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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은 어떻게 농촌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나? (소성리 사드반대 투쟁을 중심으로)[농촌과 목회 2020년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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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에서/관심가는 소식들

2020. 9. 11.

농촌과 목회 2020년 가을호에 실린 백창욱목사님의 글입니다.

백목사님은 "국가폭력이 실제 한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썼다고 하시네요..

약간 긴 글이지만 정독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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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은 어떻게 농촌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나? (소성리 사드반대 투쟁을 중심으로)

백창욱목사(대구새민족교회, 소성리 지킴이)

 

1. 소성리에 무슨 일이?

 

소성리만의 특별함이 있다.

무엇일까? 성주 쪽에서 소성리에 들어오는 길목인 용봉삼거리부터 마을을 지나 원불교가 24시간 기도하는 진밭평화교당을 지나 사드불법기지 정문 앞까지 수km 구간, 도로 양 옆으로 무수히 걸려 있는 현수막들이다.

모두 사드반대, 사드철거를 촉구하는 현수막이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평화마당 무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는 이렇다.

“ 추가배치는 문재인정부의 적폐이다. 사드빼고 사과하라 ”

“ NO THAAD! JUST PEACE! 사드가고 평화오라 ”

“ 생명평화 위협하는 사드배치 절대반대 ”

“ 평화정세 역행하는 불법사드 뽑아내자 ”

지금은 코로나 19로 잠시 중단한 매주 수요집회와 토요문화제에서 주민들은 주먹 불끈 쥐고 “사드뽑고 평화심자”고 외친다.

또 주민들과 지킴이, 연대자들은 매일 아침과 오후 불법사드기지 정문 앞에서도 같은 구호를 외친다.

24시간 불법사드기지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자경초소 주변에도 각종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건 현수막을 소개한다.

“공사할 것 다하고, 가동할 것 다하면서 환경영향평가라니!”

“사드빼야 진짜 평화! 미군빼야 진짜 자주!”

“주한미군사령관은 유류와 미군의 육로 출입을 강요말라!”

“미군은 사드빼고, 이 땅을 떠나라”

“철조망을 걷어치우고, 불법사드 철거하라!”

“사드 없이 평화롭던 주민 일상 돌려달라!”

“정당한 일이거든 죽기로써 할 것이요!”

현수막은 소성리의 가장 최근 현안을 말하고 있다.

소성리에 걸린 무수한 현수막들은 한결같이 사드철거, 미군철수야 말로 소성리 주민들이 다시 일상의 평화로 돌아가는 길이며, 한국을 자주독립의 나라로 바로 세우는 첩경임을 웅변한다.

군사마피아들은 무기와 기지를 늘려서 대한민국을 안보하고 평화를 지킨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군사요새가 한반도 긴장대립을 더 격화시키고,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다. 평화는커녕 재앙덩어리이다.

 

2. 일상의 평화가 산산조각나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끄트머리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소성리가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마을이 될 줄이야! 평화롭던 마을이 사드괴물 철퇴를 맞아서 평화를 잃어버렸다. 국가폭력은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냐고? 사드를 강제로 박아놓은 자체가 마을공동체 파괴다.

2017년 4월과 9월, 황교안대행과 문재인정권이 소성리에 사드를 강제로 배치한 이후 소성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평범한 농부들은 모두 투사가 됐다. 소성리 주민들의 간절한 화두는 사드를 물리치고 다시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 일이 됐다. 자나깨나 우리의 소원을 통일이듯이, 소성리 사람들의 소원은 사드철거다.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평화였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가 있다. 박배일감독이 연출한 영화 <소성리>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프메세나 상을 받았다. 비프메세나상은 한국과 아시아 각각 1명씩 수여하는 상으로, 와이드 앵글 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 단편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실험영화 중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영화다. 작품성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일과 휴식 사이의 균형,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활기찬 행동주의는 우리에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며 “영화 속 현명하고 강인한 노년의 여성들을 통해 우리는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고 했다.

2018년 8월에 개봉한 이 영화 선전포스터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소성리 원불교 평화교당 컨테이너 앞에 여러 할매들이 걸터앉아 있고, 영화의 주인공인 도금연할매가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이다.

내 기억에 이 날은 극우단체가 소성리에 와서 분탕질을 하던 날이다. 마을사람들은 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마을을 지나가게 하는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 자연히 마을에는 비상이 걸렸고 할매들도 빠짐없이 나와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영화포스터는 바로 이 모습이었다.

그런데 영화 개봉 후 이년이 지난 지금, 포스터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할매들 중 꼭 절반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인 2020년 8월에는 집실댁 장경순 할매가 운명하셨다. 장경순 할매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 평화마당에서 매일 행하는 백배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신 분이어서 그분의 작고는 더 각별하다. 몸이 불편해서 젊은 사람들처럼 절을 할 수가 없었던 할매는 의자에 앉아서 정성스레 두 손을 합장, 소성리의 평화를 기원하시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이 간절한 모습을 볼 때마다 어찌 이 분들을 홀로 둘 수 있겠는가 결의를 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4월 12일로 기억한다. 정권은 사드불법기지에 사드장비차량, 공사차량을 들여보내려고 수십 개 중대를 동원했다. 비상연락을 받고 모인 주민과 시민들은 저녁부터 진밭교를 막았다. 긴 쇠막대를 격자로 용접해서 한 칸에 사람 한 명씩 들어가고 그물로 전체를 덮었다. 밤새 잠 한 숨 자지 못하고 식사는 떡으로 대신하고 물을 마시면 용변을 봐야 하고 그럼 대오에서 이탈하게 되므로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다음날 정오까지 꼬박 자리를 지켰다. 국가폭력이 사드를 강제 배치한 이후 소성리에서는 이런 처절한 투쟁이 일상이 돼버렸다. 우리를 쉽사리 떼어놓지 못하게 대비한 덕에 그 날 처음으로 사드차량을 막아냈다. 그때도 장경순할매는 초저녁 비상사이렌이 울리자 맨 발에 슬리퍼만 신고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상태로 허겁지겁 진밭교로 달려오셔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할매는 그렇게 “죽어도 사드빼고 죽을란다”는 결의로 살다 가셨다.

내가 소성리의 현재 일상을 시시콜콜 서술하는 이유가 있다. 국가폭력이 한 마을을 실제로 어떻게 괴롭히는지, 망가뜨리는지, 그 때마다 주민들은 어떤 고생을 하는지, 어떤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지, 어떤 정신적 데미지를 입는지를 조금이라도 느껴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대규모로 소성리에 침입할 때마다 마을은 비상사이렌을 울린다. 사이렌의 정서적 여파를 생각해보자. 사이렌은 단지 소리만이 아니다. 마을에 뭔가 큰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 일이 무엇인지 아는 이상, 주민들은 또 얼마나 긴장과 분노, 수모를 겪어야 하는가를 예고하는 신호이다. 그것도 사드가 들어올 때부터 수시로 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 주민들 심정은 어떻겠는가.

할매할배들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 겪는 난리라고 토로한다. 국가폭력이 이분들에게 전쟁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때 같은 난리를 겪게 하고 있다.

 

3. 사드의 정체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사드가 뭐길래, 소성리 마을은 이 난리를 겪나? 의아할 것이다. 사드는 필요한 것 아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우리를 방어해 준다고 하는데 왜 반대하지? 경북 사람들은 모두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열렬 지지했는데, 왜 박근혜가 결정한 사드배치를 저리도 반대하지? 문재인이 배치한 사드는 착한 사드라는데, 혹 소성리 사람들도 좌파빨갱이들에게 포섭돼서 뭣도 모르고 부화뇌동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국가가 하고자 하면 그걸 어떻게 막나? 참 딱하다, 지역개발이나 보상을 노리고 무조건 반대하는 거 아니야 등등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 한마디면 족하지만,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사드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고 그 사드가 소성리에 들어오기까지 과정, 그 이후 소성리는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사드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issile Defense, MD)의 핵심무기이다. 사드는 레이더를 통해 적의 공격 징후를 파악한 후 포물선으로 날아오다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고고도(40km~150km)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체계이다. 사드는 탐지하는 레이더와 요격하는 미사일로 구성되어 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한다. 사실일까? 미 의회 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저고도로 날아와 몇 분 내에 떨어지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별다른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37년 동안 미국항공우주국 에임즈 연구센터에서 근무한 박철박사(74세)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가짜고 사드도 가짜다. 명중률이 제로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사드가 북의 미사일 방어에는 하등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사드 미사일이 아니라 사드 레이더다. 사드의 주요 용도는 미사일 요격보다는 레이더를 통한 군사 정보 수집이다. 사드 레이더는 북한과 중국 동부를 넘어 러시아의 움직임까지 탐지할 수 있다. 사드 운용은 주한미군이 한다. 한국은 미군이 사드를 어떤 모드로, 어떤 방향으로 운용하는지, 출력 범위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즉 “사드는 북한 방어용 및 탐지용”이라는 국방부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은 “사드배치는 중국 안전에 해롭고 한.중 관계에도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며, 경제보복까지 감행했다. 러시아도 “미국 MD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북핵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사드 레이더가 위험한 이유는 가공할만한 전자파 때문이다. 사드 X-밴드 레이더는 고주파 전자파를 발생시키는데 고주파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인체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된다. 따라서 미 육군 교범은 강력한 전자파 때문에 사드 레이더에서 3.6km까지를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드 부지인 성주 골프장 3.6km이내 농소면과 남면에는 6,700여명이 살고 있고, 8.3km 지점인 김천 혁신도시에는 14,000여명이 살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해 주변 2만 여명이 전자파의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사드레이더를 작동시키는 발전기에서 나는 소음도 주민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한마디로 지축을 울린다.

사드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사드 1포대 구축비용은 약 2조원이다. 여기에다가 설치비, 부지, 전기, 수도비용 등 1포대 당 연간 약 3천 3백억 원의 운영 유지비가 발생한다. 이 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봉인가? 무엇보다 사드가 위험한 이유는 유사시 사드 기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최우선 타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소성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재앙을 당할 것이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국가 주권과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 통일위원회 발행 소책자 “사드가고 평화오라” 참조)

 

4. 주민을 철저히 배제한 사드배치 과정

 

이 사드는 어떤 과정으로 소성리에 들어왔나? 일지형식으로 소개한다.

2016년 7월 8일, 한미당국은 사드배치를 결정했다는 공식발표를 한다.

2016년 7월 13일, 한미공동실무단은 사드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를 건의하고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했다는 발표를 한다.

2016년 7월 15일, 그 시끌벅적한 소동이 일어난 날이다. 황교안총리가 성주군청을 방문, 주민설명회자리에서 군민들을 무마하려 했지만, 격노한 군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뒤꽁무니를 뺐다.

2016년 8월 4일, 국방부는 “사드, 성주 내 다른 부지 가능성 검토”라고 연막을 쳤다.

2016년 8월 22일, 김항곤 전 성주군수는 “성산포대 뺀 제 3의 장소로 결정해 달라”며 사드대체 부지를 공식 요청한다. 그러면서 관변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성주 투쟁위 지도부는 사드배치 반대 투쟁전선에서 물러난다.

2016년 9월 30일, 국방부는 대체부지로 소성리 ‘롯데골프장’을 확정한다. 제 3부지로 소성리를 결정하면서 사드배치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던 성주군 전체는 언제 그랬냐 싶게 급속히 빠지고 소성리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외롭게 남아버렸다. 소성리 사람들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뒤통수를 맞았다. 이 날부터 소성리 사람들은 일상의 평화를 빼앗겼다.

2017년 2월 28일, 국방부와 롯데는 소성리 롯데골프장 약 148만 제곱미터와 남양주시에 있는 국유재산 약 6만 7천 제곱미터 간의 교환계약을 체결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4월 26일 새벽,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 상황에서 경찰 수십 개 중대가 주민들을 막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성주골프장에 사드미사일 두 기를 기습 반입한다. 이 때 차에 있는 미군병사는 유유히 지나가면서 울부짖는 주민들을 보고 웃고, 카메라를 들이대서 더욱 분노를 자아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다.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크게 기뻐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때부터, 사드배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은 졸속으로 밀실에서 진행된 사드배치 결정을 철회하고 공론화 과정과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 말 때문에 대통령에 취임하면 바로 사드를 철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017년 7월 28일,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다.

2017년 7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미사일 나머지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한다. 대통령을 믿으며 안심했던 소성리 주민들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다. 주민들은 이날부터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낸다.

2017년 9월 6-7일, 문재인정권은 성주골프장에 사드 미사일 4기를 추가 반입한다. 경찰 병력 팔천 명은 사드진입을 저지하는 주민과 시민들 오백여명을 밤새도록 끌어내고 7일 아침에 사드장비를 통과시킨다. 주민과 시민들은 촛불시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그 시민들을 철저히 짓밟으며 사드를 강제 배치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정신적 공황에 빠졌다. 특히 경찰은 작전수행을 한다는 구실로 기독교현장기도소를 완전히 짓밟아 파괴하고, 미사를 보는 가톨릭천막과 원불교 평화교당을 크게 훼손했다. 이상이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가 들어간 간략한 과정이다.

정권이 소성리를 사드배치부지로 결정하고 강제배치하기까지 과정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이 모든 결정과정에서 소성리 주민들은 철저히 배제된다. 최우선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서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해군기지를 강제로 건설한 제주 강정처럼, 초고압철탑을 강제로 건설한 밀양과 청도처럼. 정권은 안보를 구실로 안보의 주체인 시민들을 제 마음대로 대상화했다. 저항하면 진압하면 그뿐이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의 정치가 아니다. 미국의 식민지로 분단국가를 사는 백성의 비애다. 놀라운 일은 오로지 미국의 패권유지에만 필요한, 한국에는 백해무익인 사드를 들여놓고 운영하는 일에는 박근혜정권이나 문재인정권이나 하등 차이가 없는 현실이다.

 

5. 공권력 폭력이 일상화 되다

 

9월 7일 나머지 사드를 강제 배치한 이후에도 문재인정권은 계속해서 공권력을 동원해서 소성리를 짓밟았다. 그 경과 역시 일지형식으로 소개한다.

1) 2017년 4월 26일: 사드 장비 1차 반입(황교안대행)

2) 2017년 9월 7일: 사드 장비 2차 반입(이하 문재인정권)

3) 2017년 11월 21일: 공사 장비 및 자재 반입

4) 2018년 4월 12일: 공사 장비 및 자재 반입 시도, 저지 성공

5) 2018년 4월 22일: 공사 장비 및 자재 반입

6) 2018년 7월 17일: 기름탱크 반입

7) 2020년 5월 29일: 사드 성능개량 장비 추가 반입, 공사 장비 및 자재 반입

8) 2020년 6월 22일: 사드 구장비 반출

9) 2020년 7월 2일: 똥차, 쓰레기차 반입

10) 2020년 8월 4일: 똥차, 쓰레기차, 가스차, 부식차, px차, 내용을 숨긴 군용트럭 반입

보다시피 지금까지 총 열 번의 공권력 폭력을 겪었다. 이 중 박근혜 정권은 단 한 번이고 나머지는 문재인정권이 자행했다. 소성리에 정권이 대규모 공권력을 침범시킬 때마다 마을사람들이 어떤 심정인지 상상해 보라.

경찰들은 조를 짜서 집집마다 감시하고 이동을 통제한다. 오도 가도 못하게 봉쇄한다. 마을 곳곳에 경찰들이 경계를 서서 주민들을 압박한다. 그리고 실제 사드차량을 진입시키기 위해 물리력으로 저항하는 주민들을 고착한다. 대오에서 끌어내려고 인정사정없이 몸을 잡아끈다. 그 와중에 부상을 입는 일은 다반사다. 저항하지 못하도록 사지를 붙잡고 꺽어서 고통을 준다. 고착장소에 가둬놓고 작전이 끝날 때까지 가둬둔다. 이때마다 겪는 무력감, 모욕감,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일이 4년째 진행 중이다.

 

6.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국가폭력이 소성리에 끼친 영향이 어떻겠는가?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에 깊은 우울을 지니고 산다. 정신의학적으로 진단하면, 모두 문제가 있을 게 분명하다. 어매 할매들이 가부장 사회에서 뼛속깊이 체화된 수용성 덕분에 감내하는 것일 뿐, 정상이 아니다.

이렇게 국가폭력은 마구잡이로 농촌마을 공동체를 파괴한다. 농사일을 하다가도 밭을 매다가도 비상소집을 하면 허겁지겁 모여야 한다.

매일 저녁 어매할매들은 평화마당에 모여서 그날 소회를 나눈다. 2017년 사드가 소성리로 결정되고 나서 골프장에 드나드는 차량을 감시하기 위해 자경단을 운영한 게 효시가 돼서 지금껏 매일 저녁 모이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대화는 사드다. 한참 신나게 이야기하다가도 끝에는 긴 한숨을 토하며 말을 아낀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소성리 현실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농촌과 목회』 잡지를 보면, 전국 곳곳 농촌마을의 다양한 미담사례들을 접한다. 부럽다.

그런데 단적으로 말하면 그 마을들은 국가폭력이 건드리지 않아서 무사한 것이다.

재수없게도 소성리가 국가폭력의 그물에 걸려서 생고생을 하는 것인데, 사실 다른 마을이라고 해서 마냥 무사한 것은 아니다. 어느 마을도 예외없이 똑같이 국가폭력을 당할 수 있다.

다른 마을이 국가폭력을 당할 때, ‘지 복이지’ 하며 외면하면 고통을 겪는 마을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그렇게 관심을 갖고 눈을 돌려보면, 실제 전국 곳곳에서 국가폭력에 만신창이가 된 농촌마을이 많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국가폭력이 우리 마을을 비켜 갔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하는 심정으로 관심 갖고 국가폭력을 함께 규탄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모두가 평등하게 행복한 나라가 된다.

말로만 국민이 주인입네 떠들 뿐, 권력은 지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폭력으로 법으로 제도로 또 정권들의 마름들을 내세워서 욕망을 채운다.

그런데 소성리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다.

다행히 소성리는 아직 분열되지 않았다. 강정이나 밀양이나 청도 삼평리 마을처럼 군사기지나 철탑건설에 대해 찬반으로 갈라져서 공동체가 파괴된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다. 공동체가 파괴된 마을이장은 정권에 빌붙어서 지들 편만 챙기고 반대자들을 소외시키지만, 감사하게도 소성리는 이장도 부녀회장도 우리 편이다.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른다. 소성리 주민들은 오늘도 사드철거 결의를 세우고 매일매일 투쟁하고 있다. 사드를 철거시킬 때까지 이 고통을 견디자는 결의로 서 있다.

소성리에 힘찬 연대를 바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