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강화] 석모도 절집, 편안하였으니... '낙가산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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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旅行自由]/인천광역시

2019. 3. 18.

가고 오는 길, 그리도 편안하였음을...

낙가산 보문사(洛迦山 普門寺)’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 032-933-8271

 

가는 길의 흥분이 편안타.

머물러 둘러봄도 편안타.

내려놓고 오는 그 길마저도 편안타.

버릴 것 없었음에도 비우고 온 마음이 편안타.

오랜만에 하루가 느리게 흘렀다.

 


이제 50을 넘겼다. 어느덧 불혹不惑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에 들어섰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데 그게 어디 마음 같을까, 세상이치를 깨닫는데 들었던 지나왔던 시간들이 공자와 같이 귀한 분과 같지 않아 워낙에 남루하다. 사람의 뜻도 모를 진데, 어찌 하늘의 뜻까지 알 수 있을런가 싶다.




하루는 그리도 더딘데 한해는 그리도 빠르다.

해질녘을 기다리며 숨 가쁘게 살 때는 그리도 길더니 어느새 한해가 마무리 되고 벌써 백일이 되어간다. 이제사 느끼는 것이 시간은 나이 먹을수록 빠르게 흐른다는 것, 그 뿐이다.

이럴 때는 그저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것이 가장 좋은데, 요즈음은 도통 글도 써지질 않는다.

펜대만 만지작거릴 뿐, 글감도 단어조차도 상서로워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뿐이다.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답답함은 가슴 가득한데 보이지는 않고, 소주한잔 기울이고 싶으나 혼자 마시는 청승은 또 싫다. 이런 날에는 그저 어디로든 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 가자.”

   





무작정 집을 나선다.

집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강화도, 그 속을 다시 달려 삼산면, 석모도라 불리는 섬으로 들어간다. 2017년 개통된 석모대교를 넘어 길지 않은 시간에 섬 속으로 내닿는다. 다리를 건너 북으로 꺽어 들어가 드넓은 석모 평야를 지나 다시 동으로 방향을 바꾼다.

이내 서해의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익히 알고 있는 검은 갯벌은 늦은 겨울 빛에 눈이 시리다.


바다를 따라 흘러가면 어느새 절집의 입구다.

 




보문사(普門寺)’

대한불교 조계종 직영사찰이다.

신라 선덕여왕4(635)에 회정대사(懷正大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관세음보살이 머물고 있다는 인도의 보타낙가산(寶陀洛迦山)’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낙가산(洛迦山)’이라 하였고,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살아있음을 상징하여 보문사(普門寺)’라 했다 전한다.


산과 절집의 이름에 모두 관세음보살을 상징하여 관음도량으로 시작하니 그 중심이 석굴로 불리는 나한전(羅漢殿)’이다.

어부들이 부처님과 미륵보살 등을 바다에서 건져 봉안한 석굴법당으로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으니 수많은 불자들이, 아들 못 낳아 눈칫밥 먹고 살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리도 찾았던 곳이다.

과거에는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선착장에서 버스로 20, 걸어서 1시간여의 거리를 수고로움과 정성으로 찾았을 것이다.

 




절집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앞에 두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1년에 한, 두 번은 찾는 곳인데도 매번 오르는 절집 오르는 경사는 익숙하지 못하다. 일주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사길, 오랜만에 걷는 몸뚱이인지라 그 언덕이 만만하지 않다. 숨이 턱에 차올라 넘칠 때 즈음이면, 절집의 마당에 닿는다.


한 눈에 훑어보기에 작지 않은 절집의 풍경은 한가하고 여유로워서 좋다.

천인대가 자리하던 곳에는 오백나한상(五百羅漢像)과 사리탑이 서있다. 그 옆으로 10m의 와불을 모신 와불전(臥佛殿)이 자리한다.

아래로 내려 보면 석굴과 수령 600년의 향나무가 늠름하고, 극락보전, 요사가 이어진다. 너른 마당 끝으로 종무소가 갯벌을 배경으로 선다. 이어서 범종각, 윤장대, 법음루(法音樓)가 마당을 둘러선다.




절집을 찾는 또 다른 이유로 마애석불좌상(磨崖石佛坐像)’이 있다.

양양의 낙산사,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3대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 석불좌상이다. 보문사가 관음보살의 성지로 알려지고 있는데 바로 이 마애석불좌상이 한 몫 한다. 본당의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15분 오르고 나서야 만나 볼 수 있는 석불좌상, 오르는 계단 길은 한 없이 고되다. 그러나 올라서 만나는 석불의 모습도, 석불이 바라보는 눈길 따라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기가 막힌다.


한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곳, 내려서는 길까지 감동은 계속 이어진다.

 





까치밥 남아있는 감나무의 아래 자리에 앉는다.

공자 할아버지처럼 세상사 통달한 스승 같다면 이 나이가 지천명이겠지만, 세속에 찌든 나는 그저 나이만 먹은 흔해빠진 민초일 뿐이다. 오늘 하루가 즐거우면 그도 행복할 뿐이다.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는 속세인일 뿐이다.

등허리에 돋던 땀도 식어간다. 시원하다. 뭔가 묵직했던 가슴 비워내는 시원함이다. 지친 걸음 이끌고 오른 길을 내려선다. 점퍼 허리에 동여매고 휘적휘적 걷는다.


이만하면 오늘은 편안하다. 이만하면 만족한다.”

보문사는 그런 절집이다. 바램 없이 찾는 그러한 절집이다. 그리고는 비워져 마음 탁 트여 오는 곳이다.


오늘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하루를 보냈다.

 



,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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