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하예동] 흐림속의 힐링, 논짓물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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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旅行自由]/제주자치도

2013. 2. 13.

흐린 아침의 감동, 묵은 가슴을 비워내다.

논짓물의 아침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예동 570

 

일상과도 같은 여행지의 표정,

흐리고 짖굳은 날입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침은 특별합니다.

풍경은 가슴에 담기고,

그 자리에 있던 묵은 마음을 내 보냅니다.

 

 

 

 

버릇입니다.

어느곳을 향하고 그 자리를 만난다면, 이른 아침 떠 오르는 하루의 시작을 만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행의 일상입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만나게 되는 평범한 일상의 시작, 그러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하루의 시작은 도 다른 느낌의 여행입니다. 그리고 여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런데, 집 베란다에서 만나는 아침과는 사뭇 다릅니다. 공간의 시간이 다르듯 그 느낌과 감동이 다릅니다. 설령 맑고 고운 해오름이 아닐지라도, 황홀한 오메가의 장엄함이 아니어도 여행길에서 만나는 해오름은 늘 감동을 줍니다. 그 감동을 위한 작은 긴장감은 그래서 늘 즐겁습니다.

 

제주 하예동,

보통 중문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거리가 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바다를 향해 꺽여진 국도를 따릅니다.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길은 해안을 따라 좁은 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작은 포구,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큰 바다, 큰 산이 그들을 감싸안고 있습니다.

올레길 8코스의 중간, '논짓물'을 찾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농수가 바다로 빠져나가자 해안의 바위들은 그 물을 감싸 안습니다. 그리하여 작은 민물들은 바로 바다로 나가지 않고 잠시 고이게 되지요. 그 자리에 사람들은 무료수영장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누구나 와서 쉬고 갈수 있는 자리, 누구나 와서 띄어 놀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삼삼오오 앉을 수 있는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입니다.

논짓물은 작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공간이 됩니다.

 

 

 

 

 

날씨를 종 잡을 수 없는 제주,

아직은 낮선 어둠입니다. 겨울의 끝 자락이고는 하지만 제주의 겨울은 시원합니다. 옷깃 여미게 하는 칼바람이 아닌 가슴 한 복판에 구멍을 뻥 뚫어주는 그러한 상쾌함입니다. 그렇게 상쾌함을 코로, 가슴으로 맞이하며 동트기 전의 논짓물에 섭니다.

 

"해오름을 보기는 힘들겠구나.."

하늘의 상황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로 보아 맑은 해오름은 물건너 간것 같습니다. 잔득 찌푸린 하늘에는 먹구름이 틈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나마 수평선으로 간간히 짙푸른 하늘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내 짚 푸름은 눈부신 횐빛으로 변하고, 붉은 그림자로 변합니다. 이미 벌써 어느 구름 뒤에 떠 올랐을 아침햇살을 기다려 봅니다.

아쉬움 없습니다.

늘 그렇듯 일상의 풍경이 가슴에 와 닿을때, 그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오히려 오늘의 논짓물의 아침 풍경은 참 단아합니다. 구름, 하늘, 바다, 바람.. 그 모든것이 가슴을 훑고 지나갑니다. 해묵은 머리통의 복잡함을 말끔히 훑고 갑니다. 묵은 마음, 지친 몸뚱이를 내려 놓고 비워 내니 그리도 가볍습니다.

이 자리에 설때 보다 더 가벼워진 기분, 그렇게 기분좋은 걸음으로 논짓물을 돌아 섭니다. 

 

흐린날의 아침,

그 마저도 작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논짓물의 아침은 그리도 고마웠습니다.  

 

 

 

 

 

 

 

 

 

 

 

 

 

 

 

 

by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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