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은 절집에 머무는 매화, ‘천은사 백매’ 길을 나섬에 마음은 벌써 봄이다. 시리고 시렸던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 저 멀리 남도의 어느 땅은 벌써 봄기운의 아지랑이가 서성인다고 바람이 전한다. 봄은 향기로 시작된다. 체증에 묵혀버린 가슴마저 내려앉혀 주는 은은한 향, 봄의 시작은 늘 그렇게 슬그머니 다가온다. 기다리지 않고 구태여 애쓰지 않더라도 자연은 계절의 옷을 바꿔 입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잊혀 지지 않는 향기가 있다. 서늘한 바람결에 스며든 가벼운 상큼함이다. 어느새 눈 감고 고개를 젖힌다. 조금이라도 더 짙게 머금고 싶은 욕심의 몸짓이다. 그래서 봄은 향이 베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지리산의 봄은 아직 이르다. 새벽에 나선 길은 동트기 전에 산길의 능선에 들어섰다. 아직은 스산한 바람..
14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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