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6. 6. 17:34

 

                      (얼짱 프로바둑기사 이슬아) 출처:다음카페 아바사

 

 

사회에서 “어깨너머로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남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거나 듣거나 함”을 말하는 것으로,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옆에서 한번만 봐도 척척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부러운 면도 있다고 하겠다.

 3년 전에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시골 동네에서 서귀포 시내로 이사를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출입문은 동쪽으로 나있다. 한라산 쪽인 북쪽으로는 넓은 창문이 있고 정방폭포 쪽인 남쪽으로는 작은 창문이 있다. 그래서 북향집이라고 해야 될까 보다. 출입문이 동쪽으로 통하니까 좋은 점은 여름에 태풍이 오고 비바람이 칠 때 출입구로 비가 들이치지 않는 것이다.

 

 

 집 뒤인 남쪽으로 커다란 점포가 하나 있다. 조립식 점포에서 사업을 하면서 확장하여 1, 2층은 점포로 사용하고 3층은 주택이다. 또한 마당도 널찍하여 각 종 자재를 쌓아놓을 수 있다.

 내가 하는 일과 관계가 있어서 그 점포에 가끔 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 점포사장이 PC로 바둑을 즐겨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부인에게 들어보니 남편의 유일한 취미가 바둑이라고 말했다. 나보다 선배인 연배로서 자녀를 모두 여우고 부부가 단출하게 살고 있었다. 실력을 보니 어깨너머로 배운 바둑으로 3급에서 5급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어느 프로기사가 바둑실력을 평할 때, 바둑을 평생 두어왔다면 그 사람에게는 초단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분도 아직 초단에 이르지 못했으니 이왕 가르치는 것인데 한국기원에 초단증은 획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니 매우 좋아하신다.

 바둑 용어 중에 “복기(復棋)”라고 있다.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이다. 실력이 약하면 자기가 둔수에 대하여 모두 기억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실력이 늘수록 더 많은 수를 기억하게 된다. 시험을 치루고 나서 시험 문제지를 풀어볼 때 실력이 오르는 것처럼 복기라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두뇌가 출중한 사람이라면 책을 보고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예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대표가 바둑에 입문할 때, 바둑책 50여권을 독파한 후, 실전에 들어가 단기간에 아마 2단 실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안철수대표 같은 사람은 가능할지 몰라도 보통사람이라면 일단 바둑을 많이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나의 제자는 책과는 담을 쌓은 모양이다. 책을 선별해서 가져다 주고 읽어 보라고 하면, 전혀 반응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실전위주로 가르치게 되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고, 내가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잠깐씩 짬을 내서 하는 것이다. 요즘은 디지털 시대이다 보니 기보(棋譜)가 PC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르치기에 참으로 편리하다. 그리고 바둑판과 바둑돌을 갖고 있지 않아도 복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가르치다보니 제자가 어느 덧 초단이 되었다. 초단이 된 기념으로 우리부부를 초대하여 저녁을 낸다. 내가 좋아하는 “밥도둑” 간장게장을 먹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바둑통이나 바둑알을 선물로 가져가게 되는데 요즘은 PC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필요가 없다.

 

 

 가까이 지내면 이웃사촌이 형제보다 낫다고 한다. 나는 바둑을 가르치지만, 그 제자의 전공분야에 관계된 것이 우리 집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와서 고쳐주어 수월하게 해결된다. 얼마 전에 또 2단으로 승단했다고 한다. 강단(降段)의 두려움 속에서도 곧 잘 버티어내고 있다. 이기고 나면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눈다.

 

 

비밀댓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오, 바둑을 가르치시는군요..
한단계 한단계 오르는 성취감은 더 없는 즐거움이죠..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는...

바둑통이나 바둑알을 선물로 주고 받는 기쁨이 점점 사라지는군요..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쉬움이긴 하지만, 시대에 맞춰 살아야지 별 수 없죠..
요즘은 카톡으로 선물도 주고 받고 그러더라구요..
커피 한잔 보내기도 하고, 도너츠권을 보내기도 하는 등의...
현 시대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인것 같아요..
저도, 조카들에게 생일 선물로 아이스크림 케익권을 보내주어 봤네요..
그러고 나니, 신세대 고모가 된듯 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ㅎㅎ
바둑을 직업으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구요.
제가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이웃에 계신 어른께
쉬는 틈에 지도를 하게 된 겁니다.
직접 바둑을 한 판만 두어도
만리장성을 쌓는 것 같은데
온라인으로 두면 그런 감정이 안생깁니다.

고모 역할을 매우 잘하시네요.
요즘 세상은 고모는 없고 이모만 있다고 하는데요.....

제주도는 삼촌이 많습니다.
아무한테나 부르기가 거시기하면 삼촌이라고 불러대요. ^^
제주도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정서가 대체로 그렇죠..
아저씨 아줌마 보다, 이모, 삼촌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현하는 거겠죠..ㅎ
맞아요. 요즘은 고모보다는 이모하고 훨씬 가까이 지내게 되는것 같아요.
모계사회의 귀환이랄까 ㅎㅎㅎ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