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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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2012. 10. 17.

가을비/박영대

 

가을비 내리면 들판 늙어간다

짙어가던 계절 농도가 묽어간다

꽉 묶은 다발에서 성글게 풀어진다

하나씩 둘씩 희여가는 내 머리털 날린다

 

가을비 내리면 개울 물소리 늙어간다

시원하게 우렁차던 물빛 서늘하다

힘찬 줄기 가늘가늘 돌틈으로 스며 흐른다

다 마시고나면 물 식고 차향기 흩어진다

 

가을비 내리면 산빛 늙어간다

상견례 자리처럼 사뭇 생소하다

군대군데 빈자리가 실직자처럼 힘겹다

지게끈에 내리누르는 사돈 무게다

 

가을비 내리면 꽃들 늙어간다

행색 초라한 사랑타령이다

뜸하게 맞은 밤자리 고개 숙인 치욕처럼

매운 맛 잃어버린 고추처럼 초라하다

 

한번의 눈물로 하루 다르게 수척해지고

내 안에 안개 피어나 전신으로 퍼지고 있다

 

빛 바래고

향기 사위고

손 더디고

고개 숙이고.

 

 

                            *** 가을에는 늙어가는 걸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억지로 억지 써가며 새로이 젊어지려려해도

                                  내 몸안에 청춘이 단풍드는 걸 어찌합니까

 

 

  가을비 축축히..

 

    ...  번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