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5. 17. 22:29

 

 

 

 

 지난 주 일요일 오전에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들었다. 어느 청취자가 엽서를 보냈는데 진행자가 읽어주었다. 내용은 34세의 아가씨로 아직 시집을 못간 것이 진행자의 영향도 있기에 진행자에게 중매를 하라고 성화이다. 그러려면 자기의 이상형을 알아야한다며, 키가 180cm이상, 성격은 서글서글하고, 직장이 빵빵해야한다고 했다. 그 방송을 듣고 있는 나로서는 ‘그 나이에 너무 고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할 찰나에 계속해서 방송이 나왔다. “이것은요 제가 20대 때의 이상형이고요, 지금은 키는 저보다는 같거나 커야하고, 밥을 굶기지 않을 정도면 되요.” ......

 

 우리 처가는 딸 부잣집이다. 그래서 처제가 많은데, 사위사랑은 장모요, 처제사랑은 형부라고 했다. 막내처제가 남자친구가 없이 외롭게 지낼 때는 퇴근하면서 우리 집에 자주 들렀다. 우리 딸들이 연년생이어서 언니가 애기보기 힘드니까 조카들을 자주 봐준 고마운 처제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도 함께 가서 맛있게 먹고, 멀리 여행을 가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떠났다. 형부로서 미팅도 시켜보았지만 처제의 마음에 차지 않는지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친구가 생겼으니 형부가 만나보고 어떤지 봐 달라고 한다. 그래서 퇴근시간에 맞춰서 대전 월평동 갑천 주변에 있는 매운탕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당시에는 대전둔산지구가 개발되기 전이어서 월평동에는 논이 남아있는 도시의 변두리로 볼 수 있었다.

 저녁 7시쯤 만나서 쏘가리 매운탕을 주문했다. 30대 초반의 팔팔한 나이인 나로서는 술을 제법 마시던 시절이었다. 마주 앉은 청년은 작달막한 키에 광채가 나는 눈빛과 좋은 인상을 가진 국내 유수의 대학교 교직원이었다. 소주 한 병을 채 마시기 전에 서로 마음이 통하여 그 때 부터는 형님 동생하며 목으로 연신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어느 덧 둘이서 8병을 비우고 9병째 병마개를 따려고 할 때, 식당에서 그만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래서 자리를 파하고 일어서는데, 그 청년이 갑자기 처제가 보고 싶다고 함께 처가에 가자고 한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시월상달이 비틀비틀 어깨동무하고 가는 우리의 어깨를 비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면서 그렇게 많이 마셨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늦은 시간에 그 청년과 택시를 타고 처가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보니 그래도 술이 센 편인 나는 아직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그 청년은 목구멍에 마구 쏟아 넣은 소주에 졌는지 인사불성이었다. 그래도 처제를 보고 싶었던지 정신을 차리려고 애는 쓰고 있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장인장모님께서는 아닌 밤중에 나타난 청년을 보고, 걱정하시며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시는데, 처제가 방에서 나왔다. 갑자기 그 청년이 “00씨!” 하면서 반갑고 그리움에 포옹을 하려 일어서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청년을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재웠다. 밤새 구토를 하고 숙취에 고통스러워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는지 괴로워했다. 나에게 취한 상태로 처가에 가자는 것을 왜 말리지 않았는지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 나온 돌발행동에 장인장모님께서는 대노하셔서, 처제에게 그 청년과 교제를 끊으라고 명하셨다. 청년은 한 동안 처제가 섬기는 교회에 나와서, 장인장모님께 인사도 못하고 뒷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돌아간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그 시간에 처가로 데려간 나의 실수도 있기 때문에 그 청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서귀포 우리 집 근처에는 장미꽃이 활짝 피었다. 막내딸이 좋아하는 노란 장미꽃! 나와 큰 딸이 좋아하는 울타리 장미꽃! 아내가 이젤 위에 있는 캔버스를 들여다 보며 그린 빨간 장미꽃이 계절의 여왕인 5월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매년 6월 초엔 용인에버랜드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수 만송이의 장미꽃이 활짝 피어 기분을 들뜨게 한다. 성악가 엄정행 선생이 나와서 가곡을 부르는 해도 있었다.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끝날 때에는 불꽃놀이를 즐긴다. 그 청년과 처제의 포옹사건이 난 이듬해 6월! 장인장모님과 우리부부와 딸 둘, 그리고 처제와 그 청년이 함께 토요일 오후에 에버랜드로 장미축제를 즐기러 갔다.

 

 그 청년이 장문의 편지를 써서 처제를 감동시켰다고 한다. 처제는 비록 술을 많이 마시고 실수는 했지만, 그 행동이 인사불성이면서도 처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세월은 쏜살같이 흐른다. 올 해에 처제네 가족은  딸 쌍둥이는 대학에 들어갔고 막내공주는 벌써 고3이다. 작년에는 세월호를 타고 2박 3일 수학여행을 왔을 때, 숙박지인 서귀포 인근에 있는 리조트에 찾아가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고 왔다. 그리고  동서가 된 자랑스런 아우와 처제, 그리고 우리 가족이 북경으로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우리 딸들은 키 작은 이모부를 최고의 신랑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사위를 얻으면 장모인 아내에게도 효도를 잘하리라.

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이야기로곤요.
결혼에는 다 인연이 있는 법입니다.
매운탕은 단백질이 부족해서 알콜을 해독시키기에는 좀 그런 안주이지요.
부산 사람들은 매운탕으로 소주를 마시는 것을 새우깡을 안주로
술을 마시는 경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부실한 안주라는 것이지요
그런 안주로 소주.9병이나 드시다니 대단한 주량입니다. ^^;
ㅎㅎ 선생님의 글 "우기(雨期)"에 고백을 했었군요.
그래요. 술의 양은 안주와 무관치 않습니다.
어느 분은 술마시기 전에 소화제를 미리 먹고
임전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주도에는 육지마냥 민물 매운탕이 구경하기
힘들다는게 아쉽습니다.
매운탕에 수제비를 동동 떠넣으면 그 맛도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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