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7. 31. 13:37

 

 

 

 

 중복이 지나고 마른 장마기간이다. TV에서 뉴스시간에 전해주는 기상정보를 보면, 여름철에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보다 육지의 온도가 1~2도 정도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주 에는 이웃 분들이 모여서 개를 잡아 수육과 영양탕을 만들고, 개를 못하는 분들은 닭을 몇 마리 잡아서 삼계탕을 끓여서 정답게 나누어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수박과 감귤이 푸지게 먹은 뱃속의 남은 부분을 기분 좋게 채워주었다. 그 덕분인지 지난주는 더운 줄도 모르고 잘 보냈다.

 금주는 지난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창문을 열고 밖에 나가자마자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숨을 꽉꽉 막히게 한다. 이런 뜨거운 여름이 있어야 서늘한 가을도 기다려지고 추운 겨울과 꽃피는 봄이 그리워지는 것 아닐까?

 아프리카의 우간다에 사는 친구와 Facebook으로 안부를 나누었다.

“우간다는 바다에 접해있는가? 해수욕장이 있는지?”

“우간다는 내륙국가야! 바다가 없지만 거의 바다만큼 큰 호수가 있어! 지도에 보면 빅토리아 호수가 보여”

“오! 그래. 그럼 여름에 휴가내서 피서는 가나?”

“맨 날 여름인데 피서는 무슨..... 여기는 고지대(해발 1,200m)라 적도에 있지만 그리 덥지는 않아!”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강으로 멱을 감으러 가다보면 대살뫼에 커다란 수박밭이 있었다. 얼마나 넓은지 수박밭을 지키기 위해서 주인할아버지는 사방이 다 보일 듯한 곳에 원두막을 지어놓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평소에 어머니나 주위사람들이 나보고 착하다고 자주하셔서 수박서리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누르고 지나다녔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아쉽지만.......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수박을 사러가서 원두막에 올라보니 높기도 하거니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흐르는 땀을 싹 가시게 해주었다.

 원두막이 너무나 좋았다. 원두막 위에서 먹는 수박 맛은 더 좋았다. 우리 집은 뒤편이 널찍하다. 장독대와 텃밭, 잿간, 꽃밭이 있고 울타리는 대나무밭으로 둘러쌓여 있다.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원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죽은 대추나무와 참가죽나무가 땅에 그대로 박혀 있어서 그것을 기둥으로 삼았고 나머지 두 개 기둥은 땅을 판 다음에 긴 통나무를 세웠다. 아버지께서 제재소에 근무하셔서 헛간에 보면 보로 이용할 통나무와 송판이 충분히 있었다. 각 기둥에 보를 튼튼하게 맨 다음에 그 위에 송판을 깔아 놓으니까 훌륭한 원두막이 되었다. 얇은 여름 이불이 눅눅해지는 것도 모르고 밤늦도록 놀다가 지쳐서 자기도 했다.  모기한테 집중포화를 당해 팔다리에 모기물린 자국을 훈장처럼 달고 다녔다. 늦은 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낯선 도시와 내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희미하게나마 동경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가 밭에 심은 수박이나 참외는 시장에 나오는 것보다 작고 잘 여물지가 않았다. 오이는 그런대로 제대로 자라서 먹기 좋을 때쯤 되면 하나 둘 따서 군것질을 대신해서 먹을 수 있었다. 이제와서 보니까 토지에 영양분이 부족해서 그런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집에서는 소를 기르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두엄을 밭에다 내면 땅이 엄청나게 비옥해진다. 소를 기르지 않으면 좋은 점은 외양간이 없다보니 집에 파리나 모기가 덜하고, 냄새가 나지 않으니 깔끔하다는 점이다. 어떤 집은 비가 내리면 외양간에서 소의 오줌과 똥에 빗물이 흘러서 마당을 가로지른다.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마을 어귀의 대살뫼에 있는 원두막지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 곳에 축사가 들어섰다. 한동안 둘째 형님의 친구 분이 그 앞쪽 논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그 안에 수박을 심었다. 잘 아는 분이라서 수박을 사러 가면 큼직하고 잘 익은 수박을 싸게 주신다. 하지만 원두막이 없으니 그 정취가 사라져 버렸다.

 수박을 사서, 비료 푸대에 넣고 줄에 매달아서 샘에 담가 놓는다. 밤이 되기를 기다려 꺼내놓고 칼로 썰어서 한 웅큼씩 베어 먹으면 얼마나 시원하고 맛이 있는지 몰랐었다. 수박껍질이 하얀 부분이 나올 때 까지 먹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아내와 단둘이 살다 보니 수박 한 통을 먹는 데도 몇일이나 걸린다. 잘 익은 수박을 반으로 쫙 가른 다음 랩에 씌워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런 후에 간식시간이나 식후에 수박 반통을 꺼내놓고 숟가락으로 퍼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적당히 먹었다 싶으면 다시 랩을 씌운 후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한다. 어떤 때는 냉장고에서 꺼내면 수박물이 고여 있는데 컵에다 따라 먹으면 시원한 수박 천연 쥬스가 된다. 이제까지 큰 조각으로 먹기도 하고 사각으로 잘라서 먹어보기도 했지만,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도 색다르다. 수박을 알뜰하게 먹으면서도 맛도 있으니 더위를 가시는데 일조를 한다. 이 여름의 찜통더위도 다음 달 7일이면 입추에 말복이니 물러날 것이다.

 

 

숟가락으로 퍼낸 수박을 환타오렌지를 넣고 화채를 만들어 먹어도 별미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군요.
수박을 반으로 딱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저는 환타오렌지 보다 그래이프를 잘 마시는데
그래이프도 잘 만들어질까요?.
수박에 관한 비밀이 있다면
반으로 쪼개서 파는 수박이
통으로 파는 수박보다 비싸다는 것인데
상술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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