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 시담. 서부 앙상블 이틀째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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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산방(단양)

2020. 11. 26.

아리산방 시담. 서부 앙상블 이틀째 세미나

 

새벽같이 기상한 시담팀은 어제 하지 못한 시담 세미나가 아쉬워 아침 산책시간에 시담 세미나를 하자고 조른다

가장 기대하고 온 목적이 세미나인데 그냥 갈 수 없다고.

그럼 더 자고 싶은 분은 자고 깨인 사람만 하기로 하고 세미나 참석 시인만 한 방으로 모아보니 여류 시인들은 다 모였다

 

오늘은 주제는 허난설헌에 대한 시인론과 예시한 시에서 시론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한다

다른 방에서 잔다고 했던 이오동 시인이 슬그머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들어와 합석한다

이 땅에 난설헌 같은 시인이 존재했다는 것이 불가사의다

우리보다 중국과 일본에서 더 좋아하고 추앙했던 난설헌이야말로 불세출의 시인이다

지금 보아도 어쩌면 이런 시를 쓸 수 있나 감탄이 나온다

 

난설헌의 시심을 받아들일 만큼 그릇이 작았던 조선

난설헌의 자유 사상을 품을 수 없던 조선 남성의 구태

그리고 난설헌의 문학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깜냥이 못된 남정네의 속 좁음

三恨 품고 살다가 스무일곱해 짦은 생을 마감했던 난설헌을 후일까지 질시와 비난으로 지적질했던 조선의 사회가 원망스럽기만하다

 

준비한 자료로 두 시간 동안 본격적인 시담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채련곡을 가지고 시론적으로 분석하고 특히 시 창작시 감안해야할 사항을 체크하면서 

 

채련곡   - 허난설헌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蓮花沈處繫蘭舟 연화심처계난주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或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수

 

맑고 큰 가을 호수 옥처럼 파란데

연꽃 우거진 곳에 난주배를 매어두고

물 건너 님을 만나 연밥을 따서 주고는

혹시 남이 봤을까 한나절을 부끄러워했네

 

아울러 졸시 '알 수가 없다'를 인터넷에서 바로 띄워 강의 자료로 바로 썼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인터넷에 올려만 놓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자료로 쓸 수 있는세상이니....

 

따끈한 아랫목 방바닥 이불속에 발을 묻고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둠속 밖에는 겨울 바람이 쌩쌩해도 새벽 공부하는데 차라리 어둠이 지켜주고 있어서 부족함이 없다

간식으로 김종숙 시인에 보내준 사과를 금사과로 이름 붙여진 아침 사과로 준비하여 입안에서 터지는 상쾌를 와락 씹는다

한 숨 자고 난 시인들 눈동자는 시에 대한 갈망으로 눈이 총총하다

 

오늘 따라 눈이 새벽이 총총해서 강의에 집중한다

어려운 시일수록 읽기 좋은 시간은 자고 일어나서 정신이 맑은 때이다

이 시간에 시를 읽으면 가장 효과적이고 평소에 오지 않던 공감도 바로 온다

시 읽기는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심상을 읽어야 한다

심상을 읽기 위해서는 아침 잠에서 깨어나서가 가장 좋다

세미나 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잡았는데 열기가 붙어서 두 시간을 지나 아침 식사하러 갈 때까지 진행하고 나서

날이 밝아오자 모두들 시의 소재인 옆 마당 감나무에게로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모였다

시인들이 감나무에게로 와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백세를 넘게 살아 구멍 뚫리고 세월 늘어진 주름살이 호강 받는 날이다

 

세미나를 마친 시인들은 시적 대상에서 또렷하게 들어나는 이미지를 잡아내고는 기뻐하는 듯 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마른잎을 찾기 위해 동이 터오는 하늘을 향해 저기 하나 있네라고 소리 친다

거미줄에 걸려 대롱거리는 나뭇잎을 찾아내고는....

 

앙상블팀은 벌써 아침 먹으러 가고 뒤를 따라서 시담팀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공연 무대를 정리하고 단양 잔도로 행했다

이끼터널을 지나 무지개 터널을 통과하여 잔도에 도착하여 걷다

주중이고 코로나로 관광객이 눈에 띄게 성글다

모처럼 한적한 잔도를 한가하게 걷고 있다

 

이번에 아리산방 시담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소리 없음과 소리 있음의 콜라보

시가 어떤 장르와 잘 어울리는가에 대한 대답의 하나로. . . . .

 

 

 

 

 

알 수가 없다

                                              박  영   대

 

눈에 띈 게 감나무였다

아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벗은 몸매가 눈으로 들어온다

어쩌면 저리 홀딱 벗었을까

묶어놓고 벗겨도 저렇게 벗기지는 못할 것 같은데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 무슨 사달이 난 것일까 

 

웬만해서는 지지 않을 두꺼운 입심이

저리 당한 걸 보면 그 안에 뭔가가 있어서다

태풍도 이겨낸 그 억척

좀해 말 바꿀 그 입심 아니었는데

용서받지 못한 허물

그 사정을 알 수가 없다

 

여름내내 국방색 단 한 벌로 옆눈 흘리지 않고 자식 키운 것만 보았는데

스스로 옷고름 풀게 한 속사정을 알 수가 없다

 

아, 늦가을

단풍 들 때 두꺼운 입술 붉게 칠한 적이 있지

 

딱 한 번

립스틱 짙게 칠한 잘못으로 우수수 벌을 받은 게야

 

 

 

 

 

 

 

 

시담팀은 단양역에서 굿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