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강동리] 양동마을 사랑방의 하루, 분통골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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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旅行自由]/경상북도

2012. 3. 6.

따스한 사랑방에서의 포근한 하룻밤,

분통골 민박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150  /  054-762-7916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의

역사가 서린 마을,

500년 집성촌을 이어오며

종택을 지켜오며 살아 온 마을,

지난 초가을에 찾은 양동마을의 민박집이다.

지금도 따스한 기분 가득한 사랑방이 그리운.....

 

 

 

 

어찌하여 민박집 이름이 분통골인지는 모른다.

'이 집에서 하루를 보내면 분통마저 삭힐수 있다'는 깊은 뜻에서였을까? 암튼, 지난 10월의 끄트머리에 찾은 경주 양동마을에서 길손이 묵었던 민박집의 이름이다. '분통골 민박'.

 

홀로 여행에서 가장 큰 난제는 먹는것과 눕는것이다. 그 중 '여행지에서 잠자리를 정하는 것'은 피곤에 절어 더 이상의 걸음이 힘들때를 의미하거나 하루해가 서산을 넘기며 어둑한 주변을 느끼게 될때면 절박한 현안이 되는 것이다. 그럴때면 나그네는 뜨끈한 구들장과 시원한 샤워가 생각나게 할 시간인것이다.

양동마을 초입에 해당하는 관가정의 아래집, 분통골 민박에 예약을 해놓은터라 부랴부랴 양동마을로 들어서려 했지만, 밀양에서 경주로 넘어가는 길에 경주 야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결국 양동마을에는 밤 늦은 9시가 넘어서야 들어서게 된다. 다소 거친 이름을 가진 민박집이지만, 실제로는 할머니 혼자 거주하시는 초가집으로 객에게 내어주는 방은 문간의 사랑방이다.

다섯평 남짓한 크기의 방은 좁지 않은 넉넉함이다. 어른 4명정도는 거뜬하다. 자칫 좁아 보일것 같은 방에 문을 셋이나 달아 놓아 문을 열면 방의 크기는 그 배가 된다.

 

늦은시간, 예상보다 경주에서의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러나 할머님은 그 시간에 밥상을 차리신다. "괜찮습니다."라 하였지만,

"라면 보다야 밥이 낫지요." 하시며, "그냥 있는 반찬에 국만 데우면 되는데, 뭘.." 하신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민박집에 오기전 마트에서 준비했던 컵라면과 소주 두병은 고스란히 배낭속에 넣어둔다.

 

 

 

분통골 민박 전경,

안쪽이 할머님이 거주하시는 공간이고, 문간채인 사랑방이 객에게 내어주는 사랑방이다.

 

민박집의 저녁상,

오른쪽의 김치는 묵은 갈치젓김치, 그 옆은 굴김치다. 짠맛이 강하지만 싱거운듯 한 미역국과 참 잘 어울린다.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

그러나 그 밥상을 받은 느낌은 남다르다. 멋스럽지 않으며, 이쁘게 치장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우리네 먹던 평상시의 밥상 그대로다. 구지 다름을 꼬집는다면 지역적인 특색의 김치와 푸짐한 국대접, 그리고 넘치도록  담아 준 밥이다. 손님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 낸 밥상이 아니라 아들놈 퇴근후에 내는 밥상이다. 반주삼아 소주한잔 입에 털어 넣으며 참으로 포근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밤바람이 유독 찬 양동마을의 밤, 유독 더 어두운 양동의 밤이다. 오늘은 몹시도 피곤 하였는가?

온기 스며있는 온돌 방바닥에 두껍게 깔린 요와 이불에 그대로 스러진다. 취기 오른 몸뚱이는 그렇게 민박집 사랑방에 머문다.

 

 

민박집의 아침 산책

 

다음날 아침,

늘 그렇듯 아침 6시 땡! 하면 눈은 떠진다. 적당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 안아서인지 몸은 개운하고, 기분은 상쾌하다.

사랑방의 양문을 젓혀본다. 아직은 새벽하늘, 부지런한 딱따구리 한마리는 은행나무 고목의 끄트머리를 쪼고 있다. "도도도도동.."

말라 비틀어진 고목의 몸뚱아리에선 그리도 곱고 울림 좋은 목탁의 소리를 낸다. 기지개 한번 시원하게 펴고, 몸만 빠져 나와 마당을 걷는다. 상쾌함, 양동마을의 상쾌한 가을 바람, 깊은 숨에 가슴이 뻥 뚫린다.

 

 

 

이른아침 청아한 목탁소리를 내는 딱따구리와 고목

 

길손이 머물던 사랑방

 

민박집의 아침상

 

그리고 아침상,

예의 아침상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상도 넘쳐난다. 밥이 넘치고, 국이 넘치고, 정이 넘친다.

짠맛이 강한 경상도 음식이지만, 그 마저도 녹아들어 입에 착 감긴다. 어제 밤에 먹던 그 상과 같지만 오늘은 사랑방문 활짝 열어놓고 아침상을 받는다. 맑은 햇살이 비추는 마당을 바라보며, 가끔씩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이런 꿀맛 같은 밥상,

언제 또 경험할 수 있을터인가. 

 

양동마을에서 지낸 하룻밤,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온기 어린 구들장이, 넉넉한 밥상이, 그리고 은근히 베어버린 할머님에 대한 기분 좋은 추억이.. 아마도 꽤나 긴 시간동안 길손의 기억속에 머물것 같다.

"할머니, 조만간 식구들 데리고 한번 내려 갑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by 박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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