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7. 21. 16:54

 

 

                                                                             (아내가 끓인 토마토수제비)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도시락을 싸갈 때, 밑바닥에는 보리밥으로 대부분 깔고 윗부분만 쌀밥으로 덮었다. 반찬은 김치짠지나 단무지였고, 좀 나은 집안은 멸치볶음 정도였다. 때로는 깻잎을 된장에 밖은 것을 가져갈 때도 있었는데 먹고 나면 깻잎냄새가 진동하였다. 도시락을 못 싸가지고 오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눠주는 빵으로 점심을 대신했지만, 그것도 6학년에 올라가니까 유상으로 변해서 전체아이들이 먹을 수는 없었다.

 

 지금 같은 여름날에는 해가 기니까 오후 서너시 쯤 되면 하지감자(그 시절 우리 동네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라고 부르고,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했다.)의 껍질을 숱가락으로 깐 다음, 화덕에다 양은솥을 걸고 쪄 먹게 된다. 솥바닥에 눌러 붙은 부분이 제일 맛이 있다. 그리고 저녁때 쯤 되면 어머니께서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만드신다. 수제비도 당시에는 칼국수를 수제비라고 부르고, 수제비는 쑤덕수제비라고 불렀다. 된장을 풀은 다음, 감자를 썰고 호박잎을 이겨서 큰 멸치와 함께 넣으면 훌륭한 육수가 된다.

 수제비는 만드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반죽을 질게 하여 밥주걱에 넓직하게 펼친 다음 젓가락으로 툭툭 잘라서 끓는 솥에 집어 넣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손으로 먹기 좋을 만큼의 크기로 송송떠서 끓을 때 넣는 것인데 어머니께서는 두 번째 방법으로 만드셨다.

 마당에 멍석을 깔은 다음 주변에는 미리 준비한 마른 쑥에 불을 붙여서 모깃불을 피운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수제비 맛은 참으로 입맛이 당긴다.

 저녁에 먹다 남은 수제비는 그 이튿 날 학교에 다녀와서 뭐 먹을 것이 없나 찬장을 뒤지다가 발견하여 허기진 배를 채웠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라 음식물이 쉬 상하는데 수제비도 예외가 아니었다. 쉰 수제비를 먹는데도 맛이 좋고 배탈도 별로 나지 않았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다.

 

 배탈이 나서 굴욕을 당했던 때는 수제비 때문이 아니라 늦가을에 감이 떨어질 때였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라 홍시감을 주워 먹는 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야 가능했다. 높은 감나무에서 감이 땅에 떨어지면 깨져서 잘 주워야 했다.

 하루는 하교시간에 논둑길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배에서 매우 급하게 신호가 왔다. 아침에 주워 먹은 감이 잘못되었는지 당장 바지를 내리고 아무 곳에나 배설을 해야 할 판이다. 주변을 보니 물꼬 밑에 웅덩이가 있는데 벼를 베고 나서 논물을 빼느라고 물을 많이 웅덩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주변 상황을 살펴 본 다음에 바지를 내리려고 하는데, 200M 후방에 우리 반에서 예쁜 측에 속하는 여학생이 오고 있었다. 아뿔싸! 어쩔 수가 없었다. 바지에 실례를 할 수 없어서, 엉덩이를 까고 속사포처럼 일을 본 다음, 뒤도 안 돌아보고 내달음질 쳤다. 다행히 그 여학생이 소문을 내지 않아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고, 지금은 먼 나라로 떠나서 역사 속에 숨어버렸다.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는 수제비는 지금도 변함없이 맛이 좋다. 작년에는 제주도에 형님이 모시고 함께 오셨다. 형님은 일박하고 올라가게 되었는데, 점심메뉴로는 어머니의 수제비에 문어회로 맛있게 드셨다.

 집안에 4형제가 있는데 며누리 중에 그래도 아내가 가장 많이 어머니의 요리솜씨와 닮았다. 그래서 아내가 끓여주는 수제비를 먹으면 꼭 어머니가 끓여주던 수제비 생각이 난다. 뜰에서 잘 자라는 호박잎이 중요한 것은 수제비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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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의 자태에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되도록이면 밀가루를 멀리 하고 있답니다.
평소에 면종류를 엄청 좋아하는데 눈 딱 감고 참으려니, 왜 이리 국수집만 눈에 띄는지..^^
선생님께 와서도 이런 사진을 보니, 자기 전 뱃속에서 전쟁이 났습니다.ㅎㅎ
저도 밀가루가 좋아요.
아침은 식빵에 감귤잼을 듬뿍발라서
우유에 시리얼을 타서 먹곤 하지요.
요즘은 수박을 반통으로 잘라서
숫가락으로 퍼먹기도 하고요.

다이어트가 잘 되어서
멋진 몸매와 탄력이 넘치는
피부를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

저희 학교에서는 불시에 혼식검사를 하곤 했었어요. 보리의 비율이 적으면 지적을 받았지요.
그래서 쌀밥을 싸온 아이나 보리의 양이 적은 아이들은 보리가 많이 섞인 아이의 도시락에서 보리를 몇 알씩 가져다가 제 도시락에 박곤 했었어요. 그러다가 걸리면 된통 혼이 나고...ㅎㅎ

저는 서울에 살았어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자랐어요.
그래서 넉넉치 않은 쌀을 축내지 않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밀가루로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수제비/칼국수/풀대죽/쑥버무리/찐빵/부침개 등등..
보통은 어릴적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긋지긋하여 싫어하게 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지금도 밀가루(국수)음식 좋아합니다.ㅎ
수제비는 뜨거울때도 맛있지만 남아서 식어버린 수제비는 뜨거울때와는 다른 별미를 느끼게 하곤 했던 것 같아요.
식고 불어터진 수제비를 김치와 먹으면 맛있었어요. ㅎㅎ

반죽에 토마토를 넣어 만드는 방법은 처음 보네요. 매우 맛있어 보입니다.
가족애가 느껴지는 따뜻한 내용이네요. ^^
제가 초3인가 5때 혼분식을 장려하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학교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아서 온마을이 들렸어요.
지금같으면 소음공해라고 민원이 들어갔을텐데...... ^^

춘부장께서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다니 위로를 드립니다.
적어도 벤자민선생님과 형제자매들이 짝을 다 찾을때까지
지켜주지 않으시고......

선생님이 수제비 이하 부침개 등등까지 참 좋아하시니
'밀사모'라도 한번 추진해봐야겠습니다. ㅋㅋ 가끔 번개도 치면서요.
식고 불어터진 수제비 맛을 말씀하시니 동지애를 느낍니다.
쉰 수제비도 하교후에 많이 먹었어요.
4남 2녀인데 제가 먹을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다른 형제는 안 좋아했든지 그렇지 않으면 저에게 양보했든지
둘 중의 하나네요.(개콘 '두근두근' 버전)

바야흐로 콩국수의 계절입니다.
가까운 식당에 쑥콩국수가 있는데 일품이에요. ^^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하도 뜨거워서 글을 쓰려는데 힘이 안났거든요.
벤자민선생님의 응원에 용기백배입니다. ^^
'밀사모' ㅎㅎ 아주 재밌는 발상이십니다.
이왕이면 제주에서 모임을 추진하여 주세요~ ^^
제주도는 국수가 강한 지역으로
고기국수, 멸치국수, 잔치국수 등등
많구요. 칼국수도 육지에서는 보기 어려운
닭칼국수, 팥칼국수 등 다양합니다.
칼국수는 산굼부리가 있는 교래리가 맛이 참 좋습니다.
"밀사모"! 염두에 두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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