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산꾼 산행기/어린이산꾼 산행기

천지인 2012. 11. 23. 22:47

어린이산꾼 동생과 함께한 지리산 상고대 산행기




산행일시:2007년 11월 11일 일요일 약간 흐림

산행코스:지리산 천왕봉(1,915m)

             백무동-장터목 대피소-천왕봉-장터목 대피소-백무동 (총 거리: 15km)

산행팀원:천지인(본인, 초등학교 5학년), 천지연(동생의 닉네임, 초등학교 1학년),

             엄마, 아빠







지난 주 일요일에 지리산에 가려다가 심야버스표가 매진되어 되돌아와 수도권 근교의 삼성산 산행을 한 일이 있다. 삼성산에서 보고 느낀 늦가을의 추억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주말이 되었다. 지난 번에 지리산에 못간 것 때문인지 아빠가 동생에게 불쑥 한마디 하신다.

“이번 주말에 지리산 가볼까?”

평상시 동생이라면 그렇게 높은 산에 왜 자꾸 가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텐데,

그날따라 싫어하는 반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동생도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설악산, 덕유산, 오대산 등의 큰 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온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리산 천왕봉은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 번 가볼까’하는 마음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후다닥 산행 준비를 한다. 동생이 마음 바뀌기 전에 떠나야 한다. 이번엔 엄마가 낮에 동서울터미널에 가셔서 일찌감치 표 4장을 예매해 오신다.


좀 여유있는 마음으로 전철타고 동서울터미널에 토요일 밤 11시가 되기 전에 도착한다.

약 한 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이번 버스엔 빈자리가 십여 개는 돼 보인다. 왕복 두어 시간 이상 걸려 예매까지 해오신 엄마는 좀 허탈해 하신다. 오늘만큼은 버스표 예매 없이 그냥 와도 될 뻔했다. 아무래도 단풍철이 사실상 끝났다는 신호인 것 같다.


버스에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다 보니 벌써 백무동 도착이다.

새벽 3시 반이 채 안되어 도착했으니 빨리 온 것 같다.

새벽 날씨가 싸늘하여 방풍재킷을 꺼내 입는다. 



새벽 4시부터 입산이 되는 줄 알고 시간에 맞춰 천천히 시인마을(예전의 매표소)로 이동한다. 우리랑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다른 산님들은 벌써 출발한 모양이다.

백무교를 건너 산행을 시작한다.



깜깜한 밤길을 헤드랜턴으로 밝히며 걸어 올라간다. 랜턴이 하나 부족하여 아빠는 랜턴 없이 올라간다. 동생 몫의 헤드랜턴이 필요해졌다. 다음부터는 하나 더 준비해야겠다.


하동바위(900m)를 지나 참샘(1,125m)에 이르러 물을 마신다.

참샘 물맛도 괜찮은 것 같다. 



참샘지나고 소지봉에 이르는 구간은 제법 경사가 심한 오름길이다.

쉼터같은 바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산행속도는 동생이 결정한다.
나는 걸어 움직인 것보다 잠시 앞서 가다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가족산행이라 별 불만은 없다.



소지봉(1,312m)이다.
 



소지봉에서 망바위에 이르는 길엔 내 키 만한 산죽길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망바위(1,460m)에서 간식을 조금 먹는다.
 



우리가 쉬엄쉬엄 올라가는 사이 산악회에서 온 듯한 수십 명의 단체 산님들이 우리 곁을 지나간다. 반가운 산행인사를 나눈다.

조금 더 진행하니 상고대가 핀 나무들이 나타난다.

장터목에서 일박하고 새벽에 천왕봉에 올랐다가 하산하시는 산님을 만나기도 한다.

여기 상고대는 아무것도 아니고 천왕봉 쪽으로 가보면 끝내준다고 하시면서 내려간다.

우리는 떨거지 단풍이나 좀 볼 수 있으려나 생각하고 오늘 산행에 나섰는데, 뜻밖에 끝내주는 상고대라니...갑자기 기대가 커진다. 힘을 내어 올라가보자.



재미있게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다. 동생이 먼저 올라가기에 따라 올라가본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정말 빠르게 이동한다. 나뭇잎 떨어진 자리에 어느새 하얀 새살이 돋아난 것 같다. 



장터목 대피소(1,653m)에 도착한다.
 



늘 그렇듯이 북적북적하다.

아침식사를 하려고 취사장에 갔는데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빽빽하다.

좀 기다리다가 겨우 어른 두 사람 정도 서 있을 만한 좁은 공간이 생기자 준비해간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집근처의 식당이나 주방이 이런 상황이라면 식사를 하지 않고 나갈 텐데 깊고 높은 산이라 다른가보다. 모두들 맛있게 식사를 한다.

동생은 취사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졸리다고 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그럴 만하다.


주위의 많은 산님들이 동생에게 몇 살이냐고 묻는다. 8살이고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말하니 모두 칭찬해 주신다. 동생이 기운을 좀 차린 것 같다.

식사를 했으니 다시 출발이다. 

제석봉으로 오르는 길부터 이젠 가을은 없다. 하얀 겨울이 있을 뿐이다. 







동생도 벌써 눈구경 한다(사실 ‘눈’이라기 보다는 ‘상고대’가 정확한데 동생에겐 눈이나 상고대나 그게 그거^^)고 즐거워한다. 

















아빠가 발견하신 하트모양  의 상고대가 신기하다. 
잘 보면 가지끝의 모양이 하트  를 연상시킨다. 



천왕봉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갈수록 감탄 또 감탄이다.







통천문으로 들어간다. 이제 하늘이 열릴 것이다^^.
 







지나온 제석봉과 주능선이 보인다.



칠선계곡의 모습이다. 
산아래는 아직 가을인 것 같다. 가을과 겨울이 함께 있다.



천왕봉이 가깝다. 



천왕봉 주위의 기암들도 다시 보니 반갑다.
 



드디어 천왕봉(1,915m)에 올라선다.

순서를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는다. 



천왕봉에부는 바람은 겨울바람 같다. 그러고 보니 입동이 지나긴 했다.
 



동생은 태어나서 가장 높은 곳에 걸어서 올라왔다는 것이 기쁜 듯하다.

아빠는 오빠의 산꾼이름이 ‘천지인’이니 너는 ‘천지연’이라고 하면 되겠다고 말씀하신다.

우리집안이 무슨 천(天)씨 가문도 아닌데, 하지만 동생은 동의하는 눈치다.

천~지~연! 천왕봉 올라온 것 축하해. 



한참을 쉬다가 이제 하산을 시작한다.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 올라오면서 수원에서 출발하셨다는 어떤 아주머니와 동행하다시피 올라왔는데 그 분과 함께 장터목 대피소까지 내려왔다. 같이 온 아저씨는 몸이 안 좋으셔서 장터목 대피소에서 쉬고 계신다고 하셨다. 아무쪼록 무사히 하산하셨기를 바란다.
 

천왕봉 올라갔다 내려온 그 사이 제석봉의 모습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해가 뜨고 기온이 조금 올라가면서 상고대가 약해진 것 같다.
 



멀리 지난 여름 땡볕에 무박당일종주하던 그 지리산 주능선이 잠시나마 눈에 들어온다.
 



다시 장터같은 장터목에 도착한다.



간단히 따뜻한 스프를 한 컵씩 마신다. 커다란 보온병을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생이 다시 졸리다고 한다. 천천히라도 하산을 하기로 한다.
새벽과 아침에 통과했던 그 구간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중간에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서울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으므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그런 덕분에 대부분 새벽에 그냥 지나는 길이 되어버린 이 백무동길을 조금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 구간은 누가 봐도 겨울이다. 하지만 장터목을 내려서면서 망바위-소지봉-참샘에 이르는 구간은 단풍이 끝난 늦가을이다. 
급경사 돌계단 길이 이어지므로 천천히 내려온다. 



하동바위 아래로는 절정은 이미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 가을 모습을 가지고 있다. 
푸른 대나무가 제법 빽빽한 군락(?)을 이룬 곳도 있다.

동생은 웃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하동바위 부근의 출렁다리). 









아빠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낙엽이 떠다니는 계곡물 한 쪽에서 탁족(발담그기)을 하자고 하신다. 탁족은 금지사항이 아니므로 괜찮다고 방송에서 들었다.

내가 발을 담그니 동생도 따라서 발을 담근다.

얼음판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동생은 몇 분간 탁족을 하고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고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하산을 마무리한다. 



백무동-동서울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천지인 동생 ‘천지연’의 지리산 천왕봉 입문 산행기는 여기까지다.


동생의 첫 천왕봉 등정을 하얀 상고대로 맞이해주신 천왕님께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즐겁고 건강한 산행하세요.

이제부터 크고 높은 산 가실 땐 겨울장비(방풍복, 아이젠 등) 꼭 준비하세요.




어린이산꾼   천지인, 천지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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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원문:

http://blog.yahoo.com/ilovearirang/articles/8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