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매거진

슬로우 2007. 1. 1. 21:13

연기자 정지훈  가수 비를 넘어서라

( `귀여운 마초`역활로 인기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 넓혀야)

 

여자라면 한번쯤 그의 유혹을 받고 싶을 만큼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열정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가수` 비의 매력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적당히 그을린 근육질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섹시함이 있는가하면,
은근슬쩍 윙크하는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넘쳐흐른다.
또한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고귀함과
상처뿐인 내면을 숨긴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반항아 기질을 동시에 지닌
그의 유혹을 거부할 여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연기자 정지훈`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남성다움으로 무장한,
그래서 귀여운 마초 `가수 비`의 매력에서부터 출발한다.

노래와 연기를 넘나드는 것이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잡은 21세기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가수` 비는 자기 몸에 딱 맞는 `맞춤`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연기자 `정지훈`의 매력을 발휘한다.





<상두야 학교 가자>의 `차상두`가  내면 가득 상처를 간직한 채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도
사랑 하나로 버티는 `귀여운 마초`로서 비의 매력을 보여준 경우였다면,

<풀 하우스>의 영화배우  `이영재`는 최고의 톱스타 자리를 지키고있는 
가수 비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살린 경우이다.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아무 생각없이 함부로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감정 표현에 서투른, 그래서 사랑스런 영화 배우 `이영재`는
바로 가수 비의 또 다른  분신이라 할수 있을 정도로 닮았다.

 

반면에 최근 방송되고 있는 <이 죽일 놈의 사랑> 의 `강복구`는 
`차상두`와  `이영재`를 합쳐놓은 듯 하면서도 조금 다른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때문에 식물인간이 된 형을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남자 강복구는

내면 가득 슬픔을 간직한 남자라는 점에서 이영재와 닮았다.
여기까지는  `가수 비`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죽일 놈의 사랑> 강복구에게는
차상두와 이영재가 가지고 있던 귀여운 마초로서의 매력이 배제되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울 정도로
`가수 비`와  `연기자 정지훈` 사이에 균열이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지훈이 차상두와 이영재를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정지훈의 연기 재능때문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인물들이 가수 비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반영한 캐릭터라는 점에 있다.
반면에 개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복수심에 불타는 격투기 선수 강복구는 가수 비의 이미지에서 약간 비켜 서 있다.

 

이것은 연기자 정지훈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만약 강복구를 통해 가수 비를 뛰어넘는 새로운 이미지 구축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곧 연기자 정지훈의 입지가 확고하게 다져지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가수 비의 이미지 복제가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수 비와  연기자 정지훈이 `따로 또 같이` 동반 상승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처럼  가수의 이미지를  연기 영역에서  일방적으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구축한 이미지를  가수 영역으로 확장하는  쌍방향의 이미지 소통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1970년대에 가수의 이미지를 연기 영역에 도전했다가
가수로서 만족해야 했던 남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진(드라마 평론가, 충남대 국문과 교수)
                                                                                                 출처(시사저널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