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과 일곱 살, 관념의 제로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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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2020. 12. 7.

아홉 살과 일곱 살, 관념의 제로 지대

 

아홉 살(초등학교 2학년)과 일곱 살(유치부)이 있다

일곱 살이 며칠 전 랭콘(유치원)에서 이마에 상처가 나서 왔다

놀다가 화장실 문에 박았다고 한다

 

일흔이 된 할아버지가 둘이 있는 데서 어디 보자며 상처를 살피면서 일곱 살에게 물었다

"누가 잘못해서 그랬느냐?"

당연히 속으로 실내에서 행동을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려는 생각으로 

", 잘못"

옆에서 듣고 있던 아홉 살이 발끈하고 끼어든다

"무슨 말이야?"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누구 잘못?"

"!"

 

아홉 살이 그림을 그려 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화장실 옆에서 여자애가 소리를 쳤대 그래서 일곱 살이 달려가다가 철문에 부딪힌 거래요"

그냥 있는 문에 자기가 부딪쳐서 그래 놓고서 문 잘못이란다며 설명이 구구하다

 

일곱 살은

"문 잘못이야~"라고 외치면서 밖으로 뛰어나가 버린다

 

일흔 살은 더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아홉 살과 일곱 살의 차이가 관념의 제로 지대의 경계인가

훈계하려던 일흔 살은 일곱 살의 낯선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학교에 들어가고 아홉 살이 되고 일흔이 되면 관념에 잡히는 생생한 현장이다

아홉 살과 일흔 살은 하나 같이 관념에 잡혀 일곱 살을 이해하지 못하고 낯설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