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투영된...

댓글 1

news

2007. 1. 21.

타인에게 투영된 나의 모습은 본래의 ‘나’
 


 

이달 8일 끝난 기획전 [날리는 교실 프로젝트]전에는 김홍도의 ‘씨름’, 신윤복의 ‘미인도’를 사진과 혼성한 작품이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원작에다 최근에 누군가가 찍은 듯한 사진 이미지가 합성되었을 뿐이지만 원작의 분위기에 더불어 사진 속의 그 인물의 본래 모습을 표현한 듯한 복합적인 느낌을 주었다.

작품을 만든 작가 권여현은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인간 본연의 물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나’를 찾는 여정


▲회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 권여현     © 양세민 기자

최근 그의 작업은 이 대답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회화’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표현 장르를 제한하기 보다는 사진, 영상, 설치 작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최근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장르를 하나의 작품에 녹여 내는 작가를 많이 볼 수 있지만 그가 미국에서 돌아온 95년쯤만 해도 흔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생활에서도 ‘동시다발’이 자연스러운 그다.

그는 “어느날 선배 교수가 내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컴퓨터를 하면서 음악을 듣고 작업을 하다가 학생 상담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무척 놀라워 했다.”며 “사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컴퓨터, TV, 공부를 동시에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공부하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자신의 작업방식에 대한 반응도 이렇게 나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타인’이 바라본 ‘나’의 모습, 바로 그것

그의 작업의 특징은 기존 이미지를 차용해 패러디(특정 작품의 특징을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것) 혹은 패스티시(특정 작품을 단순하게 모방)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다.

또한, 그가 최근 전시에서 제시한 ‘통합구문’이라는 뜻을 지닌 ‘syntagm'과 ’혼성‘의 ’hybridity'를 합성한 ‘신탬브리드’라는 신조어를 통해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이런 작업의 과정에는 그가 가르치고 있는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대학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냐는 물음에 그는 “나와 학생들은 함께 모여 의견을 주고 받은 후 작품에 사용할 ‘원작’을 선정하고 원작 속의 등장인물 역할을 나눈다.”

한 예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 ‘최후의 만찬’을 선정한 후 등장인물 역할을 나누어 원작과 같은 포즈를 취한 후 사진을 찍고 원작과 합성한다. 후에 얼굴 이미지만을 남긴 채 의상 등 다른 부분은 원작의 이미지를 덧 그려 넣는 식이다.

전체 작업 과정 중 대립과 갈등이 미묘하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최후의 만찬’에서 거의 모든 이들이 그림 속의 ‘유다’ 역을 거부했다. 작품 속의 ‘이미지’이지만 자신의 얼굴이 유다의 몸을 지닌 채 작품으로 남게 된다는 점을 꺼림칙하게 여긴 것이다.

각 역할에 지목된 사람은 외모뿐만이 아니라 평소 그 사람이 보여준 생활태도 등이 종합되어 선정되기 때문에 이 일련의 작업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부여한다.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

그는 한 신문의 칼럼에서 ‘좋은 작가’를 가르는 기준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것, 시대적 정신을 반영하는 것, 작가의 생활태도, 리얼리티와 휴머니티’ 네 가지를 언급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라거나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작가의 생활 태도’에 있음을 강조한다.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작품에 드러나는 것은 본래 자신의 생활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포함한 ‘인간’ 본연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인물’이 등장한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작품 활동을 명목으로 생명을 다치게 하거나 함부로 다루지 않는 태도, 즉 ‘휴머니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심스러운 ‘파격’, 그 새로움을 향해...

그는 다작을 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회화, 사진, 영상 등 작품의 범위 또한 넓다. 그래서 최근의 ‘날리는 교실 프로젝트’ 기획전 참여뿐만 아니라 1년에 20여 개 정도의 기획전에 초대를 받는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던 날도 연구실은 작업실을 방불케 할 만큼 진행 중인 작품들이 가득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독일 표현주의 작가 ‘안젤름 피커’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과는 달리 무겁고 진중하지만 차후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작품의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그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 방식에 더해 ‘고전적이고 진중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가나화랑’ 체류작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내달부터 3개월간 프랑스에 머물고 연이어 ‘안식년’ 학기여서 올 여름까지 유럽에 체류할 예정이다.

대학 4학년 때부터 각종 상을 휩쓸며 일찍 성공을 경험한 후 돌연 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과 작품 활동으로 한 발 도약했다. 그때처럼 이번 유럽 체류를 통해 새로운 작품 활동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안고 돌아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기사입력시간 : 2007년 01월10일 [06:10] ⓒ 뉴스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