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추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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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1. 2. 4.

시가 있는 추전역

 

장중식 시인의 추전역 시비

 

  추전역은 우리나라 역 중에서 가장 높은 역이다

태백 시내에서 고한 사북 방향으로 가다가 산골짜기로 구불구불 들어가서 언덕 위 비탈에 정거장이 있다

해발 855m 이 지점에 왜 철도역이 생겼는지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지역이 주로 석탄 수송과 객차 운영이었을텐데 현재 상황으로 보면 석탄 물동 운반에 편리하지는 않는 위치이다

역으로 굽어 들어가는 지점에 녹슬은 태백탄광이라는 이정 표지가 있는 걸 보면 탄광이 있었던 곳이라고 알려주고 그 명칭이 말해주듯 당시에는 규모가 가장 큰 탄광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추전역 홈에 석탄 화물열차 칸이 대기하고 있는 걸 보면 물동 수송이 진행형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추전역은 용불용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이라는 다소 낭만적 감성으로 우리에게 가 보고 싶은 흥미를 자아낸다

필자도 추전역이 가장 높은 역이라는 궁금증에 끌려 태백산 등산을 왔다가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아 가 본다

 

들어가는 초입은 구불어져 자동차가 한번에 핸들을 꺾기도 어려울 정도로 격한 구비길이 이어지고 경사도로는 자동차가 비켜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란 길에 지하수는 새어나와 흐르고 있어서 현재 사용중인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역사 옆에는 한 때 영화를 말해주듯이 열차 카페와 상가와 민박 같은 시설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가장 높은 역이라는데 흥미를 가진 방문객이 찾아와 차를 마시고 가장 높은 역이라는 이름이 갖는 낭만에 머물렀다 갔으리라

 

조형물 중에 추전역 시비가 세워져 있다

 

 

 

         추전역 

                       장  중  식

 

하늘 아래 첫 정거장 태백선 간이역엔

팔백오십 고도만큼 하늘 길도 낮게 열려

소인도 없는 사연들 눈꽃으로 날린다

 

한 때는 그랬었다 무청 같이 시리던 꿈

처마 끝 별을 좇아 시래기로 곰삭을 때

산비알 삼십 촉 꿈이 온 새벽을 열었다

 

화전밭 일구시며 석 삼년을 넘자시던

이명 같은 그 당부 달무리로 피고 질 때

사계를 잊은 손들은 별을 향해 떠났다

 

자진모리 상행철로 마음이 먼저 뜨고

구공탄 새 순마다 붉은 꽃이 피어날 때

그 얼굴 다시 살아나 온 세상이 환하다

 

 

추전역을 들리니 고향집에 혼자 남은 늙은 어머니집 같다

옛 그대로를 간직하며 요즘 신제품은 사용할 줄 몰라서 못쓰는 홀로 남은 등 굽은 어머니

찻길도 필요 없고 스마트한 문명과는 두어 단계 떨어져 있는 늙은 외딴 집 

자식들 마저 찾지 않고 인적 마저 발 끊긴 외진 고향

이제 고향은 머리 희끗한 노장년층이나 이런 고향을 갖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추전역 같은 고향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걸 확인하는 길목이다

 

방문객은 추전역 시를 읽으며

한 때의 무청 같은 시린 꿈을 처마 끝 별을 좇아 삼십 촉 밤을 지새던 먼 회억에 젖어 

눈시울 붉히고 갈 간이역이다

나이 든 시인은 화전밭 일구면서 석 삼년 버텨 보자는 부모님의 당부를 떠올리며 오늘 추전역을 찾는 이에게

옛날로 심사를 안내하고 있다

 

머리 위로 고랭지 배추밭에 세워진 바람 많은 언덕에 바람개비 풍차는 무심히 돌고 있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855m 추전역

 

산소 도시 태백

 

산소 도시 태백 아치

 

추전역

 

추전역 홈

 

광차

 

산 능선 바람개비 풍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