탓 하지말고 함께 책임져야 할 때.

몸이 아프고 고통이 커지니 사람에 대한 연민도 커진다.
나이가 들면 회복력이 느려져서 생채기도 잘 아물지 않고 상처가 오래간다. 그래서 미리 조심하고 다치면 늦기 전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상책이다. 세상 일도 그러하다.

오늘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에서 '자활사업의 정책방향과 지역자활센터의 활동전망'이라는 주제로 월례세미나를 개최한다. 자활지원체계 개편을 앞두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 지혜를 모아보자는 자리다. 그런데 그 지혜라는 것이 하나로 수렴될까? 그 전에 어루만져 주어야 할 상처가 있다.

우선, 그동안 정부는 자활지원사업이 성과가 별로 없다고 하며 그 탓을 모두 지역자활센터에 돌렸다. 제도가 만들어 놓은 자활의 경로는 조건부수급자를 받아 자활근로를 하고 자활공동체(자활기업)를 설립하여 수급을 탈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지역자활센터에 맡겼다. '위탁'이라 하지만 사실상 '대리'시킨 것이다.

현재의 제도의 구조를 보면 자활사업 참여자가 수급을 탈출하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않고 되려 생존의 위협을 받게되고 미래가 불안정해진다는 모순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어떻게든 방안을 강구하고자 했고 자활공동체가 많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맘이 참으로 불편한 것은 이 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의 인생을 두고 성과를 따지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 지우는 현실이다. 자활사업 참여자는 우리사회에서 아주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달라질게 없는 분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던 분들도 허다하다. 어쩌면 이 분들의 삶은 몹시 피곤하여 일을 하는 게, 창업을 한다는게 생각만해도 버거울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것이고 기다려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왜 사람을 자꾸 이리해라 저리해라 내모는가? 그 분들의 인생도 다 소중한 인생이다. 정부 보조금 좀 들어갔다고 그 인생을 마음대로 설계해도 되는걸까? 배운 것 없다고, 자기 앞가림 못한다고 전제하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이끌려고 한다.

복지 부분의 많은 제도가 다 이렇게 구상되고 설계된 듯하다. 다 사람 일이고 사회 일인데 컴퓨터 프로그램 짜듯, 집을 짓듯 그렇게 설계하고 시공하고, 인풋에 따른 아웃풋을 기대한다.

사람 일은 그렇지 않다. 어찌될지 모르는게 인생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고, 상처가 나면 빨리 치료해주고, 아파하면 위로해주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것이다. 다행히 회복이 빨라 뭔가 하고싶어 한다면, 그 때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을 알려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혹여 의지가 굳어지면 그 때는 함께 뜻을 세우고 뭔가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도 그 사람이 못났다고 벌을 주고 버려서는 안된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된 것은 개인의 탓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러하기 때문에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만든 제도가 아니던가? 왜 이제와서 그 책임을 개인이나 지역자활센터에 따지는가?

예산이 들어갔으니 성과를 따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물어보고 싶다. 모든 자식 키우는 부모들에게 자식 잘 키웠나 못키웠나 성과를 따지는가? 그리고 그 자식이 어긋났다고 부모에게 벌을 주나?

사회가 안아야 할 것은 안고, 감내해야 할 것은 감내해야 한다. 제도라는 것도 다 사람이 잘되라고 만드는 것이다. 제도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일을 재단하고 조종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간 우리의 인성이 파괴되고 사회는 병들고만다. 사회의 가장 아픈 사람, 가장 고통받는 사람에게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안아주는 관대함이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것이고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가슴으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