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향 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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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2020. 9. 21.

난 이런 구불구불한 면과 야채스프,분말스프로 구성된 라면으로 아점을 먹었다.

 

아니다.

아침을 먹었다. (9.18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띵~~동~" (띵동~이라 쓰고 "강~~훈~"이라 읽는다)

 

돌아 댕기지 말라는데 말도 드럽게 안 듣는다.

 

밥 먹으러 가자는데 난 먹어서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건 아침이고!"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붙들려 나가줬다. (배추 모종이 나왔나 궁금했던것이 붙들려 나가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길 건너 집 앞에 이슬람교 사원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 (아예 쇠사슬로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들어가며 찍은 사진이 없다. (이곳은 '옛 고향 순대' 란 상호를 가진 식당이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식당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었는데,앞에 가고 있던 65살 먹은 아줌마 둘과 계속 부딪힌다.

빨리 가려면 빨리 치고 나가던가,

천천히 가려면 쑤~~욱 빠져서 뒤에서 오던가 하지,우리가 가려는 식당 문 앞에서 갑자기 문을 확 열어 제낀다. (문은 여닫이 유리창문이다)

땅만 보고 갔다간 머리통을 쿵! 찧었을것이 확실하다. (가려는 방향이 같았던 것이다) (넷이 한꺼번에 들어가려니 이 사달...)

 

"뭐 먹을까?"

 

"순댓국집 와서 뭐 먹겠냐는 뭔 소리야?"

 

찬은 이게 다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새우젓 인심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나는 한 다섯 마리만 있어도 되는데 무려 67마리의 새우를 주셨다.

 

그리곤 바로 나왔다! (순댓국 8,000원)

 

서너 개의 순대가 들어 있었고 나머진 다 돼지 부속인것 같았다.

나와 훈이의 에어 라이스 뚜껑에 고기를 건져 훈이 먹으라고 다 주었다. (먹다 준 것 아니다.버리면 아까우니 누구라도 한점 더 먹으면 그게 생산적이지 않겠는가!)

살찌울 요량으로 뭐든 다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돼지의 귀나 내장은 아직 나에겐 넘사벽이다.

 

고추도 듬뿍 넣어 먹어 보려고는 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

 

'왜 이 대목에서 갑자기 박 부장이 생각나는 걸까?'

 

난 고기 안 먹는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항상 점심때면 순댓국을 찾는 순댓국 마니아 박 부장.

마니아고 죽고 못 살겠으면 자기만 먹으면 되는데 항상 나를 끌고 가선,이 맛있는걸 왜 안 먹냐고 헛소리를 해댔다.

 

"나 고기 안 먹는다고욧!"

 

수십 번을 이야기했는데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또!

 

순댓국 먹으러 가자고 했던 양반.

 

White-Collar라고 해서 순댓국 먹지 말란 법 없고,

Blue-collar라고 해서 양식 즐기지 말란 법 없을 거다.

 

하지만 손님 대부분의 행색이 (행색만 보고 사람 잘 못 판단했다간 낭패 볼 확률 10,000%!) 육체 노동자들이었다.

 

두 명의 남자 사람과 (둘 다 작업복 입었음) 한 명의 아가씨가 같이 들어오길래 일행인 줄 알았다.

 

이 집은 테이블마다 양념장과 후추통이 있는게 아니라,

손님이 적당히 간을 맞춘 것 같고 먹기 시작했다면 다른 손님이 앉은 테이블로 양념통을 옮긴다.

내 국은 간이 맞질 않는것 같아 양념장과 후추통이 있는 쟁반이 어디 있나? 하며 뒤를 돌아봤는데...

 

'이 집 순댓국 맛집이 확실한 것 같다!'

 

아까 두 명의 남자 사람과 함께 들어온 아가씨는 (아가씨라기 보단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 느낌?) 국밥 그릇에 얼굴을 묻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었다. (혼자 앉아서) (벽 보고!)

 

막,

 

미.친.듯.이.는 아니었는데 달인놈은 깜놀했다.

 

아까 들어올 때 여닫이 문을 확! 열어서 머리를 콩! 하고 찧게 만들뻔한 65살 아줌마들도 전투적으로 먹고 있었다.

 

"그 새끼 참... 듣는 아줌마 기분 나쁘게 자꾸 65살~ 65살~~ 네가 65살이란걸 어케 아는데? 새꺄!"

 

"음... 목과 손등의 주름,얼굴의 탄력 정도,다른 사람을 절대 의식하지 않는 저 큰 목소리?"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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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9.20일)

 

띵동은 뭐다?

띵동은 강 훈이다!

 

집에 밥이 없다.

 

아니다.

쌀이 없다.

쌀이 없으면 마트에 전화해서 갖다 달라고 하면 되는데 몇 달째 자리만 바꿔가며 마루에서 굴러 다니고 있는 햇반을 소진해야겠다.

 

'갈치 한 토막이라도 튀겼어야 했나?'

 

마음은 굴뚝같지만 해동 시켜놓은 갈치나 생선이 없었다.

 

"자,오늘은 그냥 저렴하게 가자!"

 

마룻바닥에서 굴러 다니고 있는 햇반 박스와 어느 분이 보내주셨는지 모를 국수를 보곤 훈이가 말했다.

 

"국수 보내주신 분은 아직도야?"

 

"그랴~"

 

"자신을 밝히기 싫어하시는 분 같은데 맛있게 먹고 글 재미있게 쓰는게 안 나을까?"

 

"아니,그래도 누가 주셨는지는 알아야지 먹던~ 말던하지,

그리고 지금 나 자체가 재미가 없는데 뭘 재미나게 쓰나~ 

어떻게 재미나게 쓰나~"

 

'내가 무슨 소설가도 아니고.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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