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하점면] 좋아서 즐기는 서예예술, 명소가 되다. '고봉서예(高峯書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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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旅行自由]/인천광역시

2013. 3. 15.

좋아서 즐긴 서예, 모두가 즐기다.

'고봉서예연구원(高峯書藝硏究院)'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592-1 / 032-933-0720

 

강화도 서북단으로 향하는 길,

작은 마을을 지나는 길에는

'작은 서예전'이 열립니다.

전시관도 지붕도 없지만,

둘러보며 충분히 즐길수 있는 서예전입니다.

순수예술을 즐기는 예술가의 작품들이지요.

 

 

 

 

 

섬 전체가 살아있는 역사의 섬 강화도,

그리고 그 속에는 '지붕도 없는, 전시관도 없이 서예전'이 열리는 곳이 있습니다. 강화도에 들어서서 하점면으로 향하는 길, 정확히는 교동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48번 국도변, 무태돈대를 찾아가기 위해 달리던 길, 언뜻 눈가에 스치는 그림들이 있어 급히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그 앞에 섭니다.

근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벽화마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흑(黑)'과 '백(白)'의 전시장입니다.

 

'서예전(書藝展)',

어느 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한 서예전일까? 싶습니다.

작은 마을에는 서너가구 정도의 집들이 자리하고, 그 중 세 집에는 횐분을 바른 판넬에 글씨와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까막눈인 길손이 봐도 허연건 바닥이고 검은 것은 글씨인지라, 유심히 들여다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글씨의 서체가 참 매력적입니다. 한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길손이지만 그 글씨에는 본 적 없던 자유로움이 가득합니다. 또한 한글의 표현력도 경지의 수준입니다. 마치 그림을 그려나가듯 글씨는 그 뜻과 함께 오묘하게 어울리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어떠어떠한 서체로 명명 되어진 글씨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르는 까막눈이지만, 마을의 집 담마다 걸려진 서체들의 매력에 한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글 한자 한자를 읽어 보고(그냥 보고..ㅡㅡ;;), 문장을 읽어 (그냥 보고..ㅡㅡ^) 봅니다. 누구의 글씨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분 이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셔터를 눌러 봅니다. 웬만한 야외전시장을 방불케하는 작품들은 곳곳에 자리하여 작은 마을을 요리저리 살펴보게 합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지, 지나가다 이렇게 보면 좋잖아?"

 

그렇게 한참을 보고, 셔터를 누르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마을 아주머니 한분이 지나십니다.

"사진 찍어도 되겠지요?"

"그러시겨~"

"근데 누가 쓰신 건가요?" 하니

말씀은 없으시고 턱으로 길손의 뒤를 가르키며 웃으십니다. 예의 제 뒤에는 평범한 어르신 한 분이 서 계십니다. 글씨의 주인을 여쭈니 어르신이 맞습니다.

올해 84세이신 '고봉 한광현(高峯 韓光鉉)선생님'이십니다.

이 많은 글과 그림을 혼자 작업 해 놓으시고 강화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마을분들까지도 심심하지 않게 하시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유는 그 뿐입니다. 단지 '좋아서' 입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남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에 집집마다 하나씩 걸어 놓은 것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하십니다.

 

선생님을 따라 작업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허름한 건물이라 할수 있으나 제법 널찍한 거실과  별도의 침실과 작업실이 같이 자리한 고봉선생만의 작업실입니다. 다만, 혼자 계시던 시간이 길었던듯, 온기가 없음이 의아합니다.

 

"아내가 몹쓸병에 걸려 근처 병원에 있어요..." 

더는 여쭙지 않았습니다. 사모님의 건강악화로 이 집에 머물며 병원을 오가시고, 틈틈히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아주 어린시절 부터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렸다고 자랑도 하십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화가, 서예가등의 예술가라는 직업이 천대를 받는 직업인지라 부모님의 반대 이전에 스스로 붓을 거두었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사업가로 잘 나가던 어느 날부터 취미삼아 붓을 잡기 시작하였다고 하십니다. 따로 전공을 하거나 배움을 가진 적도 없으시고 간혹 전시전 관람이 전부였던 분으로서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뒤임에도 여전히 멋진 필체의 예술을 하신다니, 말 그대로 천재입니다. 

 

고봉 선생의 작품을 보면 한문, 한글, 동양화와 서양화까지 붓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무엇이든 능수능란하게 붓끝을 놀리십니다. 그러한 능력은 전시전에서도 곧잘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생은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말할 뿐 직접적인 평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즉, 처음부터 그 분야에 몸을 담아 온 분들과 달리 자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야'의 차이를 알고 계시다는 것이지요. 

 

 

 

 

 

길손의 눈에는 붓끝의 힘이 강약을 조절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서체에 그저 감탄 스럽기만 합니다. 시원시원스럽게 써 내려간 필체가 멋지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과정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히신 분들의 판단은 또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고봉선생의 집에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문인들이 많으십니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심지어는 선생의 글씨를 모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굳이 찾아나서지 않으십니다.

"그도 좋아서 그런걸 뭐, 허허!"

 

선생의 작품은 병든 아내를 위함이자, 스스로를 안위하기 위함이었고, 모르는 이들에게 '볼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글과 그림의 흐름을 아시는 예술가 이십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한바퀴를 휘 돌아봅니다.

조금전과는 다른 기분의 글씨들입니다.

'좋아서 즐기는 예술'의 경지는 과연 무엇일까 싶습니다. 물질적인 무엇을 얻기 위함보다는 '정신적인 공감속에 얻는 행복감이 더 아름답다.'라는 것은 고봉 선생을 두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오는게 좋아요. 가끔은 술과 안주를 들고 오는 양반들도 있어.."라며 웃으십니다.

다음에 강화를 갈때에는 막걸리 한통 사들고 가서 길손이 집에 걸어둘 '가훈'을 부탁 드려 봐야겠습니다.

 

 

 

 

 

 

 

 

 

 

 

 

 

 

고봉 한광현 선생님

 

 

 

 

견택의 지붕에도 글이 쓰였습니다.

글귀대로 지하고 팔자 바꾸자고 어지간히 짖어댑니다. 쪼그만놈이...

 

 

 

 

 

 

by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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