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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물러난 도덕 선생님의 못다한 이야기

무엇을 보러 나갔느냐? - 달마산 해맞이 기원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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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백/고백 ; 기도 ; 선언 ; 설교 ; 묵상

2022. 1. 2.

[무엇을 보러 나갔느냐]

 

(누가복음 7:24-26)
24   예수께서는 요한의 제자들이 떠나 간 뒤에 요한을 두고 군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었느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25   아니면 무엇을 보러 나갔었느냐?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냐? 화려한 옷을 입고 사치스럽게 사는 사람들은 왕궁에 있다.
26   그렇다면 너희는 무엇을 보러 나갔었느냐? 예언자냐? 그렇다. 그러나 사실은 예언자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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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2022년 해맞이를 하러 달마산에 올랐습니다.
그믐달이 걸린 하늘. 모처럼 눈썹 모양 그대로 달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어제 몸살을 앓던 여파가 있어서 산길이 힘들었습니다.
소성리 마을의 사진전문가 다정표고농장 형님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느라 등산지팡이도 없이 비탈길을 오르다 기어코 넘어졌지요. 카메라 덮개와 플래시 부분이 상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길을 왜 올라가는 것인가?

잠시 이 물음을 화두로 삼다보니, "무엇을 보러 나갔느냐?" 군중을 향해 묻던 예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 광야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러 나간 것도 아니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러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언자(세례 요한)를 보러 나갔지요. 그러나 예언자를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예언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예언에서 말하는 메시아가 와서 직접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사역에 함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사람들, 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춤추고 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보러, 구경하러 나간 것이 아닙니다. 절망스런 현실을 뒤엎고 희망의 세상을 일구는 그런 일에 참여하러 간 것입니다.

 

+++(사족)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마 5:45)"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오늘 새해 해돋이 사진이 곳곳마다 넘칠 테지요. 사드기지 안의 사람들이 꾸는 소망과 우리의 소망이 서로 다르더라도, 해는 소망의 상징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힘들게 산 위에 올라 해를 맞이했다고 해서, 편하게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보다 소망을 이룰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 것일까요? 저 악인들이 바라보는 해보다, 우리가 바라본 해가 더 신통력을 발휘해 주겠습니까?

똑같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지만, 함께 수업을 듣는다고 모두 깨닫는 것은 아닙니다. 깨달음은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희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희망이 선물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샘물긷듯 길어올려야 희망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무엇을 보러 나갔느냐?
달마산에 오르는 우리에게 하늘이 묻습니다.
오늘 달마산에서 바라보니 구름도 별로 없이 해가 그 빛을 그대로 쏘아내며 쑤욱 올라왔습니다.
멋진 해돋이 사진이 안 나온다고 투덜대며 해를 맞았습니다만 ㅡ 정상에서 깃대가 휘도록 세찬 바람에 「사드가고 평화오라」 깃발을 나부끼고, 그 깃발을 젯상삼아 제수를 차려놓고 기원제를 드린 이유는 "떠오르는 붉은 해가, 또는 달마산 산신령이 사드를 몰아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희망의 다짐을 하는 것이었지요.
굴하지 않는 우리의 의지를 그렇게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보러 나간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러 나간 것이었습니다.
하늘 평화 이루어 내는 그 일을 올해도 멈추지 않겠다고 온 우주를 향해 다짐하는 발걸음이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뒤쪽 백마산에서도 김천시민들 역시 그렇게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달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백마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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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사진으로 올려둔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의 해맞이 기원문을 덧붙입니다.

 

2022년 해맞이 기원문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소성리 주민들과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이들이, 여기 신령스러운 기운이 솟아나는 달마산 정상에 함께 올라 천지에 고합니다.

5년 전 이 곳 달마산에, 전쟁무기 사드를 앞세우고 외국군대가 들어와서 또아리를 틀더니, 이제 소성리 마을길을 미군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지상병참선으로 내놓으라고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예순여덟번이나 경찰병력을 앞장세워 주민과 시민들을 끌어내고 사드기지 공사장비와 자재들, 공사인력들을 끌고 올라갔습니다. 달마산이여, 잠들지 마소서. 우리의 통곡에 귀 기울이소서.

보소서, 달마산이여. 
아무리 혹독하게 추운 겨울도 때가 되면 물러가고 봄이 오듯이,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불씨가 남아, 때가 되면 많은 이들이 다시 함께 자주의 불꽃, 평화의 불꽃을 피워 올릴 것을 굳게 믿으며 우리는 오늘도 불법사드기지 앞에 섭니다.
   
달마산이여, 신령스러운 천지기운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를 지켜보소서! 우리 끝내 포기하지 않고 저 흉물스러운 전쟁무기와 외국군대를 이 땅에서 내보내고 마을의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니, 오늘 이 다짐에 함께 하시고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주소서!

이제 우리의 소망과 결의를 담아 맑은 술 한 잔 올립니다.
흠향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