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피는 창가

춘농로중 2014. 7. 7. 08:19

 

 지난 주 일요일에 잠에서 깨었는데 목이 꽉 잠겨있다. 감기를 앓아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건강한 몸이어서 사나흘 지나면 나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런데 나흘이 지난 목요일이 되어도 낫기는커녕 잔기침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계속 나온다. 아내는 월요일부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 감기를 이겨내자고 했지만, 그렇게 3일을 버텨도 안 나가니까 할 수 없이 병원에 가게 되었다.

 아침에 예농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춘농! 오늘 우리 농원에서 알바하기로 했는데 언제 올 거야?

“녜! 감기 걸려서 오전에 병원에서 진찰받은 후, 오후에 상황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뉴월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왠 감기야?. 맛있는 삼겹살을 준비해놓았네. 안 오면 혼자 다 먹어야겠구먼.”하면서 전화를 끊으셨다. 선생님은 파인만씨처럼 농담도 잘하시고 장난도 잘 치신다.

 

 

 

 

 

 오후에는 처방전에 따라 지은 약을 먹었더니 머리에 약간 열이 났다. 그래서 쉬면서 안정을 취하니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 온다. 오후 6시 쯤 예래농원을 향하여 집을 나섰다. 하지를 넘은 한 여름의 해는 연 꼬리처럼 길어서 아직도 한 낮이다. 법환을 거쳐 해안도로를 타고 강정마을과 대포항을 지나 중문 관광단지를 가로질러 가면 자동차로 30여분 걸린다. 옆에 탄 아내가 오늘따라 작년에 왔을 때보다 더 멀어 보인다고 말한다.

 한라봉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 2~3m되는 푸른 감귤나무 숲이 앞을 딱 가로막는다. 작업로를 따라 들어가니 예농선생님께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 작업 중이시다. 한라봉이 벌써 주먹만하게 커서 무겁기 때문에 늘어지지 않게 끈으로 묶어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노지 한라봉은 어떻게 자랄까 한편으로 궁금해진다. 재작년까지는 동네에서 한라봉을 매다는 인부를 구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구하기가 힘들어 예농님 부부간에 직접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과연 예삿일이 아니다. 사다리에 올라가서 자세부터 불안하게 일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부실한 허리가 제일 문제일 것이다.

 

 해가 저물어 예농선생님이 한라봉을 매다는 작업을 마쳤을 때, 나는 정원에 있는 홍가시나무 3그루를 조경 작업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체면치레(?)를 했다. 정원에는 골드백합이 팡파르를 울리듯이 활기차고, 화분에는 이름 모르는 빨간 꽃이 청초하게 공간을 수놓는다.

 그 동안 사모님께서는 분주히 움직이더니 식탁에 가득히 상을 차리셨다. 자연적인 음식이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특별하게 만든 소금을 삼겹살에 살살 뿌린 후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지자 상추와 더덕잎 위에 얹는다. 간장에 절인 곰취나물과 울릉도 취, 제피나물 , 매실장아치를 함께 얹어 입에 쏘옥 집어넣으니까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삼겹살도 어지간히 먹으면 질리게 마련인데,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 이렇게 잘 먹으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기대가 되었다. 호박잎쌈과 소라를 넣은 된장양념, 금방 밭에서 뜯은 들깻잎나물, 머위줄기 등은 TV에서 보는 “자연인의 밥상”과 같은 신선하고 영양가 넘치는 반찬이다. 부러울 것이 없는 저녁밥상이다.

 식사를 마치고 사모님과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그 사이에 예농선생님과 기타를 연주하였다. 예농선생님은 어느 연주자의 "내 주를 가까이“동영상을 보여주셨다.

“이 정도로 연주하려면 한 2년은 열심히 연습해야 된대”

선생님은 클래식에 관심이 많으시다. 나는 일반 가요의 아르페지오와 스토로크 주법을 더 배우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전지작업한 홍가시나무 세 그루이다.

좋은 이웃이 이리 계시니 참 부럽습니다.
감기몸살은 몸이 주는 신호라고 그럽니다.
그러니까... 쉬어라는 지시라는 것이지요.
푹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내일 부터는 손님들이 많이 와서
쉬는 날도 없이 일주일을 보내야 할 입장입니다.
기침도 어지간히 잦아 들었고
오늘 안에 회복시켜야겠어요. ^^
아이고~ 춘농님, 좋은 것은 다 갖으셨네요~
마구마구 부러워랏~!!! ㅎ

다음에 가셔도 홍가시나무 자라는 모습은 더욱 눈여겨지시겠네요..^^
ㅎㅎ 제주도에 사는 색다른 맛은
육지에서 탱자나무를 바라볼 때
감귤꽃 향기를 맡거나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저에게는 소소한 일상이 부러움의
대상이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녁에 새콤한 닭발을 먹어서 더욱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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