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춘농로중 2014. 4. 4. 23:06

  

                                                                              

 

 

 

                                                                                                                      조승연 지음/김영사

 

 

*사람들은 몸매가 섹시한 여성을 일컬어 소위 ‘글래머’라고 한다. 요즘에는 얼굴은 아기처럼 귀여운데 몸매는 섹시한 ‘반전’을 가진 여성을 ‘베이비페이스 글래머’, 즉 ‘베이글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글래머는 우리나라에서 종종 ‘볼륨 있는 몸매’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서의 glamour는 콩글리시다. 이 단어는 미국에서 ‘고급스런 여자’로 통한다. 요즘에는 글래머러스한 삶을 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고대 로마시대에는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원래 글래머러스한 사람이란 ‘grammar', 즉 ’문법‘을 마스터한 사람을 뜻했기 때문이다. -15쪽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는 성가 합창곡을 오케스트라나 오르간 음악과 구분하기 위해서 ‘칸타타’라고 불렀다. 원래 칸타타는 교회에서 성탄절처럼 특별한 명절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화음을 맞춰 부르는 대성악곡을 말하는 단어였다. 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등의 끔찍한 장면을 노래했다. 어두컴컴한 교회당 안에서 수백 명의 신도들이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며 부르는 합창의 커다란 울림이 돌벽에 부딪혀 퍼지는 분위기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체할 것 같지만,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이름을 칸타타로 지은 사람은 아마 이런 합창곡을 집에서 소박하게 스테레오의 낮은 볼륨으로 들으며 커피를 마시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 - 23쪽

 

*‘우리가 함께 행복한 꿈을 꿨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들이기를 원해. 운명에 대해 불평하지 말기로 하자. 행복한 꿈이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만큼 오래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니까.’

편지 내용으로만 봐도 왜 카사노바가 앙리엣을 존경했는지 알 수 있다. 카사노바는 앙리엣과 연애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랑이란 여자와 싸우고 줄다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같은 편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카사노바는 인생에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26쪽

*같은 바람둥이라도 여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즐기고, 신사답게 대하며 쿨하게 만난 뒤 헤저지고, 가부장적인 질투나 유치한 백년가약도 모두 거부하는 카사노바와, 분노와 반항의 상징이자 어두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자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돈 주앙은 절대 동의어로 사용되지 않는다. - 28쪽

 

*오늘날에도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영화, 소설, 노래의 테마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사랑은 인류 최대의 고민거리였고, 그래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였다.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에게 인간미를 가르쳐주는 아름답고 고결한 미녀의 사랑부터, 팜므파탈의 위험하고 광기 어린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러브스토리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흥분시키고, 실망시키며, 사는 맛을 안겨주었다. - 62쪽

 

2장 ‘사랑’과 ‘가족’으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직을 선망한다. 모든 전문직 종사자는 멋진 사무실에서 존경받으면서 일하고 돈도 잘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문직 종사자들의 행복지수는 겨우 평균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영국의 한 직업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꽃집 사장, 정원사의 직업 만족도가 87%로 가장 높았다. 의사, 변호사, 건축가 같은 전문직의 만족도는 60%수준으로 평균이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최고의 전문직으로 선망받는 금융가들의 만족도는 44%로 나타났으니, 바로 이것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증거다. - 74쪽

 

*하지만 1970년대 미국 시애틀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제임스 볼드윈은 영어 교사답게 이 소설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런데 볼드윈은 교직을 그만두고 친구 몇 명과 함께 미국인 입맛에 맞춘 이탈리아풍 커피를 파는 새로운 형태의 커피를 파는 새로운 형태의 커피숍을 개업했다. 그는 커피숍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고민하던 중, 평소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 ‘모비 딕>에 나온 캐릭터 이름을 따 ’스타벅스‘라고 짓고 간판을 내걸었다. 훗날 이 커피점은 대박이 나 전 세계에 체인점을 내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타벅스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타벅스 커피숍의 로고 안에는 인어가 앉아있는데, 이 인어가 바로 이 책 앞부분에서 설명한 물귀신 ’사이렌‘이다. 고래잡이들이 사이렌에 관한 미신을 많이 믿어서 사이렌을 로고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흔한 커피숍의 간판에서도 수많은 의미와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다. -115쪽

 

*피사로는 잉카의 아타우알파 황제를 납치하고, 잉카제국의 모든 도시에 전갈을 보내 궁전의 가장 큰 방을 금으로 가득 채우면 황제를 놓아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우리나라가 IMF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금을 모아 나라의 빚을 갚았던 것 같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잉카인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금을 모두 들고 와 순식간에 큰 방을 금으로 가득 채웠다고 한다. 피사로는 지금의 무게로 환산해서 6,013킬로그램이 넘는 금을 받아 챙기면서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약속대로 잉카황제를 놓아주면 그들이 보복할 것이 두려워서 결국 황제의 목을 졸라 죽였다. 피사로의 약속을 믿었던 잉카 사람들이 바보인 것인지 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서 위대한 잉카제국은 하루아침에 멸망했다. -121쪽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한 인간 속에는 악과 선이 공존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세상의 음지를 다 없애려는 사람들이 사실 가장 무섭고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역사는 말해준다. -126쪽

 

4장 ‘예술’과 ‘여가’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요즘 ‘보헤미안의 멋’이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보헤미안은 ‘돈은 없지만 인생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예술가’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허름하지만 멋스러운 패션 스타일’을 말하기도 한다.

보헤미안은 원래 ‘보헤미아사람’이라는 뜻이다. 보헤미아는 체코의 옛 이름이므로 보헤미안은 곧 ‘체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왜 보헤미안은 오늘날 파리나 뉴욕의 예술가를 의미할까? - 184쪽

 

*필자의 친구 중 한 명이 가난한 사람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고, 부자의 꿈은 영리해지는 것이며, 영리한 사람은 물질의 허무함을 깨닫고 다시 가난을 추구한다고 했다. 이에 비추었을 때 일부러 가난한 사람을 흉내 내는 사회는 어떻게 보면 풍요의 한 바퀴를 다 돌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188쪽

 

*융은 여러 사례를 통해 원래 사람의 정신은 몸과 달리 남자, 여자 구분 없이 태어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어릴 때는 남자도 여자들처럼 엄마 화장품을 발라보며 여자처럼 놀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빌리 엘리어트의 아버지처럼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남자는 이래야 한다‘라며 화장품, 발레 같은 여성적 관심사를 스스로 지워가도록 압박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결국 모든 인간은 자신의 반을 포기하고 나머지 반쪽만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 지워버린 여성성은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 깊숙이 앙금으로 남아 ’이상형‘이 된다. 따라서 이상형은 자기가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이런 여자면 좋겠다는 ’자신의 여성버전‘이라는 것이 융의 주장이다. - 198쪽

 

*하지만 고전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라오케’라는 말을 들으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노는 이미지가 떠올라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천 년 동안 라이브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 ‘오케스트라’를 비워놓고 컴퓨터 반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텅텅 비어있는 합창석’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라 서글프기도 하다. - 213쪽

 

5장 ‘전쟁’과 ‘계급’으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이니까 돈 없고 배경 없는 사람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지만, 고대 로마인들은 돈과 권력 가진 사람은 당연히 남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심지어 노는 문화에도 급을 정했는데, 유럽 문화의 자랑 ‘클래식 음악’도 사회 계급을 뜻하는 ‘class'에서 나온 것으로 어원적으로는 ’귀족 음악‘을 뜻한다. -271쪽

 

*물론 우리 생각으로는 괜히 쓸데없는 일로 생트집 잡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서양 문화가 세계를 제패하게 된 데에는 이런 까탈스러움이 한몫 한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항상 옆 사람보다 더 멋진 옷차림, 더 고결한 철학, 대중은 이해 못하는 클래스 있는 작품을 내놓아 남들을 무시하며 살고 싶은 욕망이 명품, 명작, 명기 등의 원천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도 옳고 그른 것, 아름답고 추한 것, 받아들일 문명과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것 등을 철저히 가려내 ‘차별’하던 관습이 서양 문명의 핵심 역량이라고 주장하는 서양의 지성인들이 많다. 새롭고 유명한 것이라면 비판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요즘 세상을 보면 그들의 클래식한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 278쪽

 

6장 ‘인간 심리’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우리 선조들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익기 전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푸른 벼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올라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 아니겠냔 말이다. -292쪽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므로 아무리 착한 사람일지라도 결정적인 이익 앞에서는 자기부터 챙기게 되어 있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에게 속아서 살게 된다. ‘인생은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진짜로 칼로 찔러 죽인 뒤 먹을 것, 입을 것, 집, 재산 등을 약탈해 갔고, 지금은 남이 모르는 자기만의 지식을 동원해 상대편을 교묘하게 속이고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지식이라는 창을 막아주는 방패는 그보다 더 높은 지식일 뿐임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 296쪽

 

 

*사람이라면 훌륭한 다큐멘터리나 논리 정연한 책을 읽으면 졸립지만,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자발적으로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의 말투나 행동을 따라 하게 마련이다. 그런 것을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라고 한다. 이 감동의 힘을 적절히 활용해서 그 막강한 로마제국을 굴복시킨 세력이 있으니, 바로 초기 기독교인들이었다. -297쪽

 

*우리는 문과와 이과가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보화 시대를 연 미국 캘리포니아의 공학도들은 어렸을 때 문학 소년이었던 경우가 아주 많다. 그래서 컴퓨터 용어 중에는 은근히 역사적 유래가 깊은 문학이나 신화적 단어가 많다. 오늘날 게임 캐릭터를 뜻하는 ‘아바타’도 인도 신화, 영어의 역사, 게임의 역사를 오가는 신 나는 스토리를 가진 의미 깊은 이름이다. -306쪽

 

*1500년대 피렌체에서 갑자기 미켈란젤로, 다 빈치 등의 미술 천재들이 줄줄이 나오고, 1800년대 초 파리에서는 빅토르 위고, 보들레르, 쇼팽 등의 천재가 나왔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지식 생태계’를 만든다며 ‘융합’과 ‘창조 경제’를 앞세워 열심히 실리콘 밸리를 따라 한다. 그러나 사람이 생명을 만들 수 없듯이 지식의 황금기는 누가 일부러 만든 적이 없다. 그래서 역사 속 지식의 황금기가 더 경이롭고 멋진 것이 아닌가 싶다. -312쪽

 

*사실 모든 인문학은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기도 한다.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모든 학문들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치들을 말하고 있는데, 현대에는 경제학이 ’잘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듯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사는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고대 로마의 신 중의 신인 주피터의 이름이 가진 어원은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하늘과 집안의 질서를 뜻하는 ‘아버지’가 합쳐져서 ‘하나님 아버지’, 즉 우주와 집안의 버칙을 지키는 무서운 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334쪽

 

*언어는 그런 역사와 동반 성장해왔다.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하늘로 고개를 치켜든 인간의 자부심과 존엄성이 배어있으니, 그 의미만 제대로 알고 사용해도 인간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339쪽

 

 

 

 

반가워요. 자주놀러올께요.q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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