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경제/사람과 조직

cahiergris 2016. 6. 27. 10:44

*한살림대전 소식지에 쓴 글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현실도 너무나 당연할까?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또는 다른 여러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내가 경험하고 본 현실은 당연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생협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출자가 필요하니 그렇게 몇 만원의 출자금을 낸다. 마치 이용할 권리를 얻는 것처럼. 그런데 이후 조합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필요한 설비를 갖추기 위해 증자를 요청하면 내 일이 아닌 듯 무관심한 조합원들이 꽤 된다. 왜 그럴까?

출자금은 집을 지을 때 벽돌을 놓는 것과 같다. 나는 하나의 벽돌을 놓지만 나와 같은 조합원들이 하나씩, 둘씩 그렇게 벽돌을 놓아 함께 집을 짓는 것이다. 그래서 불어로 출자금을 ‘part social’ 즉 협동조합이라는 ‘회(會)의 부분’이란 뜻이다. 나만을 위한 이용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집을 짓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집을 지어놔도 낡으면 수리를 해야 하고, 식구가 늘어나면 새로 방도 만들고, 때로는 이사도 가야한다. 그 때마다 돈이 드니 미리미리 저축을 해 놔야 하듯 적립금을 마련해 두기도 하지만 그걸로 모자랄 때가 많이 있다. 그럴 때는 같이 사는 식구들이 함께 돈을 마련해야하는 것처럼 조합원도 있는 만큼, 가능한 만큼, 때로는 적금을 깨기도 하면서 함께 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제 3 원칙인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이다.

그런데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를 결정하고 시행할 때 좀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조합원이니까 당연히 경제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결정했다고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 조합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 잘 알 수 있어야 하며, 함께 결정을 할 때 마음을 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는 ‘생각의 협동’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생각의 협동이 참 어려울 수 있는데 그 까닭은 때로는 조합이 돈을 들일 때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별로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집을 리모델링하는 이유가 시골에 계신 할머니를 모셔야 하기 때문 일 수도 있다. 부모님들로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별로 받은 적이 없는 나는 그러한 부모님들의 처사가 잘 이해도 안 되고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요양원에 모시면 될 걸 왜 굳이 집에 모시냐며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가족의 일도 이러한데 협동조합에서의 의사결정은 더욱 긴 시간동안의 의논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한 가지 더 고민할 꺼리도 있다. 출자가 자본의 협동이고 그 자본의 협동은 생각의 협동에 기반하는데, 협동조합의 협동은 또한 노동의 협동이기도 하다. 모두가 출자를 하지만 경제적 참여가 꼭 돈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조합원들도 있을 것이니 돈으로 출자하지 않고 노동으로 출자하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레츠(LETS,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라고 하는 품앗이는 협동의 중요한 요소이다. 누구는 돈으로 협동하고 누구는 자신의 시간과 땀으로 협동할 때 다양한 협동, 가능한 협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협동에 정해진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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