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춘농로중 2014. 7. 17. 17:41

 

 

 

 몹시 바쁜 한 주일이었다. 몸은 지쳐가고, 나를 바쁘게 했던 일이 태풍 너구리처럼 지나가자 긴장이 살며시 풀렸다. 일요일 오후가 되자 갑작스레 영화가 보고 싶다.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신의 한수”가 상영된다는 것을 알았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기 적절했다. 오늘 보지 못하고 어찌어찌 하다보면 상영기간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즉시 예약을 했다.

 신서귀포에 있는 시네마관은 월드컵경기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영화를 보러갈 때마다, 관중석의 벤치에 앉아 잔디가 푸르게 깔려 있는 그라운드를 내려다 본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당초의 목표가 8강이라고 각 종 미디어에 발표되었고, 나로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한없는 응원을 했지만 뻥뻥 공갈 슛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이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는 좋은 추억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평가전 대 잉글랜드 전에서 우리의 영웅 박지성이 후반 7분경에 이천수의 코너킥에 이은 최진철의 헤딩볼을 다시 헤딩으로 골대에 집어넣어 1:1의 동점골을 넣었다. 당시의 함성이 푸른 그라운드에 배어있을 것이다.

 

 5관에서 영화가 상영되었다. 뒷부분의 좌석인데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어서 다음에 볼 때도 앉고 싶은 자리다. “신의 한수”의 줄거리는 이렇다.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형의 간곡한 부탁으로 딱 한번 내기 바둑판에 끼어든다. 하지만 그 한판의 바둑은 ‘패착’이 되어서 살수(이범수)팀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는다. 심지어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그 때부터 태석의 목표는 단 하나, ‘살수‘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몇 년 후 살수와의 대결을 위해 전국의 내놓으라하는 선수들을 모은다.

 

 각자의 복수와 마지막 한판 승부를 위해 모인 태석(정우성), 주님(안성기), 꽁수(김인권), 허목수(안길강)는 승부수를 띄울 판을 짠다. 단 한번이라도 지면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살수(이범수)팀을 향한 계획된 승부가 차례로 시작되고……

범죄로 인해 곪아버린 내기바둑판에서 꾼들의 명승부가 펼쳐진다!

 

 2시간이 지나자 영화가 막을 내린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의 저서 『에티카』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도 ‘욕망의 종류’라고 정의했다. ‘복수심’, 남을 이기고자 하는 ‘경쟁심’, 남들이 주저하는 일에 나서서 극복하려는 ‘대범함’, 또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입을지도 모를 위험이나 해악을 피하려는 ‘겁 많음’도 욕망의 변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서 타인에게 일부러 해악을 가하는 ‘잔인함’, 가엾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자비심’, 친절에 보답하려는 ‘감사’, 특정한 사람이나 물건을 동경하는 ‘사모’등도 욕망으로 정의하고 있다.

 스피노자가 내린 욕망의 정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령 ‘욕망을 없애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자체가 이미 ’욕망을 없애고 싶어하는 욕망‘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복수하는 것으로 초지일관한다. 바둑의 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바둑의 형세와 관계없이 바둑판을 뒤엎고 폭력으로 선혈이 낭자하다. 망나니를 동원한 것처럼 사람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죽어간다. 단지 복수심에 편승해서 별다른 명분이나 실리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님(안성기)과 허목수(안길강)도 뛰어 들어 주님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바둑인들의 꿈은 순박하다. 좀 잘두면 잘두는 대로, 잘 못두면 못 두는대로의 품위로 요구하는 것이 바둑이다. 또 바둑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9단이나 초단이나 양은 같으나 질에 있어서는 역시 차이가 난다. 그러기에 누구나 잘 두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격조있고 심오한 바둑을 왜 끌여 들였는지 의문이 든다. “신의 한수”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다른 종목이 얼마든지 많이 있지 않은가? "타짜“라는 영화를 보면 화투패로 승부를 봤기에 관객들이 화투의 기술에 집중하며 더 즐길 수 있었다.

 

 바둑 인구가 자꾸만 줄어가고 있고, 바둑강국을 중국에 넘어간 이때 바둑인구의 증가에 혹시 공을 세울지도 모르는 영화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지 모르겠다. 지루하지는 않게 보았지만 남는 것이 없다. 폭력성 영화를 계속해서 보다보니 이제는 ‘변호인’같은 부드러운 영화를 보아야겠다.

 

상식적으로 미리 판을 짜고 계획하는 바둑이 가능할까요?
바둑은 그때그때마다 두어야 할 수가 달라서 예축불허이지 않습니까?
물론 나이 많은 조훈현이 젊은 이세돌에게 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내기 바둑판은 프로 수준이 못되는 하수들의 도박판이겠지요.
춘농 선생님 의견처럼 품위와 격조로 가득한 바둑을 이렇게 끌여들인 것이 저도 아쉽습니다.
저는... 지난 휴일, 인터넷 넷마블바둑에서 일단과 맞붙어 불계승으로 이겼습니다. ^^
전형적인 도박판인
경마나 경륜, 투견, 화투, 포커 등이 더 잘
어울릴것입니다.

초단과 맞붙어서 불계승을 올렸으니 대단하십니다. 축하합니다.
저는 금요일날 KB리그 바둑대회에서 신안천일염의 무명 김민호선수가
랭킹 2위의 김지석선수를 쓰러뜨리는 경기를 보았는데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금주도 바이링배 바둑대회가 있네요.
한국선수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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