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21년 09월

25

나의신앙 아이히만 쇼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건 무척 오랜만의 일이다. 아이히만 쇼. 몇 년 전에 베를린 근처에 있는 작센하우젠 유대인 수용소를 갔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끔찍하고 처참했던 광경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시설들과 그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흔적들. 아직도 그때의 채취가 그대로 남아 있던 그 공간들, 사진들. 그 충격들은 여전히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난 더 이상 그곳을, 그 느낌들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넣어 두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그곳의 역사에 대해 누군가와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워낙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 세상이기에, 그리고 내가 살아가기에도 벅차고 힘든 현..

댓글 나의신앙 2021. 9. 25.

23 2021년 09월

23

나의강론 강론 237 -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마태 1,18-23>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기뻐합니다. 성모님의 탄생일이 정확히 언제인지 우리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실 성모님이 어느 날짜에 태어나셨는지는 우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성모님이 계셨기에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탄생과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는 성모님이 요셉과 약혼했다는 사실부터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다윗의 자손이었던 요셉과 성모님의 약혼 사실부터가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 이런 약속을 하셨습니다.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댓글 나의강론 2021. 9. 23.

22 2021년 09월

22

나의신앙 소처럼 묵묵히 걸어가라

이태리에서의 첫 학기가 끝이 났다. Perugia에서 이태리어를 몇 개월 배우고, 로마로 내려 와서 바로 시작한 대학원 첫 학기. 이태리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학원 수업을 처음 듣던 날.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그 첫 시간이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낯 설은 교실과 낯 설은 학생들, 낯 설은 교수님, 낯 설은 강의.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고 집으로 걸어와야 했던 그 첫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끝났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한 학기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다 합쳐봐야 고작 3개월 정도. 3개월 동안 정신없이 학교 다니고, 숙제하고, 공부하고, 시험을 다 치르니 한 학기가 어느새 끝나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국방부의 시계를 거..

댓글 나의신앙 2021. 9. 22.

21 2021년 09월

21

나의강론 강론 236 - 대림 제 4 주일 II <루카 1,39-45>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대림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미카 예언서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곳이 어디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1) 메시아께서 태어나실 곳은 화려한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작은 마을 베들레헴이었습니다. 이제 곧 메시아께서 이 보잘것없는 마을에서 연약한 아기로 태어날 것입니다. 이것은 그 당시 사람들이 기대하던 메시아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메시아께서 오시면, 구름을 타고 천사들을 거느리고 화려하게 내려와서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로마를 멸망시켜줄..

댓글 나의강론 2021. 9. 21.

20 2021년 09월

20

나의신앙 Perugia 생활을 마무리하며

정말 오랜만에 한국어로 글을 써 본다. 7개월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며 글을 쓰려니 무엇부터 써야할지, 막막한 마음이 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외국 생활.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정말 살기 위해서 온 Italia. 지나온 7개월을 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항상 ‘낯설음’과 ‘이방인’ 이라는 단어였다. 언젠가 용호성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하며 이 단어들을 예비신자들에게 강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를 회상해 보면 사실 나도 ‘낯설음’과 ‘이방인’이란 사실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으면서 그분들에게 설명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나 역시도 Italia라는 곳과 이곳의 사람들과 이곳의 언어에 익숙..

댓글 나의신앙 2021. 9. 20.

19 2021년 09월

19

나의강론 강론 235 - 대림 제 4 주간 화요일 <루카 1,46-56>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마리아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이천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 교회가 불러온 아름다운 하느님 찬미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언제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고, 가난하고 비천한 이들을 사랑하며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을 기억하게 해주었습니다. 많은 성서학자들은 이 노래를 성모님이 직접 부른 노래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노래에 담긴 내용을 보면 하느님께 대한 성모님의 깊은 믿음과 사랑이 그대로 잘 드러나기에, 비록 직접 부르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성모님만큼 이 노래를 부르기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비천한 여인이었던 성모님을 선택하시어, 영원한 임금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게 하신 하느님의 놀라우신 구원의 신..

댓글 나의강론 2021. 9. 19.

18 2021년 09월

18

나의신앙 울지마 톤즈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을 떠나신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다시 뒤돌아보며 정말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사제의 온 삶을 다 바치신 성인 신부님의 모습은, 같은 사제인 나에게 한없는 부끄러움과 함께 마음 깊은 감동의 눈물을 가져다주었다. 10남매를 홀로 키우신 어머니. 그것도 자갈치 시장에서 삯바느질로 10남매를 키워내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의 희생’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아들이 성인 신부로 사셨구나 라는 것을 절로 깨달았다. 정말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운 것이다. 나의 어머니와 세상의 모든 어머니..

댓글 나의신앙 2021. 9. 18.

17 2021년 09월

17

나의강론 강론 234 - 대림 제 4 주간 수요일 <루카 1,57-66>

+찬미예수님 오늘 제1독서의 말라키 예언서는 구약의 마지막 예언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들었던 말씀은 말라키 예언서에서도 가장 마지막 부분, 그러니까 구약성경의 끝부분에 해당됩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 말씀은 다시 올 엘리야 예언자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그가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자녀의 마음을 부모에게 돌리리라. 그래야 내가 와서 이 땅을 파멸로 내리치지 않으리라.”(말라 3,23-24) 이 예언의 말씀은 루카 복음서 1장에서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 때 가브리엘 천사의 입을 통해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댓글 나의강론 2021.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