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붉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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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2017. 9. 24.

이 가을엔 붉게 떠난다

 

 

나룻배에다 이 가을을 싣고 떠난다

가을에는 싣고 떠날 붉은 짐이 있어서 좋다

 

여름 날 무더위가 땀 흘리며 키운 열매가 붉게 익어서 따내야 하고

봄부터 햇빛 가동을 끝낸 나뭇잎들도 수명이 다해 낙엽으로 변한다

 

붉어지는 것은 익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떠난다는 것

수묵화에 붉은 색이 채색되어지기 위하여 풍경은 가을을 품는가 보다

 

가을에는 떠남도 붉고 도착도 붉다

 

 

한 바퀴 도는 길이 어디가 출발이고 어디가 도착이랴!

떠나는 곳이 닿은 곳이고 닿는 곳이 떠나는 곳이리

 

유랑하는 자에겐 정처를 정하는 일이 차라리 거리낌이리니

잠시 머물다 떠나고

떠나다 머뭄이 물결 같은 흐름이어라

 

익고

늙고

떠난다

 

또 하나의 도착을 위해.

 

 

       ** 이 글은 시집 서문에 쓰려고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