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춘농로중 2015. 1. 8. 15:17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질투란, 스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 넣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물론 나가려고 자기가 결심만 한다면 거기서 나올 수 있다. 감옥은 그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질투의 본질인 것이다. - 61

*세상 사람들의 절반쯤은 자기 이름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통계를 쓰쿠루는 어떤 잡지인지 신문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다른 반쪽에 속했다. 적어도 주어진 이름에 불만을 품었던 기억은 없다. 다른 이름이 붙은 자신을, 그리고 그런 자신이 걸어갈 인생을 잘 떠올릴 수 없었다. -74

*“자유롭게 생각한다는 건 다시 말해 자기 육체를 벗어난다는 말과도 같아요. 자기 육체라는 한정된 우리를 벗어나, 사슬을 벗어던지고, 순수하게 논리를 비약시키는 거예요. 논리에 자연스러운 생명을 주는 거죠. 그것이 사고에서 자유의 핵심입니다.” -83

*자신이 네 친구에게서 노골적으로 거부당한 아픔은 그의 마음속에 늘 변함없이 존재했다. 다만 그 무렵에 와서는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진다. 어느 순간 발바닥까지 밀려오고, 어느 순간에는 멀리 가버린다.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자신이 도쿄라는 새로운 토양에 조금씩이기는 해도 뿌리를 내려 간다고 쓰쿠루는 실감했다. 고독하고 변변치 않기는 하지만 새로운 생활이 형성되고 있었다. 나고야의 나날들은 점차 과거의 것으로, 얼마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변해 갔다. 그건은 분명 하이다라는 새로운 친구가 가져다준 진보였다. -87

*“회사 생활을 통해 배운 또 한 가지는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은 남에게 명령을 받고 그걸 따르는 일에 특별히 저항감을 갖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명령을 받는 데 기쁨마저 느끼지. 물론 불평불만이야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냐. 그냥 습관적으로 투덜대는 것뿐이야. 자신의 머리로 뭔가를 생각하라, 책임을 가지고 판단하라고 하면 그냥 혼란에 빠지는 거야. 그러면 바로 그 부분을 비즈니스 포인트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거지. 간단한 일이야. 알겠어?” -222

*아카가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사실이란 모래에 묻힌 도시 같은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래가 쌓여 점점 깊어지는 경우도 있어. 그 일은 어느 모로 보나 후자 쪽이야. 오해를 풀든 말든 넌 원래 그런 짓을 할 인간이 아냐. 그건 잘 알아.”- 229

*운전사는 웃었다. “누구든 무거운 짐은 싫어하죠. 그렇지만 어쩌다 보면 무거운 짐을 가득 끌어안게 됩니다. 그게 인생이니까. 세 라 비.(C'est la vie.) 그리고 다시 즐겁게 웃었다. -294

*올가는 몸매를 드러내는 청바지에 흰색 긴팔 티셔츠 차림의 금발 여자였다. 아마도 20대 후반일 것이다. 키는 170센티미터 언저리로 탐스러운 얼굴에 혈색이 좋았다. 유복한 농가에서 태어나 성격 좋고 시끄러운 거위들과 함께 자란듯한 인상이다. 머리카락은 뒤로 묶고 검은 에나멜 숄더백을 어깨에 걸쳤다. 우편배달부처럼 반듯한 자세를 한 채 큼직한 보폭으로 호텔 현관에 들어섰다. -198

*두 군데의 민간 철도 노선과 세 군데의 지하철 노선이 옆구리에 풀러그처럼 꽂혔다. 그야말로 미궁이다. 통근 러시아워, 그 미궁은 사람의 바다로 변신한다. 바다는 거품을 피워 올리고 뒤집히고 포효하고, 파도는 입구와 출구를 향하여 거침없이 밀려가고 밀려온다. 환승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의 흐름이 여기저기서 마구 얽히면서 위험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아무리 위대한 예언자라도 그리도 거칠게 뒤집히는 바다를 둘로 가르지는 못할 것이다. -410

 

 

대강의 줄거리가 있다면 적어두신 글귀들의 이해가 빠른텐데요...
그것보다는 직접 사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
선생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연말연시에 바쁘게 읽다 보니,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제 위주로만
밑줄을 그었습니다. 부족하고 유감스럽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두 권째인데 술술 잘 넘어갔어요.
언덕선생님은 박학다식함과 많은 소재가 있으니 한 번
내어보심이 어떻겠어요? ^^


저는 하루키의 세계관이라든지 철학에 대해서는 별반 공감하는 점이 많지 않습니다. ^^;
밑줄치신 내용 잘 읽었어요.
저도 얼마전 전철안에서...
다음역에 내리려고 출구로 가 섰는데, 바로 앞에....선 남자..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긴머리를 뒤로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스타일의 젊은 서양남자..
앞모습은 못봤지만 어후~ 뒤에서 위부터 아래로 쫘악 스캔하듯 바라봤네요. 너무 멋져서~ 이히히히~
내용중에 큰 키와 금발여자, 그리고 전철.. 의 단어들이 조합되어 얼마전의 일이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생각나서요. ㅎ

카테고리의 이름도 '밑줄치기'이지만, 춘농선생님은 '밑줄긋는 남자' ^^
사람을 표현하는데도 거칠 것이 없는 것에 밑줄을 그어봤지요.
지난 연말에 뜨거운 이슈의 주인공이었던 조XX도 170cm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그룹에서 슈퍼갑은 직원들을 하인보다도 못하게 대우하고 말이 곧 법이라는
것이 퇴직한 직원들의 증언이었습니다. 까무러칠 일이지요.
ㅎ ㅎ 엇나갔네요.
제주도에서는 전철, 출구 등 낯선 말입니다. 공기가 그만큼 좋을테지요. ㅋㅋ
밑줄긋는 남자가 좋게 들리는 오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은 사랑을 나눌줄 알고 베풀줄 아는 넉넉한 마음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작은것이라도 아끼고 소중히 여길줄 아는 검소함입니다.
넉넉한마음.
검소한마음.
사랑이넘치는 마음으로 좋은 하루가 되시고
행운이 함께하는 화요일 되십시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좋은 글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 오후에 벌어지는 아시안컵 축구
이라크전에서 승리를 기원합니다. ^^
저는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 전에 일본에서 읽었습니다
하루키의 책은 한국어로 읽는 것보다는 일본어로 읽을 때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일본어가 부족하니까, 사전도 함께 찾으면서 읽어야 해서)
하루키의 책은 90년대에 줄곧 읽다가, 읽고 나서는 뭘 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그만 두었었는데, 이 책을 일본어로 읽으면서, 이 작가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에
서서히 동의를 하게 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외국어를 그렇게 잘 하시니 얼마나 기쁠까요?
5.16도로를 이용하여 서귀포쪽으로 오다보면 서성로와
갈라지는 3거리 위에 "예이츠산장"이 있읍니다.
경치도 좋고 전에는 공룡햅버거가 맛이 좋아서
가끔 가곤 했었지요.
그 곳에 벽난로 옆에 책꽂이가 있읍니다.
살펴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많이 꽂혀 있었지요.
2014년 초에 사다 놓고는 2015년 초에 읽었읍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네, 그곳을 저도 지나가면서 보았습니다.
5.16 도로에서 제주 시청으로 오는 길에 제주여고 4거리에서도 버스가 서지요
그곳이 저희가 사는 동네에요.
거기서 동쪽으로 조금 오시면, 제주아라중학교가 있고 거기서 200 걸음쯤 더 동쪽으로 걸으면
저희 집이죠. 저희 집에도 무라카미하루키의 책이 있군요
오래 전 책은 친정 창고방에 갖다 두고( 그런데 지금은 내용을 다 잊었어요)
새로 산 책은 읽겠다고 하고서 몇 년이나 지난 일본어판 *84 라는 책입니다.
읽겠다고 생각 할 때 확 읽어버리지 않으면
책은 오래 방치하게 되네요. 저만 그런가요?
예이츠 산장은 벽난로가 있다 하니 구미가 당깁니다
벽난로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편의 그림이지요 ^^
벽난로가 있으면 낭만적으로 보였습니다.
흔들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땡기고
워싱턴 야자수나무가 늘어진
창 밖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그 전에는 몰랐는데 벽난로 앞에 서서
불을 쬐면 불내가 몸에 달라붙는 겁니다.
그래서 조심스럽더라구요.

언제 제주시에 나가면 커피 한잔하면
좋겠습니다. ^^
http://blog.daum.net/namu-dal/15963262
이 책에 대한 제 독후감입니다.
점심먹고 독후감을 읽는 중에 춘곤증으로 졸다가
다 못읽었네요.
어찌 그리 독후감을 잘 쓰시는지 마냥 부러울따름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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