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6. 1. 13:35

 

 

 

 무더운 여름이 마치 정복자처럼 거칠 것 없이 진군해온다. 6월인데 벌써나날이 햇볕이 뜨겁다. 드라이브를 하러 가려면 에어컨을 시원하게 켜고 다녀야 한다.

 제주도의 여름은 바다위에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빛내며 시작한다. 에메랄드 같이 맑고 아름다운 색깔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때묻지 않은 백사장을 맨발로 걸어갈 때, 금모래가 사각사각 발바닥을 간질여주면 기분이 더 없이 상쾌해 진다. 해수욕장이 개장되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바닷물이 수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동해바다의 해수욕장에 갔다가 추워서 쩔쩔매며 짧은 시간 밖에 하지 못했던 수영을 제주도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또한 서해바다의 진흙탕물 같은 난처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주도에 있는 해수욕장 중에는 협재와 금릉해수욕장이 제일 마음에 든다.

 

 1987년 내륙의 중심지 대전에서 살 때였다. 서해 최대의 해수욕장인 대천에 가려면 서쪽으로 한참을 가야했다. 공주, 칠갑산을 넘어 청양을 거쳐 가든지, 논산, 부여를 거쳐 가야한다.

 대학동기인 다섯 가족이 날짜를 맞추어 함께 대천으로 향했다. 그 중에 민박집을 아는 사람이 있어 예약을 해 놓았다. 대천시내를 지나, 장항선 철도 건널목을 건너면 곧 바다가 보인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나는 주로 대천보다는 무창포나 동백정해수욕장에 주로 가서 대천은 처음이었다.

 

 대천해수욕장은 백사장이 2Km쯤 펼쳐져있고 더 위로 가면 대천항이 있어 가까운 원산도 안면도등으로 향하는 여객선이 드나든다. 항구 주변에는 횟집들과 좌판을 벌여놓고 해산물을 파는 장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예약해 놓은 민박집은 해수욕장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수욕장을 이용하려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세워놓은 입장권매표소를 거쳐야 한다. 남쪽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고, 간이 입장권매표소가 있어서 철저하게 받아들인다.

 토요일에 직장을 마치고 출발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석양이 구름을 만나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한 집에 다함께 지내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세 집으로 나누어서 지내게 되었다. 우리 부부가 묵었던 민박집은 화장실이 푸세식이었다. 때가 한 여름이어서 모기가 윙윙거리며 시위를 한다. 모기향을 피우고 에프킬라를 품어대며 일을 보아야 했다. 또한 화장실의 냄새가 지독하여 코를 막고 보아야 할 정도로 곤욕스러웠다.

 준비해 간 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갓 씻은 상추에다 얇게 썰은 마늘을 된장에 묻혀 얹어서 입에 넣으면 맛이 참 좋다. 이때 빠질 수 없는 소주를 원샷으로 입에 털어 넣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흥이 오른다.

 피서 인파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던 모래밭도 밤이 깊어 감에 따라 조용하게 휴식을 취한다. 모처럼 바닷가에 왔으면 조용히 산책하며 야경을 즐길 만도 한데, 남자들은 그럴 만한 틈도 없이 전생에 고스톱을 마음껏 못쳐서 한이 된 사람들처럼 군대담요를 펼쳐 놓고 한 판을 벌인다. 부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는 관심도 없다.

 그날따라 내게는 운이 좋았는지, 방향을 잘 잡아서 앉았는지, 쓰리고를 몇 번 터뜨렸다. 큰 점수를 제법 많이 내고, 적은 점수는 내주고 하다보니 지갑이 두툼해진다. 그렇게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고스톱 판에서 큰 애로사항 없이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방에서 혼자 기다리던 부인들의 성화에 판을 거두고 잠시나마 잠을 청한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맏형 격되는 부부에게 사달이 났다. 부부싸움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침도 먹지 않고 철수를 해버린 것이다. 간 사람은 간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고 바닷가로 나갔다. 밤 사이에 고스톱에서 장원을 한 내가 비치 파라솔과 튜브를 빌리고, 3,000cc생맥주에 모듬회를 푸짐하게 냈다. 아직 장가를 못 든 동문 중의 하나는 수영을 못한다고 아예 물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수영을 하면서 틈틈이 보니, 그 동문은 선글라스를 끼고 선, 비키니수영복을 입은 아가씨들의 몸매를 훔쳐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아마 금방 장가를 들 듯하였다.

 

 

 지치도록 수영을 하고 민박집에 돌아와 점심을 준비했다. 민박집 아줌마가 손수 담근 게장을 먹어보라고 내주신다. 먹어보니 이제까지 맛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다. 민박집 아줌마의 넉넉한 인심과 인연으로, 불편한 화장실도 감내하면서, 2~3년 정도는 그 민박집과 인연을 맺었다.  처가의 온 가족과 함께도 가보고, 친가의 가족들도 함께 다녀왔다. 그 다음해 부터는 충남대학교하계수련원이나 한화콘도, 대전시교육지원청연수원 등 현대식시설이 갖추어진 휴양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지금쯤은 비데가 달린 화장실로 개조한 민박집을 상상해 본다.

즐거웠던 추억이군요.동해안에도 좋은 곳이 많습니다.
포항에서 영덕으로 가는 영일만 지역이었는데
경치도 좋고 가자미 회맛이 일품이었던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아, 제주의 협제 해수욕장도 기억나는군요.
그곳은 아예 남국의 파라다이스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서해안에 비해 동해안의 해수욕장은 남성적으로 보입니다.
흥해부근에 있는 칠포해수욕장에서
즐겁게 수영하던 생각이 납니다.
작년에 모방송에서 들은 것인데
여름철에 피서가고 싶은 곳으로
1위 강화도, 2위 제주도의 우도, 3위 해운대라고
하였습니다.
올 여름도 건강하게 나시기를 빕니다. ^^
저희도 강원도 동산해수욕장에 빠져서 몇 해를 그리 간 적이 있어요..
유흥가도 없어 젊은이들이 찾지 않으니 해변이 비교적 깨끗하여 가족단위 피서객이 주로 이용하더라구요.
민박은,,,,, 그래도 아직 인심이 남아 있기는 해요..

즐거운 한 때를 보내셨군요..
해수욕장은 주차장하고 백사장이 가깝고, 샤워시설이 좋으며
그늘진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인데요.
동산해수욕장이 그런 것 같습니다.

텐트를 가지고 야영하는 맛도
즐거운 일입니다. ^^
대천해수욕장 해동민박입니다. 깨끗하고 저렴하게 모시겠습니다. http://blog.naver.com/esperanto4u
감사합니다. 서귀포에 살다보니 갈 날이 있을까
저 자신도 해답이 안 나옵니다.
육지에 가면 갈 곳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으니까요. .....
대천에 가게 된다면 한번 들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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