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주목에 뜨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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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1. 2. 6.

태백산 주목에 뜨는 해

 

태백산 주목에 뜨는 해

 

흰 눈을 소복히 이고 천년을 버티고 있는 주목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이런 풍경을 보러 태백산을 오른다.  2월 3일 새벽이다

갈 바에는 새벽에 천제단에 올라 일출까지 보려는 생각으로 미리 가서 1박하기로 한다

국립공원공단에 가서 물으니 자세하게 알려 준다. 유일사 코오스를 이용하라고.

 

산 아래라고는 하나 태백 시내가 해발 500m이니 아래라고는 할 수 없지만 태백 부근 볼거리를 돌아 보고 태백산 주목 군락지로 갈 수 있는 유일사탐방 주차장 부근에서 숙박지를 찾으니 별로 마땅찮아서 당골 탐방 주차장 부근에서 민박을 정했다

거리는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유일사 코오스가 가장 단거리이고 시간도 덜 걸린다고 한다

주목 군락지는 유일사 쉼터에서 장군봉(1567m) 밑으로 1km정도에 분포되어 있다

 

민박집에서 설정해 둔 알람이  4시에 깨워 차를 몰고 유일사 주차장에 세우고 등산화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으니 마침 카메라 백을 맨 사람이 어슬렁 거린다

산에 갈거냐고 물으니 간다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마침 잘 되었다 싶다

 

4시 50분에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하여 렌턴을 켜고 바삭거리는 얼음 길을 둘이서 오르는데 지금껏 이렇게 아이젠을 처음부터 착용하고 전적으로 나의 안전을 맡겨본 적이 없다

아이젠이 없으면 엄두도 낼 수가 없을 정도로 바닥은 빙판이고 눈길이다

태백산은 20~30년전에 서너번 올라 본 적이 있으나 너무 오래전이라서 주목과 천제단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올해의 마지막 설경을 놓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 다리가 또 태백산을 다시 오를 수 있을까 걱정도 돼서 결행하기로 한다

 

칠흑같은 어둠 속을 둘이서 걷는데 우리가 맨 선두여서 나중에 출발한 등산객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밑에서 불빛과 함게 따라오고 있다

이 시간에 출발해야 천제단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탐방센터에서 5시에는 출발하라고 일러 주기 때문이다

 

유일사 쉼터를 올라서니 바람은 더욱 세차지고 등산로는 줄로 쳐진 목책 표시가 없으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사람들이 밟아놓은 길을 따라 가야만 한다

길 밖을 밟으면 1m이상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에 도저히 헤쳐 나갈 수가 없다

이렇게 바람이 세고 추울 줄은 몰랐다

오르막 산행이어서 몸은 춥지 않으나 얼굴에 와 닿는 바람에 마스크에 입김이 얼어서 고드름으로 굳는다

능선에쯤 다다랐을 때 동편에 붉은 여명이 드러난다

마침 주목이 기다란 어깨를 펴고 동쪽 하늘의 새벽을 가르키고 있다

 

동행하던 카메라 작가가 먼저 삼각대를 준비하고 포인트를 차지 한다

나보다 6살 아래인데 카메라는 20년된 베테랑이란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들어 왔다고 한다

서울 대치동에 살고 펠리세이드 차로 와서 차에서 잤다고 한다

중국에서 카메라 작가 라이센스도 받았다고 한다. 상당한 이력이 붙은 사진작가인 것 같다

 

등산로 밖에는 적설량으로 나갈 수가 없어 트라이포트를 설치할 수 있는 길가에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나도 동쪽 여명이 터 오는 방향으로 주목 하나를 피사체로 자리를 잡고 찍는다

높은 산행에 맞춰 카메라 장비는 렌즈를 2개만 챙겼다

16~35mm와 70~200mm를 준비하고 카메라에는 16~35를 장착하고 간다

현지 상황이 렌즈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에 장작된 광각으로만 찍어야 했다

장갑 두 컬레로 무장했으니 트라이포트 조인트는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여명 사진 한 컷을 찍고 다시 장군봉을 올라 제단에 다다랐다

장군봉에는 몇몇 등산객이 있으나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제단 돌담 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다

장군봉(1567m)에서 몇 컷을 찍고 300m쯤 지나서 있는 천제단(1561m)으로 향했다

천제단에도 역시 등산객들이 제단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바람을 피해 서성인다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밋밋해서 좀 어설펐으나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일출 방향을 향해 트라이 포트를 설치하고 일출을 찍는다

 

세찬 바람에 트라이포트마저 흔들리고 손은 둔하고 바람은 얼굴을 사정없이 때린다

바람의 세기가 그냥 가만히 몸을 버티고 서 있기조차 힘들다

카메라 줌이 얼어서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

여기서 렌즈 교체란 생각도 할 수 없다

카메라로 세찬 바람을 찍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일출 순간을 태백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카메라에 담는다

햇살이  슬금슬금 산을 하나씩 하나씩 깨워가며 밝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기가 아니면 볼 수가 없는 정경이다

산줄기가 지도의 등고선처럼 보이는 것도 가장 높은 정상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등줄기에 눈이 쌓여서 흰 근육질 굴곡의 산줄기가 빛나는 아침 햇살에 더욱 꿈틀거리며 살아 보인다

 

정상에서의 사진은 너무 높은 곳이어서 큰 나무가 자랄 수가 없어 변화를 볼 수가 없어 사진 재료로는 밋밋하다

천제단 한배검 할아버지 신주 앞에 가져온 술 한잔을 따르는데 술이 얼어서 얼음죽 같이 변했다

제단을 한 바퀴 돌며 술을 부어 드리고 나도 얼음죽 같은 술 한잔을 음복한다

가져온 안주가 있으나 바람이 너무 심해 가방을 뒤져 꺼낼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술 한 잔만 바친다

 

같이 온 동행은 산 정상에서의 촬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인지 먼저 내려가겠는 말을 남기고 먼저 내려 가겠다고 한다

나도 올라올 때 주목 군락지에서 사진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동행을 먼저 보내고 나는 정상에서 혼자가 되었다

처음부터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 오면서 주목을 찍으려고 생각은 했다

나는 내려오면서 차분히 주목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면서 찍어 왔다

그런데 주목 부근에는 여러 잡목들과 같이 섞여 있어서 구도를 잡는데 여간 힘들지 않는다

사진가를 위해서는 주목 주변에 사계정리를 하면 훨씬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목에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는데 주목 보호를 위해서 인공으로 붙여놓은 시멘트 보호막이 눈에 거슬린다

누구의 아니디어인지 이렇게 인공적인 보호대가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자연스럽게 삭아 세월감을 느끼게하는 주목의 천년 세월을 시멘트로 발라놓은 사람들의 생각을 의심해 본다

아름드리 속을 다 세월에게 내어 주고 겉만은 붉게 살아 남아 생천사천 주목의 천연을 보기 위해 태백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이들이 야속하다

 

그리고 주목 주변에는 인공 시설들이 쳐져 있다

옛날 태백산에는 주목 일련 번호는 적혀 있었으나 지금처럼 인공 시설로 눈쌀을 씹히지는 않았다

최대한 요리조리 인공 시설들을 피해가며 구도를 잡고 잡목에 가려 있는 주목을 찍어 왔다

 

주목은 젊은 주목보다 나이 든 5백살 이상은 넘은 주목이어야 제대로 볼 품이 난다

한쪽 가지는 하얗게 죽어 고사목 가지만 남고 한쪽으로 돌아선 가지 굽은 끝에 파란 목숨 몇 송이 달고 있는 주목이라야 제 멋이 난다

이제 태백산에도 볼만한 주목이 몇 그루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옛날에는 주목 페인 자리에 사람 두엇이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주목이 있었는데.....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한다

집안에 가구로 있으면 액귀를 막아주고 아무리 긴 세월에도 변하거나 삭아지지 않고 천년을 간다 

주목은 돌만큼 오래 간다

나이테가 명주실 감아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선과 붉은 색감은 다홍치마 색동저고리 처자 같다

주목을 보고 나면 다른 나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주목 가공하는 분이 있었는데 다른 나무는 흔하게 그냥 주는데 주목은 썰다만 한 귀퉁이도 절대 그냥 주지 않는다

그만큼 귀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다른 나라 주목도 있지만 우리나라 태백산과 바로 옆 함백산 주목이 가장 좋다고 주목장이었던 분이 말하는 걸 들었다

 

만족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주목 군락지에 와서 본 소감이다

그래서 보이는대로 주목을 거의 다 찍어 왔다

 

올라갈 때 주목에 뜨는 달

 

생천사천 천년의 여명

 

태백산줄기 여명

 

태백산 천제단

 

천제단의 일출

 

천제단에서 세찬 바람에 몸 가누기가 어렵다

 

한배검 할아버지 앞에 술 한 잔 바치다

 

한반도의 근육 백두대간

 

생천사천 주목의 기상

 

주목과 연한 상고대

 

 

주목 밑으로 아랫 동네 1000m 

 

 

주목 밑둥으로 파고드는 아침 햇살
천년을 굽어 산 세월이 고스랗다

 

잡목속에서 천년의 고된 삶을 지키고 있다

 

동행인 박영길 사진작가 태백산 일출 작품(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