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등급

스스로 물러난 도덕 선생님의 못다한 이야기

02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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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안전지대

[안전지대] "에그, 저 지지리도 못난 녀석, 데모 한 번 못 해보고..." "엄니, 여태 데모하는 덴 쳐다보지도 말라시더니?" "인석아 대한민국 대학생들 다들 하는데 넌 끼지도 못하누?" "엄니, 그럼 나 데모해도 괜찮아유?" "그려그려 남들 다 하는 데 끼지 못하면 그것도 빙충이지 빙신 취급 받는 거여 다만 이것을 명심해라 맨 앞에도 서지 말고 맨 뒤에도 서지 마라 한 가운데도 서지 마라 그니까 1/4선이나 3/4선쯤, 꼭 여기쯤 있어야 한다." 1980년 서울의 봄 어디쯤에서 어머니 하신 말씀이었네 마파람에 실려온 광주의 피냄새가 섬뜩해 계절이 거꾸로 흐르던 날 얼어붙은 여름 한 낮에 어머닌 다시 말씀하셨네 "막내야 서울 가거든 데모하는데는 쳐다보지도 마라 잉!" "전에는 끼어도 된다고 하셔놓군....

댓글 습작시 2021. 5. 2.

01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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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까망이

【 까망이 】 아직 태어나서 두 계절도 겪지 못한 고양이가 길고양이가 봉정할배 발걸음을 쫓아다니며 몸을 부비고 있었다 옛끼놈! 어따 대고 와서 몸을 부비노! 연신 휘둘러 쫓아내는 할배의 지팡이는 호통소리와 달리 살기를 품진 않았다 오히려 측은지심 가득 담긴 삿대질 그러나 너를 품을 순 없어 너에게 길들여지진 않을 거야 팔십 평생 깨달은 지혜가 보여주는 단호함 뿐이었지 까만 털, 흰 구두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눈 할배에게 쫓겨나 내 발치로 다가온 녀석에게 '까망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부터 서로 길들이기, 길들기가 시작되는 것 길고양이 세계에도 서열이 있어 자기 위해 진설된 밥상에서도 가장 나중으로 밀려난 녀석 서열에 쫓겨, 가냘픈 나뭇가지 하늘 위로 쫓겨 네가 택한 생존전략이 집냥이가..

댓글 습작시 2021. 5. 1.

21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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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느니

[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느니] 한 때 소월의 사랑노래는 우리 민요 사랑가 보다 우리 마음을 더 울렸었지 나의 누이야, 꼬메리칸 똥별들아 너도 그렇게 사랑했구나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 진달래 꽃 /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매부리코 팔뚝 굵은 노랑머리든지 부리부리한 눈에 비단결 같은 검은 피부 곱슬머리든지 곰같이 미련한 순정보다는 황금빛 찬란한 욕망을 사랑한 나의 누이야 꼬메리칸 샛노란 똥별들아 그래 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구나 컴온 베이비, 나를 마음껏 유린해주세요.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댓글 습작시 2021. 4. 21.

20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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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몽돌해변에서

[몽돌해변에서] 첫 교실, 첫 수업 130개의 눈동자가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날의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차라리 배부른 돼지가 되겠다고 모두가 꿀꿀 거리는 교실에서 '쇠 귀에 경읽기'로 지쳐가다가 끝내 나는 돌멩이가 되었다. 사람이 되자고 사람답게 살자고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라고 말할 때 10개의 눈동자는 본드에 취해 눈이 풀려버렸고 20개의 눈동자는 가수들의 뒷모습을 쫓아가고 있었지. 40개의 눈동자는 사다리 디딜 자리 찾느라 분주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떨어질 사다리. 50개의 눈동자가 내게 물었지 사람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 사람인 게지 사람답다는 게 뭔 얘기여? 당신은 독재자라 소리치며 귀를 닫았다. 모든 욕망이 똘똘 뭉쳐 바위가 되고 바위..

댓글 습작시 2021. 4. 20.

20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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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인민재판

[인민재판] 억지로 끌려나온 듯, 광장 무대에 오른 너는 불만으로 가득찬 표정을 감추고 있다 오만한 너의 눈빛을 들킬세라 먼 하늘을 보고 있다 죄없는 자 먼저 돌로 쳐라 예수를 흉내낸 판검사가 변호사처럼 나발 부는데 다윗의 물맷돌을 닮은 새총 솜씨로 나는 너의 콧잔등을 정확히 겨누고 있다. 너의 이마 한 가운데를 노리고 있다. 군중들이 돌을 버리고 돌아서기 전에 너를 치는 자가 되려고 콩알을 재어 새총을 들어 네 얼굴을 정조준하고 있다. 새총에서 날아간 콩알이 네 콧잔등을 때릴 때 넌 시큰해진 눈물을 참을 수 없어 통곡하리라. 새총에서 날아간 콩알이 너의 이마를 때릴 때 너는 스님의 죽비를 맞은 듯 소스라칠 것이다. 머릿속에 굉음이 울리리라. 팔려오지 않은 무리들 다시 일어나 떨구려던 돌 다시 치켜들고 ..

댓글 습작시 2021. 4. 20.

20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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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허깨비

[허깨비] 지금 이 나라 군대는 누구로부터 누구를 지켜주고 있는가? 그들은 허깨비로부터 미국을 지켜주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땅 바쳐 돈 바쳐 목숨 바쳐 미래까지 바쳐가며 미국을 지켜주고 있다. 어느 누구도 지구상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미국을 공격하려 하지 않지만, 허깨비는 늘 두려운 법 그래서 선빵만이 살 길이다 칼춤을 추는 미국. 칼춤추는 미국을 따라 이 나라 군대도 칼춤을 춘다. 전쟁에 미친 놈을 전쟁귀신에 씌인 놈을 지켜주기 위해 망나니 칼춤을 춘다. +++++ 2020.04.18 사드저지기독교현장기도소 4년차를 시작하며 페북에 올렸던 시.

댓글 습작시 2021. 4. 20.

06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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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 물맷돌이 되고저!

돌에 관한 시 한 편 끄적거리다가 옛날 묵상글로 남겨둔 게 생각나서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지금 읽어도 '참 대견한 얘기를 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는 한 대목을 여기 옮겨 봅니다.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제사장으로서 신령한 집을 짓는 데에 쓰일 살아 있는 돌! 그러나 우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자기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자들을 목회자로 섬기며, 그들에게 제사장의 직분을 위임하고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 주눅들어 반석은 베드로에게, 머릿돌은 예수님께 양보하고,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이는 건 목회자들 몫으로만 여기고, 우리는 그저 '집짓는 사람들의 버린 돌' 신세로 있다가, 저처럼 '골리앗의 이마에 가 박히는 작은 물맷돌'이 되고 싶어하거나, 간음한 여인..

댓글 습작시 2021.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