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춘농로중 2014. 7. 1. 13:19

 

 

 

                                                                                                               김의기 지음/다른 세상

 

1. 루소의 생, 그 발자취를 따라

 

*글은 사실과 상상력의 복합체이다. 작가란 독자들에게 언제나 충격과 감동을 주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에,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상상일지도 모른다. 작가에게는 모든 사실이 상상력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때로 사실은 상상이 되며, 상상은 곧 사실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작가는 삶 자체갸 사실과 상상으로 뒤섞여 있고, 상상력이 창조한 세계를 사실로 믿는 특이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누구든 루소를 비난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가 쓴 책을 읽어본다면, 하느님이 왜 그를 자신의 도구로 썼는지 알게 될 것이다. 루소가 없었다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일어선 프랑스혁명도 없었다. - 36쪽

 

2. 인간이란 무엇인가.

 

*루소는 원시인들이 세 가지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살아남으려는 욕구(자기보존의 욕구)’, 둘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동정심’, 셋째는 ‘자아계발능력’이다. -59쪽

*인간의 행복은 외부로 향한 시선을 끊고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려 자기만의 세계에서 만족할 때 실현된다. 루소는 66세 때 사망하기 직전에야 이를 깨달았다고 ·«고독한 산책자의 사념»에서 밝혔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사회혁명뿐 아니라 인간혁명의 실현을 추구했다. - 63쪽

*홉스는 유물론자였다. 그는 자유의지란 없으며, 인간은 오직 ‘욕구’와 ‘싫음’이라는 두 가지 반응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욕구는 무엇인가를 갖고자 하는 것이고, 싫음은 갖지 않기 위해 피하는 것을 말한다. 사랑 역시 어떤 사람에 대한 욕구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욕구는 권력욕이다. 모든 욕구의 원인이 권력으로 귀결된다.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부와 지식이 필요하며, 명예가 바로 권력을 가졌다는 증거이자 표징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불안정성,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권력을 필요로 한다. -71쪽

 

3. 문제는 정치다

 

*흔히 사람들은 정치를 경멸하고, 정치적 토론을 피한다. 그 결과 경멸스러운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루소는 정치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떤 정치체제를 갖느냐에 따라 국민의 행복과 불행이 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도덕성이나 품성도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소는 자신이 정치제도에 관해 어떤 책을 쓰느냐에 따라 작가로서의 명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75쪽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개개인이 자신과 자신의 구성원 모두의 집단적인 힘으로 지킬 수 있는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것

 

개인의 존재와 재산을 집단적인 힘으로 지키기 위해 만든 공동체가 사회라는 것이다. 즉,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고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 개인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가 바로 민주사회이다. -77쪽

 

*자본주의 체제는 구조적으로 불평등을 낳는다. 따라서 평등은 사회계양ㄱ의 조건이지만 사회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계속해서 도전을 받게 된다. 평등이 위협받으면 일반의지는 그 조건을 복구시켜야 한다. 평등이 무너지면 일반의지가 형성될 수 없고, 사회계약은 무효가 된다. 상황의 힘은 언제나 평등을 부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법의 힘으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96쪽

 

4. 법은 가진 자의 편인가

*사실 관료사회에서는 아랫사람에게 ‘재는 맛’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루소도 높은 사람들 앞에서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조롱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왕이 만나자고 했을 때 그가 가지 않은 이유도, 왕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답은 루소만 알 일이다. -105쪽

 

*꽃은 물과 태양빛을 섞어 신비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꽃이 무엇을 위해 피느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움 그 자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다른 가치나 이념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미는 그 광란의 순간에도 화사하게 피어났다. 오슬로 시민들은 인간의 증오와 편견, 광기에 장미의 아름다움으로 대항했다. -114쪽

 

5.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기술

*그는 인간이 가진 모든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과 기능을 충분히 사용하여 가장 많이 느끼면서 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존재하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실상 20세기의 실존주의자들이 고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 카뮈, 사르트르가 그토록 열심히 추구한 실존철학이 루소에 의해 이미 제시되어 있다. -132쪽

 

*다음 날 해가 올라오기 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같은 장소에 갔다. 해는 멀리서 불화살을 쏘며 곧 솟아오른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밝은 불빛이 점점 강해졌다. 동녘은 온통 불길에 휩싸인 것 같았다. 불빛 속에서 해가 금방이라도 솟을 것만 같은 상태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아, 해다.’하는 착각이 일어나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마침내 해가 솟아올랐다. 환하게 반짝이는 것이 번개 치는 것처럼 불을 뿜으며 온 우주를 채웠다. 어둠의 베일이 벗겨져 떨어졌다. 빛 속에서 평범한 우리네 삶도 더욱 멋지고 충만하게 보였다. 초목들도 밤사이 활기를 되찾았다. 새날의 빛, 한 줄기 태양빛이 이슬로 덮인 초목을 금색으로 물들인다. 빛이 이슬방울에 반사되어 금색으로 반짝인다. 새들의 합창이 생명의 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한다. 아무것도 조용히 있지 않는다. 평화로운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양 새들의 지저귐은 낮보다 약간 느리고 감미롭다. 이런 만물의 모습은 영혼까지 침투하는 참신한 느낌을 준다. -141쪽

 

*그는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씀은 얼마나 부드럽고 순수한가? 그의 가르침에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우아함이 있다. 그가 주는 교훈은 몸과 마음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다. 그의 말에는 심오한 지혜가 있다. ...... 그의 대답은 사려 깊고, 정제되어 있으며, 정확하다.

하지만 루소의 종교관은 정통 카톨릭의 교리와 충돌했다. -148쪽

*유럽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기가 아주 어렵다. 스위스 대학에서는 1학년 말이 되면 50%를 유급시키고, 2학년 말에 또다시 50%를 유급시킨다. 이 과정에서 두 번 유급을 당한 학생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중요한 것은 졸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위스에서는 어느 고교에서 어떤 대학에 몇 명이 들어갔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154쪽

 

6. 경제적 자유라는 이름의 사슬

 

*이제 루소의 경제이론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의 이론은 무척 흥미롭다. 농업이 돈벌이가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불가결한 물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농산물의 가격이 싸야만 가난한 사람이 연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값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163쪽

 

*명품 등의 사치품은 살아가는 데 불필요한 물품이다. 유용성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부자들은 사치품을 독점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이를 즐길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비싼 가격을 매긴다. 명품이 비싼 이유는 그래야만 가난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부자들만 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나 가난뱅이나 똑같이 사치품을 즐길 수 있다면 부자가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167쪽

*그러나 수요 공급 이론은 어떤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왜 농산물의 공급이 많은가, 즉 농산물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인데, 수요 공급 이론은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고전파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공급은 수요를 창조’하기 때문에 과잉 공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뉴턴은 이와 비슷한 만유인력설을 고안하여 우주의 운동을 설명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만유인력 현상을 누가 만들었느냐 하는 문제인데, 뉴턴은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 루소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답변했다.

루소의 반비례설은 농산물이 싼 이유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싸야 하기 때문에 1%의 지배계층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체제 자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요 공급 이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169쪽

*인간은 이렇게 죽어 버린 것, 감추어져 있는 것을 파내어 사용하고 제조업을 일으켰다. 재생할 수 없는 물질을 꺼내어 사용하고 소비해 버린 것이다. 루소는 이를 찜찜하게 생각한 것 같다. 땅과 바다 밑에 숨어 있는 석유와 석탄을 캐내어 자연을 파괴하면서 스스로를 매장시키고 있는 인류의 모습에 대해 누가 경고했던가? 아담 스미스가 했던가? 하이에크가 했던가? 볼테르인가? 아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만든 대변화를 찬미하고 이것이 위대한 발전이라고 보았다. 루소의 고결한 정신만이 이 위험성을 감지했다. - 175쪽

*황석영은 <객지>에서 막노동자들의 고된 삶에 대해 쓰면서 내 목구멍 하나 건사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냐고 울부짖는다. 1일 3조 교대의 노동현장에서 야간 노동으로 몸이 삭는 사람들에게 현대 경제학은 무엇을 설명하는가? 그놈의 더러운 직업도 없는 무직자들에게 누가 해결책을 제시했는가? 176쪽

 

 

 

*루소에 의하면 국가는 인간이 생각해낸 가장 간교한 프로젝트였다. 자신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적들을 자기편으로 삼고, 심지어 자신들의 보호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부자들은 이런 식으로 다수인 민중을 설득했다. 180쪽

 

7. 루소를 읽고 오늘을 말하다.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를 고민하던 나는 최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태풍으로 홍수가 났을 때 동네 슈퍼마켓에서 재해 복구에 필요한 물건의 값을 올리는게 정의로운가 아닌가 하는 식의 피상적인 문제만 다룰 뿐,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187쪽

*이는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저주받은 인생, 힘든 노역을 해도 배고픔을 면할 수 없는 처참한 삶, 먹을 것이 없어 정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야 하는 농민, 내버려진 농촌, 망가진 논밭, 거지나 도둑이 우글거리는 도시 ···.

개발의 시대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처럼 처참한 삶의 묘사를 동시대의 경제사상가인 아담 스미스나 사회계약론자인 존 로크의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루소만이 이를 묘사했다. 자본주의 체제와 그 수혜자인 부르주아에게 분노했기 때문이다. - 189쪽

*나라를 이끌어갈 청년들 역시 일자리가 없어서 좌절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7.5%(2013년 11월 기준)로 전체 실업률 2.7%의 약 3배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년 취업률이다. 고작 40.0%에 불과해 전체 취업률 60.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된 요인은 청년층의 고학력화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1990년 초반 40%대에서 오늘날 80%대로 크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취업도 하지 않고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역시 급속히 늘어, 최근 72만 4천명에 달하고 있다. -190쪽

*수출업의 고용유발 효과는 7.3명이지만, 소비업의 고용유발 효과는 2배인 16.3명이다. 이는 원화 가치를 낮추어 수출을 진작하지 말고, 원화 가치를 올려 국민의 소비력을 향상시키고, 소득 재분재로 저소득층의 수입을 증가시켜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저소득층의 한계 소비 성향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는 고용을 창출한다. -191쪽

*100세 시대가 왔다고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전문가들은 인간의 평균수명이 곧 120세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60세에 은퇴하면 그후 60년간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192쪽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부르주아는 큰 부를 축적하고 사치와 낭비로 살아가는 반면,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홉스나 로크는 이런 자본주의 체제를 사회계약에 의해 설립된 체제로 인정한 데 비해, 루소는 사회계약 이전의 사회상태라고 보았다. 사회계약에 의해 설립된 시민사회는 보다 인간다운 사회, 보다 평등한 사회라는 것이다. - 196쪽

*아름다움을 사람의 행동으로 구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선이다. - 203쪽

 

에필로그

 

*루소는 역사가 배출한 위대한 스승이다. 그는 사색을 위한 사색은 하지 않았다. 행동을 위한 이론을 전개했으며, 세상을 흔들기 위해 책을 썼다. 그의 생각은 역사 속으로 뛰어들었고 지금도 역사를 움직이고 있다.

루소는 언제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라고 충고한다. 특히 운동을 많이 하라고 권했는데,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계몽주의자들과 달리 무신론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그의 생각에 깊이를 더했다. 그는 참다운 기독교 신앙을 갖고 이를 실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장 단순한 마음으로 신을 경배한다.” - 206쪽

서구 사상의 흐름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하는 내용이었지요.
상생의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
맑스보다 앞선 선구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지금도 역사를 움직이는, 역사가 배출한
위대한 스승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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