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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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알농사

2010. 8. 18.

텃밭 미안하다.

 

그 동안 봄부터 텃밭에서 많은 것을 수확했다

 

배 불리 먹느라고 고마움을 잊고 지낸 것 같다

수확하는 기쁨에 취해서 진정 흙의 고마움을 생각지 못하고 지내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수확이 되서 줄 사람 찾느라고  헤맨 적도 있다

수확해서 서울에 가져가면 딴데서 사온 것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흙이란 참으로 묘하다.  작은 씨앗 하나 떨어 뜨려 놓았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먹을 것을 내 놓는지..

 

그 동안 아내가 사다가 만들어 준 먹거리만 먹다가 작은 텃밭이라고 가꾸어보니 위대한 생명력을 실감한다.

 

순하게 살아 가는 생명들.  이들을  키워 내는 대지

 

흙 옆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산중 생활이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체험이다

 

 

산수만 먹고 자란 자연산 고추다. 농약은 해 보질 않았으니까.

너무 일찍 심어서 처음에는 동해를 입어 고생했는데 어엿하게 자라 많은 수확을 내어 아리산방에 오는 사람마다 한봉지씩 따 간다.

 

 아욱을 걷어 내고 심은 들깨인데 깻잎에서 나는 향기가 여느 것과는 다르다.

상추 대신 깻잎 향기에 싼 삼겹살은 먹어 본 사람만 안다

 

 가을 상추를 파종했다.  너무 많이 나와서 조금 더 있다가 모종해서 이식해야 한단다.  봄상추는  일정 시기가 되면 꽃이 피고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생명이란게 다 이렇게 유한한 것을...

 

 부추를 봄에 파종했는데 실같이 가느다랗게 나와서 아직 수확해 보지 못했다

잘라 주어야 한다고 해서 잘랐더니 좀 굵어졌는데 아직 먹기에는 어리다

다년생이니까 내년에는 먹을 수 있겠지.

 

 고구마 줄기를 잘라 심었더니 그게 이렇게 자랐다

줄기를 삶아 무쳐 먹는데 아내는 간장에 무쳐 준다.  어릴 적 어머니는 된장에 무쳐 주셨는데..

 

 8. 16  단양장에 가서 김장배추 모종을 사다가 이튼날 정식했다

60포기를 심었다.  가을에는 이 작은 것이 큰 결구 배추가 된다니 놀랍기만하다.

 

 호박을 심어 놓았는데 하찮게 생각해서 그런지 전혀 열리려고 하질 않는다

작은 호박이 달렸다가 금방 떨어져 버리고 만다.  주인이 홀대하는 것을 눈치라도 챈 듯하다.  호박꽃은 피었는데 가을까지 한개라도 열리려나.. 

 

 

작은 집 오른 쪽이 텃밭이다. 수도가 옆에 있어 호스로 물주기만 했을 뿐인데 잘 자라준 고추 들깨 상추 부추 아욱 고구마 배추 옥수수 호박까지  모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